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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특별취재] 자가격리자는 그 2주일을 어떻게 보냈을까?

자가격리를 겪으면 왜 나라사랑하는 마음이 점점 커질까? 자가격리 체험자들은 죽었다가 살아난 것처럼...

김석주기자 | 기사입력 2020/09/0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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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취재] 자가격리자는 그 2주일을 어떻게 보냈을까?

이 나라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다는 산업화 세대

   하루 두 번 구청 여직원의 다정다감 전화를 기다리며...

    생전 처음 체험하는 3식이의 느끼한 행복(?)

 

[yeowonnews.com=김석주기자] 기자의 취재의도를 아무리 설명해도, 자가격리 체험자는 한사코 만남을 거부했다. 다행히 성동구 거주 A씨가 기자를 만나 한 말들은, 이 나라 전체에 대한 코멘트이기도 하고, 산업화세대의 긍정적인 인생관이기도....

 

”자가격리라는 말 자체가 기분을 얼어붙게 한다.“...A

”그래도 ‘음성이니, 자가격리 하시라’고 하면 모두 기뻐한다.“ ...B

A는, 음성이 확정되어 자가격리를 했던 체험자의 말이고, B는 보건소 직원의 말이다. 

 

▲    자가격리 2주일동안 가장 많이 만난 얼굴..궁금해서 가장 많이 보게 된 정은경 본부장.. 그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가고 있는데.....[사진=연합뉴스=여원뉴스 특약]   © 운영자

 

자가격리...처음 듣는 말이다. 생소해서 더 기분이 그렇다는 대답이. ‘자가격리’ 4 글자에 대한 반응을 묻는 기자에 대한 대답이었다. 심지어 ‘공포를 느낀다’는 반응도 있었다. 어쨋든 자가격리 체험자들은, 자칫했으면 코로나 19 양성판정을 받고 이름도 으스스한 ‘음압병실’이라는 데에 안 들어간 것만도 다행으로 여긴다. 

 

그리고 그 와중에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된 이낙연의원도 자가격리 체험자라는 사실에 대해서, 자가격리가 특별한 것이 아니고 일반적인 것이라는 인식에까지 이르렀다. 자가격리 체험자를 찾는 기자의 접근을 반가워하지 않으면서도, ”10집에 1집은 자가격리“라는 과장된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잠 실컷 잤다. 내 평생 이렇게 편안하게 2주일을 집에서 내 멋대로 딩굴며 지낸 적이 언제 있었던가? 생전 처음이며 마지막일 것 같다."

 

이렇게 말하는 K씨는 성동구에 거주하는 80대 초반의 전직 CEO. 본인은 아직도 현역이라고 우기지만 일단 경영일선에선 물러난 인물이다. 그는 지금도 자기가 경영하던 기업체의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매일 출근하는 것은 아니지만 1주일에 2-3회 정도 회사에 들려 고문 역할을 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아직 일 할 나이다“라는 인식이 그를 사로잡고 있다. 

 

그러던 그가 8월 중순경 보건소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다. 그 전날 점심때 , ”이아무개씨, 그리고 또 한 사람과  점심을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렇다고 했다. 그러자 보건소 직원은 "이씨와 동행했던 박씨가 코로나 양성 확진 판정을 받았으니, 앞으로 2주일 자가격리 하셔야 된다"고 알려주었다.

 

‘자가격리’ 소리에 밤새 잠을 설친 이튿날 이른 아침, 그는 벌떡 일어나 보건소로 달려갔다. TV에선 매시간 코로나19 상황을 뉴스로 알려주고 있었다. 그런데 자기는 보건소 직원의 통고만 받고 2주일을 집안에서? 그래서 직접 확인하고 싶어 성동구 보건소로 달려갔던 것이다.

 

▲   서울 시내 각 구마다 설치된 보건소..A씨는 자가격리 통지를 받은 이튿날 아침 성공구 보건소로 달려갔다. 확인하지 않고는 못 견딜것 같아서.....[사진=연합뉴스=여원뉴스 특약]  © 운영자

 

코와 입을 통한 검사를 끝내고 집에 돌아와서도 기분이 별로였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원래가 낙천가. 2주일간의 자가격리를 끝난 그를 기자가 수소문해서 찾아갔을 때부터 헤어질 때까지 그의 얼굴에선 웃음기가 사라지지 않았다. 처음 자가격리를 통고받을 때의 긴장감 빼놓고는 "받아들이자!" 라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그의 기본 성품이었던 것 같다. 

 

성동보건소는 그 이튿날 그에게 "감사 결과 '음성'임을 알려드립니다. 그러나 2주간의 자가격리는 빈 틈 없이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하는 문자를 보내왔다. 그 문자를 받고 나서야 그와 그의 아내는 웃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기본적으로 사람 좋아하고 일 좋아하는 타입의, 말하자면 산업화 시대의 역군이기도 했다. 그의 기억에 의하면, 80 나이가 되기까지 2주일간을 집에서 뒹굴어 본 적이 없었다. 휴가라고 해봤자 잘해야 1주일 정도였다. 그 또래의 사람들 전부가, 우리나라 경제발전 시기에 그랬으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이 간다.

