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칼럼니스트 서형수의 맛칼럼 (6)후추
후추 없는 식탁은 주례 없는 결혼식장이다
후추 안 들어간 음식은 지구상에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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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다고 깔보지 말라”의 전형적 식품
[yeowonnews.com=서형수] “후추는 작아도 진상(進上)에만 간다. ”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에서는 후추가 주어(主語)이긴 하지만, ‘진상’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비록 작고 볼품 없지만, 적어도 상감마마나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에게 보내진다는 후추..그러니까 작다고 비웃지 말라는 의미가 포함된다, 는 것은 비꼬는 소리이고, 사실은 상감마마 수라상에도 후추 빠지면 안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또 이 속담에는 “사람을 그 체구를 가지고, 즉 겉모숩만 가지고 평가하지 말라”는, 경구(警句)의 의미도 들어 있다. ‘진상’은, 보기에 허름하고 질이 나쁜 물건, 또는 겉 다르고 속 다른 사람을 이르는 말 같은데, 그래도 심한 욕은 아니고, “그냥 좀 곁에 오지 말았으면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많이 쓰이고 있다.
진상이란 호칭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상대방을 좀 덜 존경한다는 의미가 내포되기도 했는데, 한문으로 진상(進上)이라고 쓰면 “진귀한 물품이나 지방의 토산물 따위를 임금이나 고관들에게 바친다”는 뜻이다. 최근에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되는 ‘진상’은, “그 친구 좀 진상이다”하면, 겉보기에 능글맞고, 재수 없어 보이고, 질이 좀 나쁘다고 평가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비꼬는 말로도 쓰인다.
후추는 생긴 몰골(?)로 보아서는 누가 그렇게 애호할 것 같지 않은데, 우리나라의 경우 아구탕, 삼계탕, 불고기, 생선매운탕....뿐만 아니라 소고기를 날로 먹는 육회 등에도 빠지는 법이 없어 보인다. 좌우간 거의 모든 음식(주로 반찬)에 후추 안 들어간 메뉴 별로 없다.
필자는 역마살이 있는지, 30여년간 전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다. 주로 식품 개발이나 수입 등, 사업상 목적으로 그렇게 나돌아 다니면서도, 전세게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서도 후추를 사용하지 않는 나라나 도시를 별로 구경하지 못했다.
전세계 후추 시장이라는 데를 다 돌아다니기도 했지만, 그리고 한국에서는, 그나마 후추 전문가라면 서열에 빠지지 않는 편인데, 아직도 후추의 독특한 맛에 대해 이야기 해보라면 망설여진다. 후추는 그 ‘왜소한 체구’에 비해서, 아니 체구라고 할 것도 없이, 그냥 콩보다는 작고, 우리가 제일 작을 것을 언급할 때 빼놓지 않는 ’눈꼽‘ 이나 ’깨알‘보다는 좀 큰 편이다. 그러나 작은 ’체구‘에 비해, 톡 쏘는 그 맛이, “작다고 깔보지 말라!”의 전형적인 식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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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후추 사용량은 왜 계속 늘어나나?
후추 가격은 변동이 심하다. 가격 변동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후추 가격 변동은 전쟁과도 관련이 깊다. 뿐만 아니라 국민 1인당 소득과도 연관되는, 아주 다양한 데이터를 포함하고 있는 향신료에 속한다.
최근 20-30여년 사이에 소시지, 햄벅 등 인스턴트 식품이 늘어나면서, 이와 비례해서 후추 사용량도 늘어나고 있다. 후추 안 들어가는 식품이 거의 없으니까. 전세계적으로 후추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고, 후추 가격도 물론 계속 오르고 있는 추세다.
