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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 없었다면 DJ가 대통령 되었을까? [ 7 ]

남편을 설득할 줄 알아야, 불행도 피해 간다. 설득하려면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를 확실히 알아야....     

김석주기자 | 기사입력 2019/09/0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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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설득할 줄 알아야, 불행도 피해 간다

이희호 없었다면 DJ가 대통령 되었을까? [ 7 ]

                                 

                    잘 드는 가위

          

▲ DJ의 괄목할만한 정책 가운데는 여성정책, IT정책, 남북정책 등이 있다. 사진은 최초로 북한을 방문,그 곳 어린이들을 찾아간 영부인 이희호여사.     © 운영자

        

 

  희생적인 한국의 아내들이 남편에게 보여 줄 수 있는 힘은 상상 외로 크고 강하다. 

 이희호는 남편 DJ에게 여러 가지 힘을 보여 주는 다양한 캐릭터일 수 있었다. 

 남편이 아내에게 보여주어야 할 것 가운데 남성적인 힘이 있다. 그것은 아버지나 친구 같은 힘이기도 하고, 어떤 일을 성취하는 매력적인 힘이기도 하고, 도움이 필요할 땐 언제고 달려와서 손을 내밀어 주는 힘을 말한다. 

 그러나 남편이 아내에게 보여주어아 하는 힘은 권위나 부도덕을 배경으로 한 폭력적인 힘이어서는 안 된다. 

 아내가 남편에게 보여주어야 할 것 가운데 남자로선 흉내도 못 내는  여성적인 힘이 있다.

 그것은 어머니나 누님이나 친구같은 힘이기도 하다.

 그것은 남자에게 세상이 아름다움을 인정케 하는 사랑의 힘이기도 하다.

 그것은 옆에만 있어 주어도 용기백배하는 존재 그 자체의 힘이기도 하다.

 그것은 자기 한 몸을 내던질 수도 있는 자비와 희생적인 힘이기도 하다.  

 이런 여성의 힘들은 수 많은 문학작품과 미술이나 음악이 예찬하던 여성만의 힘이다. 

 그러나 아내가 남편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힘은, 불신과 질투를 배경으로 한 시시비비적인 힘이어서는 안 된다.

 이희호는 DJ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제일 먼저 부르고 싶은 이름이었고, 만나고 싶은 얼굴이었고 잡고 싶은 손이었다. 가정을 돌 볼 수 없는 DJ가 자기 대신 맡으라고 몽땅 위임한, 어떤 면에서는 DJ보다 유능한 가정관리인이었고, 아들들에게는 어머니인 동시에 아버지이기까지 했다.

 가정 관리라는 단순한 캐릭터로서의 많은 아내들이 남편에게 던지는 당연한 불평과 시시비비조차 이희호는 누릴 수가 없었다. 

 잘 드는 가위의 한 쪽 날이 되기 위해 이희호는 언제나 위기와 보살핌과 대리 투쟁을 준비하고 있어야 했다. 

 때로는 이희호의 생각과는 다르게 가려는 남편을, 같이 가자고 설득하는 역할조차 그녀의 것이었다.

 논리보다 감성이 발달한 많은 아내들이 남편을 설득하다가 감정이 폭발하거나, 주제를 탈선하여 비약을 하다가 설득에 실패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지금 우리는 참으로 인내심 깊은 설득이 남편에게 필요한 시대를 어렵게 살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눈빛만 보고도  

 입씨름의 기회를 피하는 것이 입씨름을 잘 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귀신이나 뱀이나 교통사고처럼 두고두고 피해야 하는 것이 입씨름이다. 

 그런데 이 나라의 아내들은 입씨름을 너무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특히 상대가 남편인 경우에는 “오늘은 그냥 두지 않을 거야! 여지껏 참아준 것만도 고마워 하라구!” 식으로 입씨름을 시작하면 대화라든가 설득이라든가 하는 것은 강 건너 가기가 쉽다. 

