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원뉴스가 만난 사람 /분재박물관 김재인관장
분재로 다듬어져 가슴에 와 안기는 예술적인 감동
도시생활에서 분실한 정서를 축소해서 찾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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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owonnews.com=김재원기자] 아기자기한, 게다가 예술적인 감동....분재(盆栽)의 멋과 맛을 아는 사람들은 바로 이 ‘아기자기한 감동’과 '예술적인 감동'에 매료된다.
10여미터가 넘는 큰 키의 소나무가 주는 감동에 못지 않는 것이, 1미터 이하로 키워진 소나무분재의 감동이다.
이 감동을 손질하여, 아니 거의 창조하면서, 분재 교육에도 앞장서고 있는 분재박물관 김재인관장은 분재의 작업을 ‘또 하나의 자연창조’라고 강조한다. 크지 않고, 낮으막한 감동. 그러나 분재에 푹 빠진 사람들은 이 아기자기하고 낮으막한 감동 속에서 자연을 찾고, 나뭇가지에 부는 바람 소리를 듣는다. 분재분재박물관을 한 번이라도 가 본 사람은, 쳔연(天然) 그대로의 자연과, 정성 들여 가꾸어 놓은 자연이 어떻게 다른가를 알게 된다.
‘자연’이, 하늘이 만들어 놓은 것이라면, '분재'는 사람의 손으로 이룩한 또 하나의 자연, 제2의 자연이다. 분재박물관을 방문해 본 사람은 분재는 바로 ‘천연자연’에 인공미를 더한 ‘제2의 자연’이라는 사실에 동의하게 된다.
분재의 그 면밀함과 정교함이 우리들 가슴에 안겨주는 감동은 ‘세심한 정서’에 속한다. 삭막한 도시생활의 현실에서 잊어버리기 쉬운 아기자기한 감동은, 분재에서 쉽게 찾아질까? 흘낏 지나치면 놓치기 쉬운 세심하고 아기자기한 감동....분재에서 찾아지는 감동이 바로 그 ‘아기자기한 정서’에 속해 있음을, 김재인 분재박물관 관장은 애써 강조하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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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m넘는 소나무의 감동과, 1m도 안되게 분재된 작품이
주는 감동의 크기는, 나무의 크기와 상관 없이....
--지금 분재하시고 있는 관장님의 손길을 보니, “분재는 자연 모방인가? 아니면 자연 창조인가?”라는 의문이 문득 드는데요.
“(웃음)창조라 하셔도 좋고 모방이라 하셔도 좋습니다. 어느 쪽이 되든지, 기존의 자연에 새로운 자연을 보태드리는 작업이라고 말한다면....
글쎄 제가 좀 과장했나요?(웃음)”
--창조라는 말이 너무 거창해서, 이 기사 독자 가운데 거북하게 듣는 분도 계실 것 같은데....
“거북하셔도 상관 없습니다(웃음). 다만 분재가, 자연에서 뭘 빼는 것이 아니고, 자연에 뭘 보태는 작업이라는 분명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자연’이 웅장하다면, ‘분재’는 오묘하고 신비하다고 하면 적당한 표현이 될는지요?
“반대로, 자연이 오묘하기도 하고, 분재가 웅장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분재는 자연발생적인 건 아니고, 수작업(手作業)이라서 정교합니다. 분재가 우리에게 주는 정서나 감동은 역시 자연에서 받는 감동과 또 다른 제2의 감동이라고 저는 봅니다.”
다만, 자연스러운 것, 천연 그대로의 것만이 아름답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친 미감(美感)이 아니냐고 그는 반문한다.
“모든 예술적인 형태는, 천연 그대로의 자연이 아니라 인간의 미감(美感)이 가미된 정서가 아닌가 합니다.”
굳이 분재만을 강조하는 미의식(美意識)은 아닌 것 같은 그의 미감론(美感論)은, 그러나 오랜 세월동안 분재라는 작업을 해 온 전문가의 의견이라는 점에서 존중할 만 하다.
그가 강조하는 미의식은 사실 분재박물관 곳곳에 산재한 분재작품에서 발견된다.고,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거의 감동한다. (여기서 ’거의‘라고 제한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은, 여성들의 감동은 완전하고 남성들은 감동은, 표현에서 좀 절제되는 것 같다는 김관장의 의견을 듣고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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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에 걸친 '분재 인생'에 감사하며
젊은 분재 인구 증가에 기쁨과 보람도....
