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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 없었다면 DJ가 대통령 되었을까? [ 10 ]

이희호는 DJ에게 없어선 안될 분신 같은 존재, 아니 이 나라 민주주의 발달사에 없어선 안될 존재..

김석주기자 | 기사입력 2019/09/30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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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원뉴스 희망 연재

이희호 없었다면 DJ가 대통령 되었을까? [ 10 ]

 

 

도덕적 타락 용서치 말라마지막 보루다

 

 

자본주의의 약점

결혼 한 남자의 신뢰도는 그 아내에게 달려 있다.

결혼 한 남자의 도덕성을 따지는 데 있어서 그 아내는 절대적 존재이다.

 

▲  아태평화재단 행사에서 함께 노래하는 고 김대중대통령과 이희호엿의 다정한 모습    © 운영자

 

오늘날의 내가 있는 것은 모두 내 아내 덕분이다라고 공개적으로 자주 또 진심으로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를 믿어도 좋다.

그러나 자유분방한 나라의, 자유분방한 사람이 그런 소리 하는 것은 어쩐지 믿기가 좀 그렇다.

예들 들어 백악관 여직원이었던 르윈스키를 비롯해 몇 몇 여성과의 관계 때문에 지퍼 게이트로 곤경을 치뤘던 클린턴이, “오늘날의 내가 있는 것은 모두 내 아내 덕분이다라고 말 했다면 전적으로 믿어 줄 미국 국민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남자가 주의해야 할, 그리고 장담하지 말아야 할 함정 같은 문제가 세가지가 있다.

술과 여자와 돈이다.

우리가 흔히 사생활이라고 말 할 때, 또는 도덕적 타락이라는 것을 말 할 때도 주로 이 세가지를 주제로 하게 된다. 요즘 미국을 비롯한, 자유와 사생활의 엉망을 혼동하는 나라에서는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추가되었다.

마약이다.

결국 이 네가지 문제에 결백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에 대해서 최소한도 도덕적 타락을 논하지는 않는다.

나라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 나름대로의 도덕적인 척도를 정해 놓고 이를 지켜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10여년 전 일본에서 벌어진 도꾜 검찰의 대장성(우리나라로 치면 재경부 같은 행정부서)뒤지고 흔들기에서, 국회의원을 포함해서 금융기관의 간부 등 여러명이 자살했다.

도덕적 타락에 따른 스캔들이나 불명예를 죽음으로서 씻으려 한 것이다.

자본주의의 약점 가운데 하나가 도덕적으로 타락하기는 쉽고 그 타락을 규제하고 견제하는 장치는 엉성하다는 점이다. 유혹은 지천으로 깔려 있고 그것을 견뎌내려는 의지는 날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는 것 또한 자본주의의 약점이다.

이희호는 도덕적 타락에 대해서는 경직되었다고 할만큼 엄격했다. 주변 모두에게 도덕적으로 깨끗하기를 요구했다.

 

여자 죽이기

도덕은 강자의 것인가 약자의 것인가?

강자라고 보여지는 사람들은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도덕을 무시하고 있다.

정치적인 강자나 경제적인 강자들은 도덕은 약자가 약한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내세우는 방편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경향도 있었다.

역대 왕이나 군주 또는 재벌들이 도덕적이던가?

용의 눈물의 이성계나 그 아들 방원이나 도덕 문제에 있어선 큰 소리 칠 게제가 아니었다. 파란만장한 일본 막부(幕府) 시대의 영웅 도꾸가와 이에야스나 그의 선배격인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오다 노부나가 등도 예외는 아니다

덕인(德人)이라는 이에야스 하나만 보더라도 처()라고 거쳐 간 여자가 10명이 넘었고 그 몸에서 낳은 자식만 30여명이나 된다. 정확한 숫자를 일본의 역사가들조차 모를 지경인데도 덕인이라니, 도덕성의 원칙을 엄격히 지키는 진짜 덕인이 들으면 웃을 일이다.

20세기 경제적인 강자의 예를 들라면 오나시스가 있다. 요트를 타고 다니며 보석으로 여자를 유혹했던 그는, 엄연한 유부녀인 오페라의 여왕 마리아 칼라스를 남편으로부터 떼어 내서 같이 살면서 한 편으로는 혼자 된 재클린 케네디에게도 손을 뻐처 한 동안은 두 여자 사이를 한꺼번에 오가며 살기도 했다.

