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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직장인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1년 지났지만 직장 갑질은 여전

한솥밥 먹는 직장 동료는 어쨌든 한가족이다. 서로 보듬고 살아도 모자라는데 갑질 을질 왜 따져야 하나?

이정운기자 | 기사입력 2020/07/2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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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짜리 갑질금지법"..상사 갑질에 사표 냈지만 한달간…

용산장애인복지관, 직원 괴롭힘 신고에 가·피해자 분리도 안해

전문가 "처벌조항 만들어 실효성 높여야…외부전문가 조사 필요"

 

[yeowonnews=이정운기자] 구립 용산장애인복지관(이하 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김호세아(31) 씨는 지난 4월 30일 마지막 출근을 했다. 지난해 9월부터 이어져 온 상사의 폭언과 괴롭힘에 못 이긴 퇴사였다.

 

팀장은 청소를 도맡아 하겠다는 김씨를 따로 불러내 "평소에는 나한테 관심도 없던 사람이 이러는 게 이해가 안된다"며 50분간 화를 내며 질책했고, 김씨가 사직서를 제출하던 날에는 업무에 필요한 결재조차 해주지 않았다.

 

김씨는 이런 팀장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지만, 사측은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가해자와 분리된 공간에서 일하고 싶다는 요청마저 무시했고, 김씨는 사직서를 낸 뒤에도 약 한 달간 괴롭힘에 시달려야만 했다.

 

▲    폭언, 인격 모독이 여과 없이 계속되는 직장내 갑질....[PG=연합뉴스=여원뉴스 특약] © 운영자

 

"종합적 판단: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음." 마지막 출근날 김씨가 받은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조사 결과였다. 사측은 김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은 채 "그간 신체적·정신적으로 어려움을 느꼈을 귀하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전합니다"라는 문장 하나로 위로 아닌 위로를 전했다.

 

사측의 조사 결과를 납득할 수 없었던 김씨는 5월 1일 노동청에 같은 내용의 신고서를 제출했다. 사건을 조사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노동청은 김씨 사건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음을 인정한다는 취지의 중간결과 보고서를 냈다.

 

김씨의 주장을 부인하던 복지관 측은 그제야 "노동부에서 요구하는 절차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자체 조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 이유 등 다른 질문에 대해서는 "별다르게 말씀드릴 입장이 없다"는 말뿐이었다.

 

▲ 구립용산장애인복지관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김호세아씨[김호세아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운영자

 

 7개월간 지속된 괴롭힘…제대로 된 사과조차 없어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씨는 약 7개월간 지속된 괴롭힘에 따른 피해를 퇴사 후에야 비로소 인정받았다. 그러나 그는 직장을 잃었고,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못했다. 반면 가해자는 아직 아무 징계를 받지 않은 채 재직 중이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서 법률자문을 담당하는 김유경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대표노무사는 20일 "사측과 싸워서 가해자로부터 사과를 받는 등의 조치가 이뤄진다면 바람직하겠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피해자에게는 매우 힘든 과정"이라고 말했다.

 

김 노무사는 김씨의 경우에 대해 "노동청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됐다는 게 가장 놀랍다"며 "이는 매우 드문 사례"라고 평가했다. 사측에서 괴롭힘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는데도 노동청에서 괴롭힘을 인정한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김씨는 "가해자로부터 사과도 받고 싶지만 가장 원하는 건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 1년 지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실효성 없다" 지적 계속돼

 

직장갑질119가 지난 1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직장인 1천명 중 45.4%는 '최근 1년간 직장에서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괴롭힘에 대한 대응 방식(중복 응답)으로는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는 응답이 62.9%로 가장 많았다.

 

▲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흔히 불리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16일로 시행 1년을 맞지만 직장인의 약 절반은 법 시행 후에도 직장에서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 운영자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 내 지위 혹은 관계에서 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 일명 '갑질금지법')이 지난 16일 시행 1년을 맞았다. 하지만 해당 법률의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처벌조항 부재다. 김씨 사례처럼 회사 차원에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더라도 사업주에게 주는 불이익이나 사측에 대한 처벌이 없어 부실 조사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노무사는 "처벌조항이 없다 보니 사용자 입장에서는 무서울 게 없다"며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한 처벌조항을 신설하는 등 법이 실효성 있게 작동하기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내 조사에서 객관성이 확보되기 어려운 점도 문제로 꼽힌다. 괴롭힘이 일어난 곳에서 자체적으로 조사를 하다 보니 피해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객관적인 조사가 시행되기 어렵다.

 

김 노무사는 "사업장 내부에서 조사를 진행할 때도 내부 인사위원회를 통하다 보면 가해자와 같이 일해왔던 동료급 인물들이 인사위에 있어 제대로 된 조치가 내려지는 경우가 별로 없다"며 "괴롭힘 신고가 접수되면 객관적 시각에서 판단할 수 있는 외부 전문가와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실효성을 높이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을 지난 9일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법을 위반하면 징역 2년 이하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을,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처벌조항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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