 우리나라 국어 교육에 읽기와 쓰기는 있는데 불행히도 말 하는 교육, 대화의 교육이 없어서 그렇다고도 보여지고 여성 특유의 과잉감정도 원인이 된다고 본다. 

  여자가  감정을, 특히 남편에게 폭발시키는 감정을 잘 조절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의 불행을 부인하지 말라. 특별한 사람에게나 일어나는 줄 알았던 온갖 불행이 지금 남편의 주변, 또 바로 그 아내의 주변에 마구 일어나고 있다. 

 남편을 설득해야 하는 새로운 역할이 우리에게 부여된 것을 차라리 축복으로 알자.

  사랑하고 있을 동안은 눈빛만 보고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가 있다. 사랑이 원숙기를 지나, 손을 마주 잡아도 전기가 오지 않는 연령에 이르면 아무리  눈빛을 마주 보아도 그 마음을 알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두 눈을 마주 보지도 않으니 탈이다. 

 마주 보는 것만이 사랑은 아니다. 둘이서 같은 발향을 보고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도 사랑이다.

 IMF 같은 국가적 비상시기에는, 남편과 아내의 의견 충돌이 피치 못하게 많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뇌졸증이나 심장마미로 갑자기 사망하는 직장인이, 그러니까 남편이 늘어나는 것도 IMF 시대의 한 특징이라고, 당시 9시뉴스들은 보도하고 있었다. 

 남편들을 계속 조이고 있는 불행이 그의 건강이나 목숨을 위협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내들은 논리와 사랑이 깃든 설득력으로 그런 불행을 미리 막을 수 있어야 한다. 설득력이란 의논인 동시에 비전이나 방법론의 제시를 말하기도 하니까. 

 

       고관절      

     

▲ 일본에서 납치되어 구사일생으로 돌아온 DJ. 그는 툭하면 생과 사의 갈릴길을 넘나들었다. (죽을 위깅서 살아 돌아온 남편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는 이희호.     © 운영자


      

 71년 김대중은 14톤 화물 트럭에 깔려 이름 없는 죽음을 당할 뻔 한다.

 대통령 선거에서 박정희에게 근소한 표차로 패배한 DJ는 바로 한 달 후에는 국회의원 선거 유세에 나간다. 자기의 선거가 아니라 자기 당의 다른 후보의 지원 유세를,  자기 선거때보다 더 많이 해야 할 입장이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의 생명을 노리는 측으로부터 화물차 공격을 받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지만, 그로부터 지금까지 지팡이를 짚거나 지팡이가 없으면 아주 불편한 상태가 되기도 한다. 잘못된  고관절 때문에 방바닥에는 정좌(正座)할 수가 없어서 의자 신세를 방에서도 져야 했다. 

 교도소에 수감되었을 당시는 DJ를 괴롭히려고 잡아 넣었지만, 오죽했으면 그 서슬이 퍼런 교도소에서 특별히 감방에 의자를 넣어주기까지 했겠는가? 

 이희호는 선거가 끝난 후 일본에 가서 잘못된 고관절 치료를 하라고 간곡히 권유한다.

 “당신 그 몸으로 무슨 정치를 하시겠어요? 어떻게 그 몸으로 국가를 이끄는 큰 역할을 맡으시겠다는 거예요? 몸을 우선 바로 잡으세요.”

 이희호의 설득에 DJ는 고집을 꺾고 일본행을 선택한다. 

 만약 그 때 이희호가 간절하게 설득하지 않았다면, DJ가  떠난 직후에 선포된 유신헌법 치하에서 어떤 박해를 당했을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자칫했으면 고관절 치료는 커녕 생과 사의 문제가 새롭게 대두되었을만한 상황이었다. 

 그 외에도 이희호는 아주 적절하고 간절한 설득으로 DJ의 인생에 없지 못할 위치를 찾이한다. 