후추 안들어가는 음식 별로 없듯이, 후추 사용하지 않는 나라도 별로 없다. 그러니까 당연히 후추 가격은 오르게 되어 있다, 는 것이 상식이다. 후추는 육류의 심한 냄새를 제거하고, 방부제 역할도 하고 있다. 육식이 늘어나면서 그와 정비례해서 후추값이 금값보다 비싸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후추는 어느 나라에서나 비싼 조미료에 속한다. 후추 한 줌이 장인((匠人)1년 월급과 맞먹고, 노에 1명의 1년치 임금과 맞먹는다는 기록도 있다. 그러니 식품 치고는 거의 금값이라 하겠다. 방부제로도 사용되고, 한약재로도 사용되는 식품이니 가격대도, 어느 나라에서나 만만치 않다.
기원전 4세기에 로마, 인도 등에서 무역으로 거래되던 후추는 로마 유럽등에 퍼지기 시작했다. 원산지로는 인도, 말라바리(Maalabar의 영국발음), 말레이시아, 베트남, 스리랑카, 에콰도르, 브라질 등에 공급되기 시작했다.
후추는 적도 부근에서 많이 나오는 넝쿨식물이다. 자목은 1m 정도 간격으로 꺽꽂이 해서 심고 키우는 나팔꽃과의 식물이다. 중동, 아랍, 베네치아 등의 상인들이 무역으로 전세계에 보급하기 시작했다.
네델란드 상인들이 인도에서 350년동안 후추를 수입해왔다는 기록도 있다. 인도네시아 람퐁 지역에서 많이 나오고, 쿠친(말레이지아), 살리만탄 등에서도 재배된다.
네델란드 사람들은 쇠고기를 비롯해서 육식을 많이 하기 때문에 후추 사용량이 많다는 기록도 있고, 폴튜갈 상인들이 브라질 등에 보급했다. 콜럼버스가 1491년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할 때 후추도 발견했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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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추는 방부제 역할은 물론, 면역력까지 높여준다?
후추나무 재배하는 법을 보면, 후추나무와 후추나무 사이에 커피나 코코아를 심어 준다. 그래야 번식도 잘 되고, 아주 양질의 후추를 재배할 수 있다고 한다. 후추는 기르기에는 별 어려움이 없으나, 20년 넘으면 번식력이나 면역력이 약해서 후추가 잘 안 열리는, 좀 까다로운 식물로 알려져 있다.
후추가 금보다 더 비싸던 시절도 있었다. 후추는 원주민들이 심고 키워 오던 넝쿨식물로, 한 번 꺽꽂이로 심으면 30년 넘게 열매 수확이 가능하다. 후추를 심으면, 후추나무 1그루에서 1kg의 후추가 생산된다고 한다. 카카오와 후추, 커피 등은 비슷한 기후에서 자란다. 다시 말하면 커피 생산국은 거의 후추 생산국이다, 라고 알면 된다.
후추의 성분을 보면 껍질은 기름 성분, 중심은 전분 성분인데, 잘 영글면 후추나무 1그루에서 300g이 나오기도 한다, 물론 산지(産地)에 따라서, 또 지상 기온에 따라서 작물이 덜 나오기도 하는데, 껍질의 양(量)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평가되기도 한다.
후추는 주로 향신료(香辛料)로 쓰이지만, 후추를 자주 먹으면, 암에 안 걸린다는 설(說)도 있다. 후추는 방부제 역할도 하고, 후추를 매일 음식에 섞어 먹으면, 면역력이 좋아진다고 한다. 의학적으로 증명되었느냐 여부를 떠나, 주로 후추 산지나 판매하는 사람들(후추 메이저들, 브로커들) 사이에선 전설처럽 전해지고 있는데, 물론 선전효과를 노린 점도 간과할 수 없겠다,
라틴 아메리카 등에서는 후추나무가 그늘진 곳에서 자라거나 수확량이 적으먼, 중간중간 코코아 나무도 심어준다. 후추나무가 있으면 주변에 벌레도 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추는 심은지 5—7년 사이에 수확도 많아지고 20년까지는 수확량이 좋아진다. 후추는 가격대도 만만치 않다. 중국은 한 때 후추 한 알을 진주 한 알과 맞먹을 정도로 귀하게 여기기도 했다. 귀족들이 먹는 식품이라 그 가격이 그런 소리가 나올만큼 가격이 폭등한 것으로 전해진다.