말하자면 강자들은 제 마음대로였다. 그들을 비난하는 사람만 웃으개나 촌사람이 되고 만다. 사생활이라는 미명하에 저질러지는 온갖 부도덕을 강자들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해치웠다.

세계적인 #metoo 열풍으로 세계적인 인물들이 추락했다. 이제 전세계가 도덕적 타락에 대해서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metoo 열풍이 한국을 몰아쳐, 많은 저명인사들의 진면목이 여지 없이 들어나고, 평생 쌓은 공로나 경력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최근에 이르러서야 우리는 도덕적 타락에 대해서 엄격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실감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그 부도덕의 희생자는 누구였던가? 입도 힘도 없던 여자들이 뻔질나케 희생되어 갔다.

일본의 경우에서 본다면 강자의 그늘에서 미물처럼 살던 여자들은, 자기가 섬기던 강자가 정치적 생명이 다 했을 때 자살을 요구받거나 목이 베어졌고 심지어는 생매장을 당하기도 했다.

결국 도덕적 타락이란 여자 죽이기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하기야 도덕이라고 하는 잣대 자체가 여자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인지, 남자들은 항상 도덕적인 예외에서 살 수 있었다. 최근이 #metoo 가 그 예외를 무너뜨리고 말았지만.

그런데 이희호는 왜 그토록 도덕적 타락에 대해서 털끝만큼도 타협 않는 원칙론자였을까?

 

 

▲  이희호여사는 측근들에게도 도덕적으로 하자 없기를 항상 강조했다.  약점 잡힐 일 없이 살아야 겨우 견딜 수 있었던 군사독재 시절의  자기방어의 하나로....   © 운영자

 

 

적과 동지

도덕은 약자에게만 강요되고 있는 것일까?

여자의 부도덕에 대해선 파렴치한 범죄로까지 규정하면서 남자들의 부도덕에 대해선 남자라는 이유로 관대했던 시대에는 법률조차도 약자에게만 지키도록 강요되고 있었다.

그러면 아무 것에도 구애 받음이 없이, 도덕에도 법률에도 부모에게도 구애 받음이 없이 제 멋대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은 행복할까?

핍박받던 시대의 사람들은 이 질문에 대해서 노우라고 대답하지 못한다. 약자에게만 적용되고 약자에게만 지키기를 강요하던 도덕과 법률은 강자들에게는 해당 없음이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여자는 약자의 대명사였기에, 때로는 도덕이나 법률이 멍에처럼 씨워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희호가 엄격한 도덕적 가치를 존중하고 주변의 인물들에게까지 도덕적 삶을 강조하고, 도덕적 타락을 용서치 않아 온 것은 뉴앙스가 달라도 아주 다르다.

적을 만들고 싶으면 상대방보다 훌륭해지는 동시에 그 훌륭해졌음을 계속해서 상대방과 상대방의 이해관계자들에게 알리면 된다.

그래서 적 만들기는 쉽다. 이희호가 엄격한 도덕적 가치를 요구하며 살아온 시대의 한국에서는 적 만들기가 더욱 쉬웠다.

저절로, DJ 쪽에서 별로 노력도 안 했는데 쉽게 적이 된 사람이 박정희다. 정권이라고 하는 것은 시기를 정해 놓고 담당자가 바뀌지 않으면 흐르지 않는 물처럼 탁해지기 쉽다는 것을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박정희는, 그러나 DJ가 정권을 놓고 자기의 적이 되리라는 사실은 눈치 빠르게 금방 알아차렸다.

그래서 DJ 주변에는 그가 없어져 주기를 바라는 여려가지 형태의 해괴한 일이 벌어졌고, 그 해괴함 속에서 이희호는 동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적을 위해서 도덕적 타락을 용납하지 않는 방어막을 펼 수밖에 없었다.

 

죄 없어도 유죄

동교동은 언제나 개방되어 있었다. 누구라도 만나러 오는 사람이 있으면 만나주는 DJ였고 이희호였다.

