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책임사원 구자관 칼럼 (49) 아름다운 손
내 손, 특히 왼손을 들여다볼 적마다 가슴 아픈 이유
너무 열심히 일하느라, 손금이 다 닳아 없어진 분들...
|
마치 손이 여러개인 사람처럼, 손은 편할 날 없이....
[yeowonnews.com=구자관] 자기 몸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자기애(自己愛)가 없는 사람은 정신질환자들 뿐이라는 글을 읽은적이 있다. 심지어 게을러서, 특히 추운 겨울이면, 세수조차 안 하는 사람이라도, 자기애는 강하다고 한다.
반대로 몸을 아끼지 않고, 몸으로 일하는 사람도 있다. 스포츠맨도 이런 사람 가운데 속하지만, 그렇다고 스포츠맨이 자기애가 없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들었다. 손, 발 머리 등 우리는 자기의 어느 신체 부위도 다 아끼고 사랑한다.
특히 손은 얼굴 다음으로 자기자신을 표현하고, 대변하고, 대표한다. 이 세상에 이루어진 많은 업적의 대부분은 손에 의한 것이었다. 과학이건, 예술이건, 스포츠이건, 기업이건 할 것 없이 손은 인류의 문화와 문명 대부분을 창조하는 일에 앞장선다.
그러니까 손은 얼굴 다음으로 나를 표현하고 대변한다. 인류의 오랜 역사는, 인간의 두뇌에 의해 계획되고,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 손이 없다면 인간은 어떻게 살았을까를 가끔 생각한다. 손이 없으면 어떻게 살까를 생각해 본 사람들은 모두가 “그건 불가능하다”고 외친다.
나 역시 손의 필요성, 유사 이래 손아 이룩한 결과물 속에서 살아왔다. 특히 손은 두뇌와 직결되어 있어서, 우리가 생각하고 염원하는 일들은 대개 손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나는 젊어서부터, 아니 어려서부터 손을 많이 혹사해왔다. 어느 정도 혹사했는지 구체적으로 실감나게 말한다면, 마치 “나는 손 안 아껴! 일 많이 한다고 손이 닳기야 하겠어??!!”....마치 이런 생각을 실천에 옮기려는 사람처럼 손을 많이 사용했다. 많이 사용했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라면 하지 않았을 일을, 내 손은 많이 했다는 뜻도 된다.
내 손은 말도 할 수 없이 수난을 겪은 손. 때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을 하다가 상상할 수 없는 일에 직면하기도 했던 나의 손.... 그런 생각을 할 적마다손에 대해서 미안하다.
|
축하객들과 악수를 나누며 나는 가슴이 콱 막혀..
우리 ㈜삼구inc가 창립된지 35주년 기념식에서인가, 나는 호스트로서 행사장 문 앞에 서서, 찾아주신 축하객들을 일일이 영접했다. 모두가 고마우신 분들!! 그분들이 아니면, 오늘날의 ㈜삼구inc가 어떻게 이렇게 클 수 있었을까를 생각하면서, 그분들의 손을 일일이 두 손으로 마주 잡으면서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두 손으로 그분들의 손을 잡고 감사합니다, 어서오십시오, 오랜만입니다, 등의 인사로, 찾아오신 분들에게 감사를 했다. 나는 그때부터 가슴이 얼얼해지기 시작하더니, 아예 콱 막혀버린 듯, 감사합니다 하는 인사를 하면서도 목이 메이기 시작했다.
초청객들이 거의 다 오시고, 예정된 시간에 창립기념식은 시작되었다. 식순(式順)에 따라 인사말 순서가 되어 단상에 올라가 마이크 앞에 섰다. 그리고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하려는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목이 메어버렸다. 눈물은 쏟아지기 시작하고, 말은 안 나오고, 나는 그냥 인사를 드린다는 것이 그 자리에 넙죽 엎드려 큰 절을 하고 말았다.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축하합니다!” 라는 고함소리도 들렸다. 그런데 나는 일어날 수도 없을 지경으로, 몸을 지탱할 수가 없었다. 박수 소리는 더욱 크게 쏟아졌고, “축하합니다!” “브라보!!” 크게 환성을 부르는 분들이 있는가 했더니, 축하객 전원이 “축하합니다!” “브라보!!”를 외치며 박수갈채를 보내주셨다.
사실 그 날 나는 손에 대한 가슴 아픈 사연과 맞닥뜨려야 했다. 아니 가슴 아픈 손들을 마주 잡아야 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느끼지 않았을 일을 내가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인 건 아닌가 생각되지만, 민감이 아니라 둔감(鈍感)하게 받아들였다 해도 나는 그 날 그럴 수 밖에는 없었다.
내가 창립기념행사 초청주로서 목이 메어 인사말도 제대로 못하고, 울며 바닥에 큰 절을 한 것은, 내가 그 날 축하하러 오신 분들의 손을 잡으면서 시작된 것이다. 사실 나는 하객(賀客)이 반쯤 입장하셨을 때부터 이미 속으로 울고 있었을 것이다.
나를 가슴이 콱 막히도록 슬프게 한 것은, 손 때문이었다. 내 손 때문이 아니라, 내가 마주 잡은 손, 축하하러 와주신 그 분들의 손 때문이었다. 지금도 그 얘기를 하려니 눈물부터 앞장을 서려고 하지만, 우리 회사에서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하는 그분 들의 손이 나를 그렇게 울게 한 것이다.
|
축하객들과 악수를 하다가, 새삼스레 알게 된 가슴 아픈 사연
하객의 손을 마주 잡으며 “감사합니다. 바쁘신데 이렇게 와주시기까지 해서....”라며 얼굴에는 웃음을 띄우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이미 그때부터 울고 있었지 않았나 생각된다.
