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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詩史

대장암을 이겨낸 사랑과 행복의 전도사 이해인<한국여성詩史>

세상을 살만하다는 것, 사랑은 행복이라는 것, 삶은 화살표라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려고 했던 이해인은....

홍찬선 | 기사입력 2020/11/3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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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이 쓰는 한국여성詩史<31>

대장암을 이겨낸 사랑과 행복의 전도사 이해인

막힌 세상, 닫힌 가슴을 뚫는 시인으로 더 유명한 수녀

 

▲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사랑과 평화를 심어준 이해인   © 운영자

 

얼굴에 하늘이 활짝 피었다

억지로 꾸민 것 하나 없이

티 모두 털어 맑은 어린이 마음이

봄 하늘 발간 꽃 봉우리처럼 

가을 들판 하얀 벼꽃 향기처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화살표를 보여준다

 

해방되기 두 달 앞서

가람 솟아나는 첫 터 

양구에서 생명의 목소리 터뜨리고

온 물 갈마드는 넓고 편한 바닷가까지

큰마음으로 펼쳐지는 삶 한 자락이

사랑이 되고 행복이 되었다 

 

사람이 만든 테두리를

종교라는 이름으로 쳐 놓은 높은 담을

사랑과 행복이란 이름으로 깨부수고

시인이란 행동으로 무너뜨려

막힌 세상을 닫힌 가슴을 

뻥뻥 뚫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   평생을 하느님과 책 곁에서 살고 있는 이해인  © 운영자

 

사람이 걸어가야 하는 길

사람이 삶에서 죽음으로 멋지게 이르는 길

사람이 사람의 향기 듬뿍 뿜어내는 꽃 길

만들어 내려 온몸 온 마음 바치는 길에

스스로의 몸은 막히고 있었다

 

캔서…

대장암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지금 당장 수술 받아야 한다는 

냉정한 한마디 사막 바람처럼 들었을 때

차가운 바위에 내동댕이치는 것 같은

설움에 눈물이 핑 돌았다

 

대장과 직장을 삼십 센티미터나 잘라냈다

생존할 확률이 30% 미만이라는 말을 

담담하게 생사로 받아들이며

유서를 쓰고 영정 사진도 찍었다

그저 모든 일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   사랑과 평화와 하느님....이해인시인이 세상에 남기려고 했던 詩의 주제다  © 운영자

 

그래도 그 한마디는 섭섭했다

고기를 즐겨 먹었느냐는 

두 마리 개에 사로잡혀 툭 내뱉은 

그 한 마디가 송곳이 되어

몸 여러 곳으로 퍼진 암세포보다 

더 얄밉고 더 서운하고 더 아팠다

 

그래도 가슴에 오래 품지 않았다

오해는 그들의 몫이었고

이해는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질투는 닫힌 사람들의 업보였고

사랑은 열린 사람들의 행복이었다

죽음은 막힌 이들의 고통이었고

살림은 활짝 핀 이들의 기쁨이었다

 

서른 차례의 항암치료와

스물여덟 번의 방사선치료를

소풍가는 것처럼 기쁜 마음으로 

그님을 만나러 가는 설레는 가슴으로

더 밝은 다음 날을 맞이하는 맑은 눈으로

받아들이고 마음을 다해 빌었다

 

▲    우리의 맑고 애띈 이해인 수녀님. 지금도 그렇게 맑은.... © 운영자

 

유혹이 꿀벌에게 은목서처럼 다가왔다

암을 고치는데 효험이 크다는 신비의 영약이 

유명세를 타고 밀려들어와도

좋은 것은 이웃에게 나눠주고

너무 비싼 것은 되돌려 보내고

오로지 주치의 처방만 따르며

흔들리지 않은 마음만 지켰다

 

‘찔레꽃’을 만들었다

위 자궁 난소 유방에 암이 걸린 

수녀들을 모아 고통의 가시와 함께 했다

장미보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누나 닮아 수수하고 아리지만

보릿고개 함께 토닥이며 넘은 

힘 본받아 이겨내자는 뜻이었다

 

운명(運命)은 내가 명을 운전하는 것

하늘의 경고를 옳게 받아들이고 

땅의 가르침을 곧이곧대로 따르니

사람은 저절로 나아진다는 것

 

얼굴 찡그리지 않아도 

가슴 찢어지지 않아도

세상을 살만하다는 것

사랑은 행복이라는 것

삶은 화살표라는 것 

보여주는 것 보고, 보고 보여주고 있다 

 

▲   그의 맑고 아름다운 詩語는,  그의 하느님으로부터 온.....  © 운영자

 

* 이해인(李海仁, 1945. 6.7~): 본명은 이명숙(李明淑), 세례명은 클라우디아. 천주교 수녀(올레베따노 성 베네딕트 수녀회 소속)로 시와 수필 등의 작품 활동으로 시인으로 유명하다. 

강원도 양구에서 이대영과 김순옥의 1남3녀 중 셋째로 태어난 뒤 사흘 만에 세례를 받을 정도로 독실한 천주교 집안에서 자랐다. 6.25전쟁 때 아버지가 납북되는 아픔을 겪었다. 국민학교 5학년 때 지은 동시에 대해 담임선생님이 “누가 써준 것임에 틀림없지?”라고 물었을 정도로 어릴 때부터 글 쓰는 재능이 뛰어났다. 

2008년7월에 대장암 진단을 받고 수술했다. 생존확률이 30% 정도라는 어두운 소식이었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여 암세포와 사귀며 살았다. 현재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가까운 성 베네딕트 수녀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    <한국여성詩史> 를 , 절찬리에 여원뉴스에 연재중인 홍찬선 작가..2020 한국 시인 가운데 가장  다이나믹한 창작활동으로....©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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