 남편이 아내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냥 한 사람의 애 낳는 기계를 요구하는 것일까? 그것을 목적으로 결혼하는 남자도 있을까? 단순한 동거녀로서의 역할만 아내에게 요구하는 남편은 없을 것이다. 

 집지키는 여자를 구해다가 아내를 삼는 남자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기가 막힌 것은 결혼 후에 남편이 바라지 않았는데도, 단순한 동거녀의 자리로 물러 앉아 아이 낳고 키우는 기계가 되거나 가정관리인이 되어 버리는 아내는 얼마나 많은가?

                             

      적어도 부부라면...  

 

▲ 남편이 구속되면 뜻을 같이 하는 국민들과 함께 거리에 나서 구명운동하는 일도 서슴치 않았다. 자신이 아내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항상 찾아다닌 이희호....     © 운영자

 

 IMF 가 터지던 해의 얘기다. 당시 대한민국 땅에서는 하루 1백명의 사장이 죽어갔다. 기업의 부도가 그렇게 많았다는 얘기다. 기업의 부도는 사장에게는 죽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남편이 부도가 나는 날까지, 회사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전혀 몰랐다는 아내도 있다. 

 남편이 상을 찡그리면,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짐작은 못하더라도 상상은 해야 하는 것이 사업가의 아내다. 

 마찬가지로 아내가 얼굴을 찡그리면 그 마음자리를 걱정해 주어야 하는 것이 남편의 입장이다. 

 그런데 임신한 아내가 자연유산이 될 때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남편이 젊은 세대들 가운데에도 있다.

 적어도 부부라면, 남편과 아내 사이라면 그렇게 넘어가서는 안된다. 

 DJ는 아내의 설득으로 고관절 치료를 위해 일본으로 간 덕분에 유신 초기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80년 서울의 봄을 구가하려던 우리들의 5월에 DJ는 구속되어 그 해 9월 사형선고를 받는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는 사형선고였고, 억지춘향으로 감형된다. 

 DJ는 미국행을 강요받는다. 

 물론 고분고분 하게 응할 DJ는 아니었다.

 같이 고생하는 동지들을 생각해서, 죽어도 같이 이 땅에 있겠다는 것이 DJ의 고집(?)이었다.

 DJ는 인생의 많은 부분에서 오직 이희호만이 설득 가능한 고집을 여러 차례 부려왔다. 아니 그것은 DJ의 입장에서는 고집이라기 보다는 신념이었고, 물러설 수 없는 지도자의 리더십인 경우가 많았다. 

 사형선고에서 감형된 후 미국으로 가라는 강요를 거부하는 DJ 설득에 또 이희호가 나선다.

 무기에서 20년 징역으로 감형은 되었지만, 죽느니 강제적인 망명이긴 하지만 떠나고 보자는 것이, 남편의 생명과 건강을 항상 우선으로 걱정했던  이희호의 입장이었다.  

 “가셔야 돼요. 당신이 이 땅을 잠시 떠나는 것이, 당신과 함께 고통 받는 분들의 고통을 덜어드리는 길이니까요.”

 그래서 이루어진 81년 초 DJ의 미국 행이었다. 

 남편의 일을 이해하지 않는 상태에선 충고고 설득이고가 없다. 오직 남편이 하는 일을 이해하고, 또 남편이 아내의 이해에 전적인 신뢰를 보일 때에만 설득은 가능한 것이다. 

 남편이 부도나는 날까지 남편 회사 사정을 전혀 몰랐다는 아내, 남편 인생에 없어도 되는 아내라면, 무슨 설득을 할 수 있으랴?    

       

         그 때 그 호텔

 직장생활이 아니꼽고 더럽고 치사해서 못 해먹겠다고 사표를 쓰겠다고 하는 남편은 회사마다 있고 집집마다 있다. 방송을 통해 직장인을 위한 상담을 맡은 적이 있다. 남편의 사표 제출 문제로 고민하는 아내가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럴 때 어떡해야 되느냐고 묻는 아내의 심정은 참으로 막막했을 것이다. 남편의 사표는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 심각한 것이니까 막막할 수밖에.

