“하필 이럴 때 아픈 내가 잘못이지” 불안한 환자들, 눈물
의정 갈등 더 첨예해질 경우 병원 마비 상태에 이를 가능성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 이날부터 사직서 제출
[yeowonnews.com=김석주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의대 교수들의 집단사직이 본격화된 25일 병원 현장은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환자들은 전공의에 이어 교수까지 병원을 떠나게 되면 이른바 ‘의료 셧다운’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불안해했다.
이날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환자 강모(63)씨는 불안한 표정으로 진료실 앞에 앉아있었다. 최근 폐암 의심 소견을 받아 병원을 찾았다는 강씨는 “하필 요즘 같은 때에 아픈 내 잘못이다. 운도 지지리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강씨는 전공의에 이어 교수들까지 사직한다는 소식에 수술 가능 여부가 가장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수술이 어렵다고 하면 다른 병원을 찾아야 하는데 모든 병원 상황이 다 똑같지 않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강씨는 만약 수술 일정을 잡지 못한다면 ‘빅5’ 병원이 아닌 폐암 전문 상급병원에 갈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성모병원에서 만난 70대 여성 환자 A씨는 최근 뉴스에 나오는 의사 얼굴과 이름을 꼼꼼히 챙겨보는 습관이 생겼다고 했다. 신장암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내원했다는 A씨는 “혹시라도 담당 교수가 TV에 나올까 봐 유심히 봤다”며 “환자 입장에서 담당 교수가 의료진 집단 사직에 동조하는 사람이면 수술이나 진료가 미뤄지진 않을까 걱정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외래 병동 지하 3층에서 만난 환자 박모(64)씨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심장 스텐트 시술만 7번 받은 박씨는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박씨는 “담당 교수가 사직한다는 건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상황”이라며 “심장질환 환자들에게는 죽으라는 소리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전국 39개 의대가 참여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소속 교수들은 이날부터 사직서를 제출했다. 또 수술, 외래진료, 입원 진료 근무 시간도 법정 근로시간인 주 52시간 내로 줄이기로 했다.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해도 당장 병원이 문을 닫거나 진료·수술 등이 모두 멈추지는 않는다. 이날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20년 차 교수 B씨는 “환자들은 옛날부터 가족같이 봐오던 분들이다. 돈을 못 받게 돼도 계속 나올 것”이라며 “병원장 입장에서도 사직서 수리를 하면 병원이 망하게 되니까 수리하기는 매우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아산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C씨도 “교수들이 사직서를 냈다고 해도 주 52시간의 근무시간을 지키는 것이지 병원에서 떠난다는 건 아니다. 전공의와 인턴이 나간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의정 갈등이 더 첨예해질 경우 병원이 마비 상태에 이를 가능성도 여전하다. B씨는 “당장 업을 바꾸겠다는 교수도 있고 일단은 지켜보겠다는 교수도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현재 정부의 모습이 많이 잘못됐다는 데는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에서 근무 중인 한 외과 교수도 “정부와의 협상이 계속 난항을 겪으면 의료 공백 상황은 점점 악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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