CEO들은 대개 손이 곱다. CEO들은 현장에 나가서 직접 작업도구를 일일이 만지며 험한 일 하는 건 아니니까, CEO들은 대개 손이 곱다. 물론 CEO 중에서도 어려운 작업을 하다가 손가락이 절단된 사람도 있다. 내 경우도 손가락 4개가 톱으로 거의 반이 잘라져 나갔다.
그 후 치료를 받아 지금은 다행히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만, 기타를 치고 싶어도 칠 수가 없다. 왼손으로 기타의 코드를 잡아야 하는데 왼손의 모세혈관이 다 잘려져 나갔었다고 보아야 하나, 그 잘라진 부분 쪽은 아물긴 했어도 코드를 누를 수가 없어서 기타를 배우고 싶어도 배우지 못한다.
다행히 다른 일 하는 데는 지장이 없이 지내고 있다. 그런데 그 날 회사 창립기념일에 찾아주신 고객들의 손을 잡고 축하를 받다가 가슴 아픈 현실과 마수 선 것이다. 아니, 가슴 아픈 손들을 마주잡게 된 것이다.
사실 고마운 분들을 다 초청하려면 극장이나, 체육관 같은 데를 빌려야 했는데 그럴 수가 없어서 모범사원 표창을 받은 250분을 중심으로 초청을 했다. 더 초청을 하려고 해도, 우리가 하는 일에는 노는 날이 있을 수가 없어서, 일요일이나 공휴일에도 항상 인원의 절반 정도는 나와서 현장 작업을 해야 한다.
그래서 현장 일을 잘 해준 모범사원 200명을 초청해서 행사는 시작된 것이다. 식순(式順)에 따라 대표책임사원인 내가 기념사를 하러 올라갈 때부터, 설움이 복바쳐서 막상 마이크 앞에 섰을 때는, 목이 메고 눈물이 터져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
사실은 내가, 서러운 시절을 많이 겪어서 그런지 눈물이 많긴 하지만, 그 날은 더욱 서럽고 다리에 힘이 풀려 서있을 수도 없고 해서 큰 절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인사라도 하려는데 말문이 막혔는지 말이 안 나왔다. 목이 메서 말을 할 수가 없던 것이다
|
우리와 일하는 분들 중 ‘고운 손’이 하나도 없는 이유
그 순간 참석한 분들은, 내가 고생한 지난 날을 생각해서, 목에까지 차 오른 슬픔에서인사말도 제대로 못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날 참석한 분들 가운데, 그 후에 나를 만났을 때, 옛날 고생할 때 생각나서, 목이 메었던 것 아니냐고 말씀하는 분도 계셨다.
물론 그런 면도 없진 않았다. 맨손으로 기업을 일군 분들 가운데는 더 고생한 분도 많아서 나는 항상 “나 정도 고생한 것은 고생도 아닙니다,” 라고 말씀 드리고 있고, 실제로 기업인들 가운데, 나만큼 고생 안 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고생이 직업인 것처럼 일하면서, 기업은 부업이고 고생이 본업(本業)이 되어, 그야말로 고생을 밥 먹듯이 하면서, 바닥에서 일어나 기업을 크게 이룩한 분들을 나는 항상 존경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그 날 설움이 목구멍까지 차오른 것은 단순한 고생 때문은 아니었다.
축하하러 오신 분들을 문 앞에서 영접하며. 일일이 악수를 하다가 보니까 그 가운데 손 고운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남자고 여자고 모두 거친 손....모두다 손이 거칠었다. 예를 들어 호텔의 룸메이드 하는 등, 손을 많이 쓰는 분들은 손금이 다 없어져서 지문도 안 나올 정도로 혹사하며 일하는 분들... 그 거친 손들이 나를 목 메이게 하고, 인사도 제대로 못하게 한 것이었다
나는 그냥 울어버렸다. 내가 이 자리에서 기념사를 하는 것이 누구 덕택일까? 우리 회사가 경영이 잘 되고, 그나마 먹고 사는 것은 이 분들 덕인데, 이 분을은 손이 이렇게 거칠고, 지문이 다 닳아 버렸구나. 그 분들에 대한 고마움이 설움으로 복바쳐 올라 기념사도 다 하지 못하고..
이 분들 덕에 우리 회사가 잘되고, 사원들이 먹고 살고 있으니... 그 분들의 그 거친 손이, 사실은 이 세상에서 가정 고맙고 아름다운 손이 아닌가? 특히 그 여성들의 손은, 참으로 아름답고 어머니 같은 손 아닌가?
내가 가장 고맙게 생각한 분들의 손. 내가 그 어려운 공원(工員) 생활을 하면서 고마움을 항상 받았던 손. 고운 손은 아니지만 고마운 손. 나는 손이 너무 거칠어서 부끄러운 건 아니지만, 그 분들 손을 만져보니, 예를 들어 앞에서 언급한 호텔에서 일하는 분들은, 침대 시트카버 등을 일일이 손으로 정리해야 하니까 손금이 없어질 정도로......
지금은 그런 일도 비닐장갑을 끼고 하지만, 그 당시엔 장갑도 안 끼고 맨손으로 해야 했다. 내가 그분들에게 큰 절을 하는 것은, 그분들 덕분에 내가 먹고 살고 자식들 공부 잘 시킨 것은 물론, 우리 회사가 잘 돼서, 많은 사원들도 다 어렵지 않게 살고 있으니, 이게 모두 그분들 덕 아니겠는가? .
나는 골프 늦깎이인데, 골프를 치는 것도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골프를 치다가도, 손에 약간 감각이 오면, 나는 그 분들을 생각한다. 마음 속으로 큰 절을 올리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를 잊지 않는다.
![]() |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