용기를 주려고 오는 사람, 부탁을 하러 오는 사람 하루에 수백명의 방문객을 접대하면서도 까탈을 부리거나 마다한 적이 없는 이희호였다. 그러나 불의라고 생각되면 전혀 타협하지 않고 마음의 문을 닫아 거는 이희호였다.

타협하지 않을 때는 원칙론자가 된다. 불의라고 보이거나 도덕적 가치를 상실했다고 보면 이희호는 돌아보지도 않았다.

아무리 유능하다는 소문이 난 사람도 일단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 싶으면, 그가 누구라도 점수를 주지 않았다.

주위의 협조자들이나 비서들에게도 엄격한 도덕성의 원칙을 요구했다. 그래서 그 시절 동교동 비서들은 사생활이 깨끗하기로 소문 나 있었다.

도덕성의 원칙. 그것이 이희호의 정당방위였다.

그러지 않아도 호시탐탐 감시를 당하고 있었다. 동교동에 출입하는 사람은 사업체가 결단나기 일쑤였고, 세무사찰 당하는 것은 보통이었고, 전화 도청, 미행 등이 다반사로 행해지고 있는 판인데 만약 동교동과 관련된 어떤 사람에게서 도덕성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 발견된다면 결과는 뻔하지 않겠는가?

DJ나 그 측근자들은 죄가 없어도 만들어 씨우는 통에 무죄라도 유죄라는 소리가 나올 지경이었다. 없는 약점이나 죄도 만들어 내는 그들에게 약점이나 죄를 지어서 보여준다는 것은 화를 자초하는 것임을 이희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도덕성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그래도 제일 힘이 덜 드는 문제다.

마음만 먹으면 경비가 많이 깨지지도 않고 뼈가 빠지게 힘이 드는 노동도 아닌 것이 도덕성의 원칙 지키기다.

그 정도의 정당방위나마 하지 않으면 어떤 끔찍한 일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이희호는 몸을 떤다.

그러한 공포에다가 이희호가 지닌 천성적인 도덕관이 주변을 탁하지 않고 맑고 밝게 이끌어 갈 수 있었다.

 

 

No Money, No Honey!!

여성 패션 위주의 섬유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P 사장의 가정이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을 필자가 알게 된 것은 깊은 밤, P 사장 부인의 방문을 받고부터였다.

P 사장으로부터 신상품의 홍보나 마케팅 문제로 사업적인 컨설팅 요청은 수시로 받고 있었지만 사생활에 관한 것은 처음이었다.

부인의 얘기로는 P 사장에게 젊은 여자가 생긴 것은 벌써 3년이 지났다고 한다.

회사도 어려워지고 있으니 P 사장의 마음을 좀 잡아 달라는 것이었다.

허지만 P 사장은 누구의 개입도 극력 거부했다.

제 사생활입니다. 거기까지 끼어들지 마세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여러가지 개인적인 실수를 사생활이라는 미명으로 호도하려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사생활이라는 것을 내세우면 어떠한 부도덕이나 비리도 신성불가침이 되는 줄 아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가?

허지만 사생활은 없다. ‘이라는 이름으로 여자를 열두명을 거느려도 괞찬았던 옛날 양반도 아니고 생사여탈권을 쥐고 바람을 피우던 군왕도 아니다.

사업가라면 당연히 공인이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경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탤런트 애인이 여러 명이었다는 어느 재벌 총수의 얘기도 넌센스이긴 하지만, P 사장은 애인에게 푹 빠져 있어도 될만큼 경영이 든든하지도 않았다.

경영을 흔들리게 할 정도라면 그 여자는 이미 사업가의 애인 될 자격도 없다. 아니 여자로 해서 경영이 흔들린 지경이라면 이미 경영자의 자격도 없다.”

P 사장은 필자가 노기 띠운 음성으로 던진 이 한 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훗날 고백한다.

고함을 지른 것이 미안해서 한 마디 더 추가했다. 기업이 무너졌을 때의 상황을 농담처럼 던졌다. 그것도 영어로.

“No Money, No Honey."(회사가 망해서 돈 떨어지면 애인이 어딨냐?)

우리는 소리 높여 웃었다.

