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이 쓰는 한국여성詩來

비싸게 배운 의술, 공짜로 남 주는 내과의사 최영아

우리 주변엔 이름만 들어도 감탄사가 터져 나오는 여성들이 있다. 노숙인의 천사 최영아 의사의 경우도.....

홍찬선 | 기사입력 2021/10/14 [21:1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네이버

홍찬선이 쓰는 <한국여성詩來 37> 

비싸게 배운 의술, 공짜로 남 주는 내과의사 최영아

노숙인의 슈바이처 길 위의 의사

 

 

▲     © 운영자

 

비 오는 길바닥에 주저앉아 

빗물과 함께 식판에 담긴 밥을 먹는 

사람들을 보면서,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느낀, 의예과 2학년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저분들도 인간인데 

어떻게 이 도시 한복판에서 

저런 모습으로, 단지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이런 방식으로 살 수 있을까

저런 분들이 바로 의사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20년 동안 노숙인 무료의료봉사에 나서게 했다*

 

1995년 이화여대 의대를 졸업하고

2001년 내과전문의 자격증을 땄다

다른 과들은 수술이 많아 노숙인들을 

자주 많이 만나기 힘들 것으로 여겨 

 

그들을 정기적으로

지속적으로 만나기 위해서,

청량리 다일천사병원 의무원장부터

서울서북병원 내과의사로 옮길 때까지

17년 동안 노숙인을 위해 무료봉사에 나섰다

 

 

▲   제9회 한국여성지도자상을 수상한 최영아(맨 오른 쪽) [사진=연합뉴스=여원뉴스 특약]  © 운영자

 

 

대학병원이 제의한 스카우트도 물리치고

의사로서가장 힘들고 어려운 사람을 

먼저 치료하고 싶었던젊은 날의 다짐을 

어려움에 떨고 있는 노숙인과 함께 지켰다

 

노숙인도 한때는 누군가의 아버지였고

누군가의 자식이었으니서로 존중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험하고 험한 길을 스스로 만들며 걸었다 

 

가족관계가 무너지고 인간관계가 단절되며

노숙으로 내몰리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람은 결코 혼자 살 수 없으며

사람의 상처는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치유된다는 

것을, 노숙자들과 몸으로 부딪쳐 깨달으며

 

쪽방촌의 슈바이처로 불리던 

고 선우경식 원장에게서 

육체적 질병 너머에 있는 마음의 상처를 

길 위의 의사로서

어떻게 보듬어야 하는지를 배웠다

 

코로나가 대한민국을 얼어붙게 했을 때는

코로나병동 전담주치의가 되겠다고 손을 들었다

한국 사람은 물론 전 세계를 떨게 하는 

코로나가 과연 어떤 병인지 알아보려고

노숙인 의료봉사에 나설 때의 초심으로

선택했고, 문득 깨달았다

 

▲     © 운영자

 

노숙인들은 코로나 감염자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소외계층이 전염병에 취약하다는 상식과 달리

노숙인인들은 늘 혼자 밥을 먹고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않아서라는 이유보다는

삶에 대해 다시 되돌아보는 스승으로 삼았다

 

하루 한 달도 아니고 한 해 십년도 아니라

이십년 넘는 세월을 의료 봉사한 것은

댓가를 바라고 한 것은 아니었으되 

좋은 일을 하니 멋진 명예가 따라왔다

 

서울시에서 하정청백리상 대상을 받았고

자랑스러운 이화인으로 선정됐으며

라이나전성기재단의 라이나50+어워즈에서 

사회공헌상으로 1억원을 받았다 

덕은 외롭지 않아 반드시 이웃이 있게 마련이었다

 

그의 길은 

길위의 의사, 노숙자 슈바이처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할 일이 더 남아 있다

 

▲    청백리상을 수상한 최영아 [사진=연합뉴스=여원뉴스 특약]  © 운영자

 

노숙인에게 집을 만들어 주고 

일자리도 제공하는 바로 그 일!

집과 일자리 없이 진료만 해서는 

무료 진료소를 회전문처럼 오가며

노숙인 생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21년 동안의 경험에서 뼈저리게 깨달았고

노숙인은 집이 없는 하우스리스가 아니라

가족이 없는 홈리스로서 가족은 물론

다른 사람들과 허물어진 인간관계를 

디시 맺도록 하는 게 노숙인들이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하는 지름길이란 것을 

현실로 만드는 바로 그일!

 

그분의 이끎에 따라

내가 좋아서 한 일이지만

나 혼자서 한 것은 아니었다

재정적으로, 의료적으로

무엇보다 가정적으로 힘써 도와준 

남편의 지지가 가장 큰 힘이 되었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참으며 

잘 크고 있는 두 아이의 말없는 지원도

의료봉사의 길을 계속 가도록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고 있다  

 

 

▲     © 운영자


 

* 최영아 지음, 질병과 가난한 삶 (서울: 청년의사, 2015), 5.

** 서북병원;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폐결핵 및 노인치매환자 전문병원, 1948 10월에 설립됐으며 현재 은평구 역촌2동 산31-1에 있다

*** 최영아: 이화여대 의대를 졸업하고, 내과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한 2001년부터 무료의료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청량리 다일천사병원 의무원장으로 노숙인 의료봉사를 시작해, 영등포 요셉의원 의무원장, 서울역 다시서기의료진료소 원장, 마리아수녀원 도티기념병원 내과과장까지 17년 동안 무료봉사를 했다. 현재는 서울서북병원 내과의사로 재직 중이다. 연세대에서 인문사회의학 석사를 받았고, 석사학위 논문을 보완해 질병과 가난한 삶이란 책을 출간했다.  

 

2011년에 제9회 한국여성지도자상 특별상을 받았다. 2020년에는 제18 자랑스러운 이화인에 선정됐고, 12 서울시 하정(夏亭) 청백리상 대상을 수상했다. 2021년에는 라이나전성기재단에서 라이나50+어워즈 사회공헌상(상금 1억원)을 받았다.   

 

▲  지인에게 선물받은 부채를 들고 기뻐하는....... '홍익인간'      © 운영자
홍찬선의 다른기사 보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yeowonnews.com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한국여성詩來,#최영아,#노숙인,#청백리상,#여원뉴스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