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詩來

첫사랑 실패 딛고 세계적 프리마돈나 된 조수미<한국여성詩來>

100년만에 한 번 태어날까말까 하다는 소프라노 조수미. 중노동 같았다는 그의 연습과정이 오늘날...

홍찬선 | 기사입력 2021/06/0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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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이 쓰는 <한국여성詩來 18>

첫사랑 실패 딛고 세계적 프리마돈나 된 조수미

 神이 내린 소리/ 如心 홍찬선 

 

▲   공연 때마다 쏟아지는 앵콜..  환호하는 팬들에게 앵콜을 선사하는 조수미 © 운영자

 

평생 할 사랑을 

그 때 

다 

한 것이었을까

 

1982년 대학교 2학년 때

사랑에 빠져 연애만 하고 

공부는 제쳐놓으니 

꼴찌 성적표가 칼날처럼 떨어졌다

 

서울대 성악과를 수석으로 들어간 지

2년 만에 학교를 그만둬야 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성적 불량에 따른 졸정제에 걸려*,

 

더 큰 물에 가서 

더 세계적으로 활동하라는 

운명이었을까

 

▲    조수미의 크리스마스 특별 공연은 매년 만석..자리를 못 구한 팬들이 아우성도... © 운영자

 

단돈 300달러를 들고 혼자

이탈리아 행 비행기를 탔다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에서 

사랑으로 놓친 공부를 잡으려고,

 

멀어진 거리는 

사랑에게 좋은 핑계거리를 주었고

외로움을 달랠 수도 없는 3개월 만에

헤어지자는 통보를 받았다

 

가슴은 찢어지고

머리는 하얘지고

눈물은 쏟아지고

인생은 텅 빈 것처럼 느꼈다

 

이대로 끝낼 순 없다고 다짐했다

다시는 남자를 만나지 않겠노라고

독하게 공부해서

반드시 성공해서 

이 아픔을 갚아 주겠노라고

 

▲    '2020 이스키아 글로벌 필름 앤드 뮤직 페스티벌'(Ischia Global Film and Music Festival)에서 음악 부문 '아트 어워드'를 수상한 조수미  © 운영자

 

첫사랑 실패가 약이 되었다

빈혈로 거리에서 쓰러지면서도

마당 넓은 집이 없어 

1년에 몇 차례 이사 다니면서도 

5년 과정을 2년 만에 끝냈다

 

사랑에 대한 복수심으로 

하루하루 죽도록 노력하고 

문을 잠그고 연습시킨 어머니의 헌신과

당뇨병을 앓았던 아버지의 사랑 덕분으로

세계적 프리마돈나가 될 수 있었다

 

그 목소리는 신이 주신 최상의 선물이고

그 자신에게뿐 아니라 인류의 자산이다**

100년에 한 두 사람 나올까 말까 한 목소리를 가진

조수미와 무대에 오르는 것은 무엇보다 기쁜 일이다***

오페라 가면무도회를 통해 만난 오스카 중

조수미가 최고라는데 나는 주저하지 않는다****

는 찬사가 이어졌다

 

4살 때부터 하루 여덟 시간씩 

피아노 건반을 두드렸던 아이,

이유도 모른 채 

엄마가 하라는 시키는 대로 했던 아이,

노래 부르는 재능을 

하늘에서 타고 난 아이는 

첫사랑의 실패를 성공으로 바꿔놓았다

운명처럼…

 

▲  방문을 잠그고  연습시킨 어머니의 헌신이 조수미를 키웠다 ...어머니를 위한 공연... [사진=연합뉴스=여원뉴스특약]  © 운영자

 

쉬는 날 없이 빡빡한 일정을 감당하기 위해

킥복싱과 역도로 체력을 유지하고 

공연을 앞두고 참기 힘든 긴장을 이겨내려고

물을 튀기면서 노래 부르며

오늘도 마음 다잡고 길을 나선다

 

이 자리까지 올 수 있도록 

복수의 에너지를 준 첫사랑과

이 자리에 올 때까지 뜨겁게 

사랑해주고 계속 사랑해줄 팬들과

세계의 벽을 낮추며 

대한의 끼를 펼치는 후배들에게

 

감사드리려고

부끄럽지 않으려고

스스로의 운명에 떳떳해지려고

아버지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 것을 속죄하려고*****

한국 색깔을 풍기는 진정한 예술가가 되려고…

 

▲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위한 공연...  [사진=연합뉴스=여원뉴스특약]   © 운영자

 

* 졸정제; 졸업정원제의 준말. 전두환 정권은 교육개혁을 내세워, 과외를 없애고 대학 본고사를 폐지하는 대신, 1981년 입학생(81학번)부터 졸정제와 고교내신을 도입했다. 졸정제는 대학정원을 입학할 때가 아니라 졸업할 때로 정하는 것으로, 졸업정원보다 30%를 더 많이 뽑아 입학시킨 뒤 학사경고를 2학기 받으면 제적하는 방식 등으로 정리하는 제도다. 졸정제는 1987년부터 폐지됐다.  

** 20세기 클래식 음악의 황제라 불리던 레르비르트 폰 카라얀이 조수미 목소리에 대해 평가한 말. 

*** 마에스트로 주빈 메타의 평가. 

**** 태너 풀라시노 도밍고 평가.

***** 2006년 파리에서 독창회가 있던 날,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공연을 취소하고 귀국하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게 너의 본분이고 노래를 해서 그 음악회를 아버지께 바치는 게 너의 본분”이라는 어머니의 말을 따라 독창회를 마쳤다. 앵콜 곡으로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와 <그리운 금강산>을 부른 뒤에도 관객들의 박수가 이어지자 “고국에서 아버지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노래를 바친다”며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를 눈물 흘리며 끝까지 불렀다.  

****** 조수미(曺秀美, 1962~); 경상남도 창원시 동읍에서 출생. 어렸을 때 글을 배우기에 앞서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을 정도로 음악 신동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성악을 시작해, 선화예중고를 거쳐 서울대 음대 성악과에 1981년 수석 입학했다. 하지만 성적불량으로 제적당했다. 이탈리아의 산타 체칠리라 음악원에 유학, 5년 과정을 2년 만에 마치고 졸업하는 진기록을 기록했다. 

1985년 나폴리콩쿠르에서 우승했고, 1986년 오페라 <리골레토>의 ‘질다’ 역으로 데뷔했다. 2년 뒤 베르디 오페라 <가면무도회>에서 ‘오스카’ 역으로 플라시도 도밍고와 함께 녹음했다. 1993년에 이탈리아 최고 소프라노에게 주는 황금기러기상을, 2008년에는 이탈리아인이 아닌 사람으로서 처음으로 국제푸치니상을 받았다. 2002년 유네스코에서 세계의 평화음악인으로 지정되어 세계평화 및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앙드레 김은 조수미가 1988년, 첫 귀국독창회에서 초라한 드레스를 입은 것을 보고, 앞으로 계속 드레스를 만들어주겠다고 한 뒤 그가 죽을 때까지 200벌 이상의 드레스를 만들어 주었다. 2010년 앙드레 김이 사망했을 때, 해외에 머물던 조수미는 귀국해 빈소를 찾아 오랜 시간 머물렀다.   

 

▲   서울 시내에 산재한 명소를 취재하는 작가 홍찬선 (청계천에서.)  ©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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