김재인관장이 분재 경력은 반세기에 달한다. 정확히는 48년. 그러니까 평생을 분재와 함께 한 셈이다. 그가 서울 서초구 내곡동 지금의 분재박물관에 분재연구원을 마련한지도 15년이 넘는다.
분재 인구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노년층의 취미나 소일거리로 알던 분재에, 날이 갈수록 젊은 세대의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
분재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세대차이가 발견된다고 김관장은 평가한다. 우선 분재 강의를 하다 보면, 젊은 세대의 이해도가 훨씬 빠르고, 분재의 가치를 이해하는 자세도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와 구분된다. 젊은 세대는, 그가 태어나서 자란 풍토에 걸맞게, 경제적으로 발전한 나라의 젊은이들답게, 분재 가격을 깎는 일이 거의 없다. 상품(商品)의 가치나, 그 상품 제작에 따른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는 데도 세대차이가 엿보인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그런 차이가, 젊은 세대의 성장 풍토에 따른 것은 아닐는지...
“그렇죠. 성장풍토라는 거 매우 중요합니다. 사람도 나무도 분재도 성장풍토가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그는 대화를, 분재행복론으로 이끌어갔다.
“분재는 정신적 시간적 여유 없이는 좀 힘듭니다. 그런데 저는, 분재와의 인연이 정말 행복합니다. 심지어 군(軍)에 입대해서도 분재를 손에서 놓지 않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는 기무사(과거의 보안사)에서 군대 생활을 했는데 거기서도, 분재 관련 공부를 할 수 있었고 실제로 분재 체험도 많이 했으니, 그의 분재행복론에는 근거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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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재를 아직도 일본문화로 아는 사람도 있지만
중국에서 한국으로 와서 일본으로 건너가...
분재를 일본에서 건너 온 문화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분재는 중국에서 시작되어 우리나라에 왔고, 이어서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럼에도 분재를 ’일본문화‘로 아는 사람이 많은 이유를 그는 조목조목 설명한다.
“사실 일본 사람들이 꼼꼼해서 분재를 잘 합니다. 분재 인구도 많구요. 그러나 ’일본 분재‘의 시작은 일본이 우리나라 분재를 가져다가 자기네 것으로 만들다시피 한 거죠.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또 그 수준으로 볼 때, 우리가 앞서 있습니다.”
그의 이런 주장은 거의 ’분재애국론‘으로 번질만큼 근거가 확실하다. 지금도 분재에 관해서는, 일본이 관련 서적도 많고 분재 인구도 우리나라를 앞서고 있다고 한다.
분재는 힘들거나 까다로운 것은 아니지만, 정성이 필요한 수작업(手作業)이 요구되는 섬세한 예술이다.
우리나라의 분재는, 지금은 분재에 관한 지식이 그나마 보급되어 있지만, 김재인관장이 분재에 처음 입문하던 반세기 전에는 관련 서적이 전혀 없다시피 해서, 외국 자료를 구해다가 볼 수 밖에 없었다.
송백(松柏), 즉 소나무와 동백만 분재가 되는 줄 아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지만, 분재에는 화초 종류로도 가능한 화목(花木)분재, 과실나무로 이루어지는 과목(果木) 분재, 또 소나무나 동백나무 아닌 나무로도 이루어지는 잡목(雜木)분재, 거기에 초목(草木)분재 등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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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들에서 자라고 있는 각가지 식물들이 거의 분재의 소재로 가능하다는 것이, 김관장의 가르쳐 주는 분재지식이다. 최근에는 분재를 중심으로 생활해 가는 분재사 자격증도 등장했다. 예술로도 즐길 수 있고, 깊이 들어가 분재를 직업으로 수입을 올리는 숫자도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아파트시대...우리나라 분재 애호가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물론 1가구 1분재 시대가 온다면, 국민정서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쪽으로 크게 변하겠지만...
서울시립 어린이 병원 버스 정류장에는 눈에 뜨이게 큰 ’분재박물관‘ 현판이 붙어 있다. 여기서 분재박물관까지의 거리는 걸어서 가기에 안성맞춤이다. 좌우로 우거진 숲 사이를 천천히 걸어서 10여분, 그야말로 “서울 시내에 이런 데가 있었나?!” 하는 감동이 가슴에 솟구칠만큼, 멋진 산책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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