P 사장은 모델 출신이던 애인과의 관계를 정리하기 시작했고 회사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러나 부인과의 관계는, 아직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 이희호여사는 DJ의 아내였고 정치적 동지였다. DJ 선거 유세 때면 청중들은, 항상 이흐호여사의 연설 듣기를 원해서....     © 운영자


셋 중에 둘 있으면

다루기 어려운 사람과 몇 십년을 마음 맞춰 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내에게 도덕성의 문제로 지적을 받는 남자라면, 아내로선 당연히 다루기 힘든 남자가 된다.

장미꽃을 주는 손에서는 향기가 묻어나지만, 오물을 주는 손에서는 구린 냄새밖엔 안 날 것이다.

눈치 빠른 독자는 얼른 알아들었겠지만 남편에게 장미 향기를 전하는 아내가 되라.

남편이 제기하는 도덕성의 문제가 훨씬 축소되거나 소멸될 것이다.

장미 향기를 전하라는 것이 무슨 소리인지 모른다면 남자 공부 사랑 공부를 다시 해야 한다. 다만 향수를 뿌리면 자기 몸에서도 향내가 난다는 힌트를 여기 남긴다.

남편을 고르는 것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그의 자존심을 건들이니 않으면서도 그가 다른 향내를 찾아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또 그를 공부하는 것이다.

우선 남자의 동물성에 착안하라. 아무리 동물이라도, 전쟁이나 비상사태나 IMF 같은 때, 자기가 무슨 짓을 할 거냐고 방심치 말라. 그럴수록 그 동물성에 유의해야 한다.

남자는 셋 중에 둘 있으면 도덕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IMF 아니라 IMF 할아버지가 와도 소용 없다.

돈과 시간과 건강---이 세 가지 중에 두 가지가 구비되면 남자는 다른 길로 들어설 수 있다.

그 점이 바로 남자의 동물성이고, 그들더러 말하라면 바로 그 동물성으로 해서 남자는 남자다운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관리미스도 있다. 관리미스는 아내가 저지른다. 향기 아닌 오물 냄새만 남편에게 풍기는 것이 관리미스다.

이희호가 퍼스트레이디였던 시절, 우리는 우리의 퍼스트레이디가 남자들의 도덕적 가치를 엄격히 요구하는 여성지도자라는 사실은 우리나라 아내들에게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이희호는 퍼스트레이디가 되기 아주 오래 전부터 자신이나 남편은 물론 주변 누구에게도 엄격한 도덕성의 원칙에 충실할 것을 요구하고 실천했기에 퍼스트레이디가 될 수 있었다.

그 사실을 남편에게 자주, 뚜렷한 음성으로 그러나 사랑을 듬뿍 담은 음성으로 들려주라.

경제적으로 유복한 개방사회에서는 학력이 높을수록 그런 면의 도덕에 대해선 관대한 것이 인테리인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다.

최근 #me too 가 우리나라에서도 활발해진 후, 평생을 힘들게 쌓아올린 경력과 사회적 지위를 하루 아침에 잃어버리는 남자들을 많이 구경했다.

하체관리를 잘못하여, 한 방에 훅가는 남자들...그 능력이나 경력을 볼 때 참으로 아깝다 할 유명인들을 우리는 최근 수년 사이 얼마나 많이 구경했는가? 심지어 그 가운데는 차기 대통령감 베스트 10’에 들어 있는 남자도 있었다.

우리 사회도 이제 도덕적 타락에 대해서, 특히 공인의 도덕적 타락에 대해서 용서하지 않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남편이 타락하거든 마주 타락하라는 수상한 (?)주문을 하는 자칭 여성학자도 횡행하고 있는 시대다.

남편의 사회적 지위의 왜소함이나 경제적인 무능은 비웃지 말라. 오히려 무능은 유능으로 바뀔 수도 있다.

허지만 사생활은 분명하게 관리하기를 당당하게 요구하라. 사생활 관리가 시원치 않아서 앞길을 망치는 남편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보았는가?

그 관리 미스의 일부분은 분명하게 아내에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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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김재원(여원뉴스 수석칼럼니스트)의 저서 '이희호의 메이 아이 헬프 유?' 를 바탕으로, 저자 김재원과의 협업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기사는 매주 월요일에 게재됩니다

*** 지난 주 월요일에 나갈 이 기사가, 담당기자의 사정으로 1주일 거르게 되었음을, 독자 여러분께 사과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음을 약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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