후추가 동양에 보급된 경로를 보면, 중국 한나라때 인도에서 교역으로 들여온 것으로 전해지는데, 인도에서 실크로드를 거처서 퍼져나갔다. 우리나라엔 고려시대 송나라에서 처음 들어왔다는 기록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1389년 고려 공양왕 때 처음 들어온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송나라에 갔던 사신이 후추 300근을 가져온 것이, 우리나라 후추 역사의 시작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
후추가 수입되었다고 하나, 우리나라에선 한 때, 너무 비싸서 식품으로는 사용하지 못하고, 약초로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후추를 잘 먹으면 추위를 타지 않고, 여름엔 식중독 예방(방부제)해준다고 믿어, 한 때 상비약으로까지 가정에 비치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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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인당 소득 올라갈수록 후추값도 덩달아...
후추는 우리나라의 6.25 동란기간인 1950—1952년 사이에 1파운드 당 5천달러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가격이 급속도로 올라가니까 말레이시아에서 갑자기 많이 심었고.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후추 심는다고 나설 정도...우리나라는 6.25 때부터 심기 시작했다는 설도 있다.
후추 사용국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그냥 통후추로 먹기도 하고 4등분 해서 먹기도 한다. 기계에 갈면 60=80 조각으로 나눠지는데,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렇게 먹는다고 한다.
후추는 햄 소시지나 라면 수프에 많이 들어간다. 용도에 따라 넣는 양이 달라지는 건 일반 조미료와 같다. 백후추도 있는데, 물에 담궈 놓았다가, 껍질 이 다 까진 다음에 조미료로 사용한다.
미국 동부지역 사람들의 경우 자극성 있는 음식 많이 먹어서 냄새가 많이 나니까, 그런 냄새 덜 나라고 후추를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 인도 말레이시아 에콰도르 등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후추에는 검은 후추도 있고 하얀 후추도 있는데, 검은 후추는 잘 영글면 껍질이 쉽게 까지지만, 덜 영글면 내용은 없이 껍질만 남기도 한다.
후추는 베트남에서도 많이 재배된다지만, 기후 관계인지 관리가 잘 안되서인지, 질이 좀 떨어진다고 해서 가격도 다른 후추보다 저렴한 편. 베트남은 전쟁이 끝난 후 후추와 커피를 심기 시작했다고 한다.
1950대에는 후추 가격이 1파운드 당 5,500 달러까지 치솟아서 최고가격을 형성했고, 이 때 ’후추값=금값‘ 소리가 나왔을 정도. 1KG 가격은 나무 많이 심어서 1980년 초까지 떨어져 가격 폭락 현상이 왔다. 1톤당 $1,610까지 떨어지자..말레이지아는 후추나무를 다 베어버리고 말았다고 한다.
후추 가격은 10여년동안 매년 올라 1톤당 6천달러까지 호가(呼價)되기도 했다. 그렇게 가격이 치솟는데도 후추 소비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육류 소비량이 늘어나면서 후추 사용량도 그에 따라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
후추는 육류의 심한 냄새를 제거하고, 방부제 역할도 한다. 한 때는 후추값이 금값보다 비싸다는 설도 있었지만, 그래도 계속 식탁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후추의 독특한 맛과 기능 때문이다.
후추는 우리들 식탁에 오르는 육류의 심한 냄새를 제거해 주는가 하면, 방부제 역할도 하고 있어서, 국민 1인당 소득이 올라갈수록 후추값도 오르고 있다. 심지어 후추값이 금값보다 비싸다는 설도 있지만, 후추가 지닌 기능과 향미(香味)를 가지고 본다면, 약간 비쌀지는 몰라도 육류 다량소비국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향신료이고 맛을 좌우하는 신비한 식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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