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참겠다

3만불 소득국가 대한민국 국민이 굶어죽었다는 사실[김재원칼럼]

우리는 부끄러운 나라의 국민이다. 갑자기 부끄러운 국민이 되었다. 남과 북의 비극은 아직도 계속...

김재원칼럼 | 기사입력 2019/08/3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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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칼럼]1인당 GNP 3만불 소득국가 대한민국 국민이 굶어죽었다

 

두 모자는 기가 막혀 눈을 감지도 못했을 것이다.

압박과 기아에 시달리다가,

인생 유일의 희망으로 택한 남쪽 나라..

꿈에도 그리던 그 남쪽나라에서 굶어죽은 영혼아. 

 

모순 없는 사회는 없다. 인간이 있는 모든 곳에 모순이 있다는 전제를 놓고 보면, 모순이 없다는 사실 자체가 모순이 될 수도 있다. 모순으로 인해 의견이 갈리기도 하고 정체성 여하가 갈리기도 한다.

 

▲ 두 모자의 죽음. 단 두 사람 죽은 거 가지고 뭐 그러느냐고 말하지 말라. 국가 전체의 위상이 흔들린 사건..굶어죽은 엄마와 아들...이언주 국회의원이 탈북모자 아사 규탄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newsis)     © 운영자

 

그러나 최근 우리가 접한 가슴 아픈 모순 한 가지는 굶어 죽지 않으려고 죽음을 무릅쓰고 남으로 온 탈북 모자가, 그토록 그리던 남에서 굶어 죽었다는 사실이다. 누구의 잘못이냐 아니냐를 따지기 앞서 우리의 치부를 드러낸 사건, 대한민국의 모순이다. 숨겨졌던 모순을 굶어죽은 고 한상옥 모자가 세상에 들어나게 한 것일 뿐. 

 

말단 행정기관의 하위직 공무원만 이 사건의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자유를 찾아서, 굶어죽기 싫어서 찾아 온 동포가 굶어 죽었다는 이 사실에 대해서 대한민국은 뭐라고 변명을 해도 소용 없다. 일단 고개부터  숙여야 한다

 

두 모자는 자신의 선택으로 남으로 왔다. 그런데 그들은 굶어 죽었고, 그 주검은 2개월 가까히 방치되어 있었다. 두 모자는 기가 막혀 눈을 감지도 못했을 것이다. 압박과 기아에 시달리다가, 인생 유일의 희망으로 택한 남쪽 나라..꿈에도 그리던 그 남쪽나라. 

 

그런데 그 남쪽나라가 자신들을 굶어죽게 했다. 그러나 자신들이 굶어죽어도, 그 사실 자체를 알지도 못하고 넘어간 나라. 그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그들은 굶어 죽었다. 대한민국에서, 국민 1인당소득 3만불 시대에 들어선 나라 대한민국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굶어 죽었다

 

우리는 여기서 진정으로 우리나라의 사회안전망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야 한다. 빈틈 없는 사회안전망 구축에 올인해야 한다.  우리가 저지른 이 실수는 고급 공무원의 실수이건, 하급 공무원의 책임이건, 일단은 대한민국 행정부의 절차상의 치부를 드러낸 것이다.

 

▲ 광화문에 임시로 마련된 빈소에, 방문한 탈북 동포들은, 조문의 말도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다. 광화문에 임시로 마련된 고 한상옥 모자의 빈소.     © 운영자

 

우리는 희망을 찾아온 탈북민에게 더 많이 신경 써야 했고, 더 많이 배려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들의 주검은 50일이 넘도록 방치되어 있었다. 남한은 그들을 두 번 죽게 했다. 50일이 넘도록 대한민국이 망각했던, 방치했던 그 모자. 행정부는 아무리 큰소리 쳐도 이 부끄러움을 모면할 수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부끄러운 사람들은 아니라는 점을 세상에 알리고, 아니 그 모자에게 먼저 알려야 했는데, 그들은 우리가 그것을 알려 주기도 전에 이 세상을 떠났다. 이제 그들에게 사과하고 싶어도, 사과를 들어줄 당사자가 이미 우리와 세상을 달리했다. 

 

부끄러운 마음으로, 그러나 진심으로 그 모자의 영혼에 사과를 드리고 싶다. 영면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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