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국여성詩史

보이지 않는 진실을 밝히려 ‘마약 하는’ 법의학자 정희선<한국여성詩來>

국내에서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법의학자. 한국 과학수사발전에 크게 기여한 자랑스런 여성 리더!!

홍찬선 | 기사입력 2021/09/23 [11:44]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네이버

홍찬선이 쓰는 <한국여성詩來 34> 

보이지 않는 진실을 밝히려 ‘마약 하는’ 법의학자 정희선

 억울한 사람이 없는 세상을 꿈꾼다

 

▲     © 운영자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진실이 죽거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말 하지 못하는 시신(屍身)은 

언제나

자신이 왜 죽었는지 밝혀줄

실마리를 남겨놓는다

 

나의 은밀한 단서를 찾아

나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달라는

그 애절한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어

몇날 며칠을 숨바꼭질 한다

 

보일 듯 보일 듯 보이지 않던 단서가

왜 이제야 찾아왔느냐는 듯

문득 반짝반짝 빛날 때

그동안 쌓인 피곤은 

봄볕에 눈 녹듯 사르르 사라지고 

선뜻 새로운 숨바꼭질에 나선다

 

▲    2014년에 영국여왕으로부터 ‘대영제국지휘관훈장’을 받았다.  © 운영자

 

왜?

라는 호기심이 그를 법과학자로 이끌었다

약대(藥大) 3학년 때 국과수 소장의 강연을 듣고

펄떡펄떡 뛰는 심장을 따라

매일 시신이 들고나는 곳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선망하는 약사(藥師)를 뒤로 한 채

3년 동안은 일하겠다는 약속을 단단히 하고

8개월 동안 비커만 닦는 고통을 겪은 뒤

가짜 꿀을 가려내는 실험법을 개발해

가짜 꿀을 만들어 파는 범죄자들을 검거했다

 

텔레비전 인터뷰를 하고 소장 표창까지 받으며

숨바꼭질하기에 푹 빠졌다*

가장 일찍 출근해서 

가장 늦게 퇴근하며

밤낮 없이 열심히 일하는 동안

위기는 어스름처럼 왔다가

돋을볕처럼 사라졌다**

 

마약 복용여부를 판정하는 방법을 개발해

유엔의 마약범죄사무소에서도 평가받았지만

승진에서 두 번이나 남자 동료에게 밀리자

바로 사표를 내고 국과수를 떠나고 싶었다

 

▲     © 운영자

 

‘소변’이 사표 낼 시간을 빼앗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밀려드는 

오줌과 씨름하다 보니 

승진 탈락의 우울증을 잊었고 

생각까지 바꾸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정말 의미 있는 마약검출법을 만드는데

승진 안됐다고 그만둘 수는 없다고

여기서 그만두는 건 너무 억울하다고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일이 말을 했고

성과가 여자천정을 뚫었다

 

입소한 지 30년이 되던 

2008년에 11대 국과수 소장으로 취임했고

국과수가 원으로 승격하면서 초대원장이 됐다

국제법과학회 60년 역사상 첫 여성회장과

아시아인으로 최초이고 여성으로는 두 번 째로

국제법독성학회 학회장으로 선임됐다

 

▲     © 운영자

 

‘첫’과 최초가 많이 붙은 

법과학자 정희선은 

아직도 꿈을 갖고 있다

 

과학의 힘으로 

보이지 않는 진실을 밝혀

억울한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꿈

 

과학수사박물관을 설립해

어릴 때부터 과학수사에 익숙해져

보이지 않는 진실을 

더 빠르고 더 확실하게 밝혀내는 꿈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대학원에서 후학들을 키우고 

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으로

여성 과학자들이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마당을 만들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    필자 홍찬선..서울의 명소를 취재 중, 청계천에서..... © 운영자


* 정희선, <과학의 힘으로 범인을 찾아라>, 김빛내리 외, 『과학하는 여자들』(서울: 메디치미디어, 2016, 2020), 94~97쪽.

** 돋을볕; 해가 떠서 처음으로 비추는 햇빛. 햇귀라고도 한다.

*** 마약복용여부를 가려달라고 의뢰하는 소변이 국과수에 밀물 듯이 닥쳤고 그것을 처리하느라 사표낼 틈도 없었다. 

 

**** 정희선(1955~); 충북 제천에서 3남4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약대 3학년 때 국과수 소장의 강연을 듣고 국과수에서 일하기로 결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34년을 근무하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초대원장을 역임했다. 

 

1980년 초, 미국 연방수사국(FBI)와 로스앤젤레스경찰국(LAPD)에서 연수받은 뒤 귀국해 마약중독을 판별하는 실험에 착수했다. 국내 최고의 마약전문가로서,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로부터 국과수를 마약분석 기준실험실로 지정받는 성과를 냈다.

 

1980년대 말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킹스칼리지에서 공부했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매년 한영법과학 심포지엄을 열어 한국의 과학수사 발전에 기여했다. 2014년에 영국여왕으로부터 ‘대영제국지휘관훈장’을 받았다. 

 

2008년에 11대 국과수소장으로 취임한 뒤 원으로 승격하면서 초대원장이 됐다. 국제법과학회 60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회장이 됐고, 아시아인으로 최초이고 여성으로는 두 번 째로 국제법독성학회 학회장이 됐다. 

 

2012년, 34년 동안 근무했던 국과수를 떠나 충남대학교 분석과학기술대학원장을 거쳐 현재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이며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이다. 

홍찬선의 다른기사 보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yeowonnews.com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한국여성詩來 ,#정희선,#국과수, #휸장,#여원뉴스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