 

그는 자가격리라는 것이 기분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매일 아침 9시와 오후 6시만 되면 정확하게 구청 여직원이 전화를 걸어 상태를 파악해주고 있다는 사실에, 처음엔 "내가 이렇게 중요한 환자인가?" 생각도 했다.

 

그러다가 그 상냥한 음성의 구청 여성공무원이 "어르신. 별 일 없으신가요? 식사는 잘 하시는지요? 불편하시지만, 좀 참으세요." 하는, 집에 잘 있나 체크하는 전화라기 보다는,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전화 음성에 어지간히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처음 2-3일은 아주 기분 좋게 잤다. 평소에 늦어도 7시면 일어나는 사람이,늦잠을 자다가 9시 전화를 받고 나면, 그냥 그 자리에서 다시 잠들어 버리곤 했다는 것이다. 

 

보건소 여직원의 전화를 두 번 받는 일이 하루의 일과였다. 1주일쯤 지나나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오늘은 핸드폰 집에다가 두고, 몰래 나가서 놀아야지“ 하는 생각이 앞섰고, 따분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기 시작했다. 공연히 화가 나서, 9시 전화를 받은 후  밖으로 나가버릴까 생각도 했다.

 

▲ 자가격리는 끝났지만, 코로나 19 경비 태세가 2.5로 격상된 서울 경기 지역은 커피 마실 공간마저 없어졌다. 모든 커피숍이 테이크 아웃만....[사진=연합뉴스=여원뉴스 특약]     © 운영자

 

평소에 책 많이 읽기로 소문난 그가, 자가격리 2주일동안 제대로 읽은 책이 1권도 없다는 사실이, 그가 자가격리를 어느 정도 심각하게 받았는지를 대변한다.

 

그가 사는 아파트에서 10분 정도 걸어 내려가면 한강이다. 한강변 산책로는, 뉴욕이나 파리의 어느 강 주변만큼 아주 잘 꾸며져 있다. 그 산책로를 유난히 좋아했던 그는, 9시 전화를 받고 나서 뛰어나가 산책로를 걸을까 하는 생각을 여러 차례 했다.

 

어느날은 ”에라 나가자!“ 신발까지 신었는데 문득, "이렇게 되면 9시 정각에 전화를 걸어주는 그 구청 여직원과의 약속을 어기고, 배신자 겸 비신사가 된다"는 생각이 그를 사로잡았다. 

 

명분이다. 그 나이 또래 사람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명분'... 그 명분 때문에 그는 한 번도 나가지 못하고, 꼼짝 못한채 2주간 자가격리의 모범생이 된 것이다. 이런 생각 역시 ‘산업사회 세대’의 특징이다. 명분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지만 명분이 있으면 아무 소리 않고 따라간다. 결국 그는 정해진 2주일동안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 안에서 글자 그대로 자가격리를 톡톡히 했다. 자가격리 모범생이 된 것이다 

 

2주일간의 자가격리 기간 동안 평생 받아보지 못한 살뜰하고 알뜰한 아내의 서비스에 그는 감동하기도 했다.

 

"아마도 내가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해서...." 그러니까 자칫하면 남편을 잃어버릴 뻔해서 그랬는지 아내는 그야말로 알뜰살뜰 지극정성으로 요것조것 각가지 반찬과 요리를 손수 만들어 그에게 서비스했다. 생전 처음 집안에서의 하루 3식이 그렇게도 기분 좋을 줄은 몰랐다고 K씨는 너스레를 떨기도.

 

▲  전세계 어디에 내보여도 손색 없는 한강  산책로는 서울 시민이 가장 좋아하는 곳 가운데 하나다.  옥수역 부근 한강 산책로에서 바라본  풍경..저 멀리 롯테타워가 멋스럽게 보인다.   그러나 자가격리동안 한 번도 그 곳에 못 가 본 사람은......[사진=연합뉴스=여원뉴스 특약]           © 운영자

 

그 기간 동안 애처가인 그는, 거동이 불편한 아내의 발을 하루 30분씩 마사지해 주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2주일간의 코로나 19 자가격리 기간이 그에게는 ‘사랑의 재발견’ 기간이었을까.

 

그는 우리나라 공무원 세계의 변화에 놀라고 있었다. 그거 한참 활동하던 젊은 시절의 공무원들은 어떻게 보면 불친절과 비협조의 대명사라고 할만큼 불친절했고 권위적이었다. 그런데 지금 매일 아침 9시와 오후 6시 어김없이 성동구청 여직원의 전화를 받으며, 이제 이 나라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 살만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새삼 뼈저리게 느끼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가 자가격리하는 와중에 의사들의 진료거부가 있었다. 그는 ”의사들을 우습게 아는 나라는 잘 되는 나라가 아니다. 정치가 국민의 건강을 좌지우지하면 안된다.“고 잘라 말하고 있었다. 덧붙여 ”정치만 제대로 되면 정말 이 나라 좋은 나라인데...“소리를 두서너번 반복하기도.   

 

 

그는, 취재를 끝내고 돌아서는 기자에게 한 마디 더 보탰다.

"좋은 나라야. 이렇게 친절한 공무원이 어느 나라에 있냐? 나 이 나라에서 오래 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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