 이런 경우 필자의 충고는 첫째가 ‘객관적인 관점’이고 둘째가 ‘애정 어린 설득’이다. 

 최근에 겪은 사례 하나.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H 사장은 기우는 회사를 지탱하느라고 혼이 쑥 빠졌다. 오늘 부도가 나느냐 내일 부도가 나느냐 하는 판인데 그런데도 계산상으로는 회사가 흑자이니 더 미칠 것 같았다.  

 형, 누이, 조카, 동생, 친가 처가 할 것 없이 돈을 빌려 오라고 아내를 조르는 H사장이었다. 

 부인이 아무리 따져 보고 여기저기 물어 보아도 H 사장 혼자 힘으로는 어렵다는 결론이 난다. 

 고집을 부리며 5년만 있으면 큰 돈을 벌 회사라고 버티는 남편을, 머리 아픈데 제주도나 다녀 오자고 부인이 앞장을 선다. 

 그리고 그 제주도 여행에서 H사장 부인은 회사 포기를 간곡히 설득한다. 결국 회사를 사원 및 채권자들에게 넘기고 사는 집만 유지한채 손을 뗀 것이 97년 여름. 

 2개월만 버텼으면 부도 났을 회사를 그나마 넘겨주는 덕분에 자기 손으로 죽이지는 않았다고, 최근에 만난 H씨는 부인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H사장 부인은 객관적으로 시장을 조사하고 회사 내용도 객관적으로 분석한 끝에 완전히 타인 같은 심정으로 남편에게 제시할 객관적 자료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두 사람의 신혼여행지였던 제주도 그 호텔 그 방에 가서 간곡한 사랑의 설득을 한 것이 주효했다. 

 그후 H사장은 건전한 미국 계열 프랜차이즈 대리점을 차려 경력과 수입을 쌓고 있다. 혼자서가 아니라 부인과 함께. 

 그들은 지금도 2개월에 한 번씩 제주도 그 호텔에 들리고 있다.     

              

         설득과 강요 

▲ 이희호는 항상 남편 곁에 있어야 했다.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남자,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를 남편이기에 항상 곁에 있어야 하고, 필요할 땐 유세장에서 귓속말로 충고도....     © 운영자

     

 이희호에게는 남을 설득하는 타고 난 능력이 있다.

 아니 이희호가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발휘했던 그 능력은 어쩌면 DJ 같은 힘든 남편과 살면서, 살아 남고 살려 남기 위해서 터득된 능력일 수도 있다. 

  설득이란 무엇인가? 우격다짐으로 자기의 의견을 상대방 귀에다가 주입하는 것이 설득은 아니다. 그런데도 많은 아내들이 남편을 설득한다고 나섰다가 설득은커녕 씩씩한 부부싸움으로 끝마무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고집이 센 남편과 함께 사는 아내는 때로, 남편을 위해서라도 남편을 설득해야 할 장면에 이르러 설득을 포기하는 때가 많다.

 설득을 포기함은 남편을 포기하는 것이다. 

 설득이란 무엇인가?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협조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그런데 자기 의견을 따르지 않는다고 남편을 욱박지르기만 한다면 그것은 설득이 아니라 강요에 속한다. 

남편에 대한 이희호의 설득은, 때로는 비상벨 울리는 소리일 수도 있고, 때로는 자장가나 찬송가처럼 부드러울 수도 있다. 민주주의를 달성하려는 DJ와, 군사정권을 이어가기 위해, DJ를 죽일 수도 있는 군사정부 아래서, 남편에 대한 이희호의 설득은 단순한 설득이 아니라, 위기로부터 남편을 불러 일으키는 메시아적인 설득일 수도 있었다.

(다음 주 월요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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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김재원(여원뉴스 수석칼럼니스트)의 저서 '이희호의 메이 아이 헬프 유?' 를 바탕으로, 저자 김재원과의 협업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기사는 매주 월요일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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