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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詩史

남자와 시대, 허위의식을 깨고 부서진 황진이<한국여성詩史>

잘 났다고 나대는 고관대작들을 우습게 보며, 누구라도 자기 곁에 '쉬어가게' 만들던 황진이의 슬픈 진면목.

홍찬선 | 기사입력 2020/11/19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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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이  쓰는 한국여성詩史<28>

남자와 시대, 허위의식을 깨고 부서진 황진이

"내 시체를 개미 솔개 까마귀의 먹이가 되게.." 

 

▲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 마음만 먹으면 어떤 남자도'쉬어가게 만든....' 황진이 (TV연속방송, 또는 영화화되기도 했던 황진이...사진은 영화 황진이로 출연한 송혜교     © 운영자

 

내 언제 무신하여 임을 언제 속였관대

월침삼경에 온 뜻이 전혀 없네

추풍에 지는 잎 소리야 낸들 어이 하리요*  

 

그것은 보복이었다

여자를 낮게 보려는 남자에게

여자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성리학에

사람의 감정을 억누르며 젠체하는 허위의식에

온몸으로 저항하며 내린 판결이었다

 

그녀의 보복에

그녀의 판결에 

삼십년 피나는 수행은 

눈 깜짝할 사이에 무너져 내렸다

겉으로 센 것은 진정으로 강한 게 아니듯

말로만 드센 놈들은 모두 이마를 벗겼다

 

▲    이 한시는 필자 홍찬선이,황진이의 삶을 생각하며  짓고, 붓으로 쓴 것임.© 운영자

 

바람을 따라 살았다

스스로를 몽땅 버리고 

그녀의 미모를 저 혼자 사랑하다 죽은 

이웃 소년의 원혼을 달래주려고

엄마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스스로 기생이 되어

남자를 다스리고

시대의 벽을 깨뜨리고

구역질나는 허위의식을 

마음껏 비웃었다

  

청산리 벽계수(碧溪水)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 창해하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 역사 속에 워낙 많이 알려진 황진이는 영화화 되고 tv드라마로 방영되기도 여러차례...(사진은 TV 연속극에서 황진이로 출연했던 .....)     © 운영자

 

나는 절대로 유혹에 넘어가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던 벽계수(碧溪守)는 

어느 달 밝은 밤 만월대를 둘러보다

말에서 고지식 덩어리와 함께 굴러 떨어졌다

체면을 따질 이성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허우대만 멀쩡하고 거들먹거리는 

가짜들에겐 가혹한 벌을 내리쳤다

 

말이 통하고 뜻을 같이 할 수 있는 

진남(眞男)에겐 몸과 마음을 열었다

다음 날 아침 그대와 헤어진 뒤에

그리운 정이 푸른 물결처럼 길게 칠 것** 

이라며 애틋함을 그대로 풀어냈다

 

육시무탄(肉詩舞彈) 공격에 꿈쩍하지 않았던

꽃처럼 아름다운 연못, 화담(花潭)은

그녀도 깨뜨릴 수 없는 큰물이었다

불은, 아무리 센 불이라도 물로 끌 수 있어도 

물로 물을 이길 수 없는 일이었다

 

▲   허난설헌(許蘭雪軒)과 함께 조선의 최고 여류시인으로 평가받는 그녀가 지은 한시 4수와 시조 6수가 전해지고 있다.  사진은 황진이의 詩碑  © 운영자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 베어다가

춘풍 이불 비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룬 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인 듯

땅에서 솟아난 미신(美神)인 듯

사람이 다가설 수 없는 아름다움과

사람이 한꺼번에 다 하기 쉽지 않은

시와 노래와 춤을 모두 갖추고 

뭇 허깨비들의 애간장을 녹였던

밝은 달도 꽃 못엔 속수무책이었다

 

달은 물에 들어가려 발버둥 쳤지만

그 맑음에 도리어 튕겨 나올 뿐이었다

물은 달을 받아들이되 그 속에 빠지지 않고

달은 물에 다가갔으되 그것에 녹지 않았다

물은 물로 남아 달을 품었고

달은 달로 남아 물을 마셨다

 

▲  도라산 전망대에서 가까운  황해도 장단군 판교리 남정현 고개에 황진이의 묘가 있다.  © 운영자

 

물은 달과 하나 되어 은하수가 되었고

달은 물과 하나 되어 무지개로 빛났다

달은 물과 물은 달과 언제나 하나 되어

여산(廬山)보다 더 멋진 천마(天磨)와 함께***

송도(松都)에서 넘보지 못하는 벗이 되었다

 

처음이 있으면 마지막이 있고

마지막은 새로운 처음으로 이어지는 것

그녀의 죽음도 새로운 저항이었다

 

내 시체를 관에 넣지 말고 그냥

마을 밖 강변에 던져주세요

개미 솔개 까마귀의 먹이가 되게 해

뭇 여성들과 바람둥이들을 깨닫게 해주세요****     

 

물도 달이 떠난 뒤에야 마음을 열었다

마음이 어린 후이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만중운산에 어느 님 오리마는 

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귄가 하노라*****

 

마음은 마음으로만 전해지지 못하는데

마음은 말로 바뀌어야 마음으로 이어지는데

물은 마음을 달에게 줄 생각이 없었을까

도로 나무아미타불이 되지 않으려 했음일까

달은 물을 지족선사처럼 깨뜨리려 했을까 

 

▲     © 운영자

 

 

* 황진이가 지은 시조.

** 황진이가 판서를 지낸 당대 유명한 문인, 소세양(蘇世讓)과 한 때 교유(交遊)하다가 한양으로 떠날 지어 준 한시. <봉별소판서세양(奉別蘇判書世讓)>이란 제목의 오언율시 마지막 미련(尾聯)의 원문은 “명조상별후 정여벽파장(明朝相別後 情與碧波長)”이다. 

*** 황진이가 박연폭포를 노래한 한시 내용을 요약해서 표현했다. 

**** 황진이가 죽을 때 했다는 유언. 사실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 황진이가 죽은 뒤 화담 서경덕이 지은 시조. 

 

****** 황진이(黃眞伊, ?~?): 조선 중종 때 개성 출신의 기녀. 본명은 황진(黃眞)이며 일명 진랑(眞娘)이라고도 전한다. 기명(妓名)은 명월(明月). 15세 경에 옆집 총각이 그녀를 사모하다 상사병으로 죽자 기생이 되었다는 말이 전하나 확실하지 않다. 용모가 매우 아름답고 총명한데다 예술적 재능을 갖춰 그녀와 관련된 일화가 전설처럼 전해진다. 

당시 생불(生佛)이라 불리던 천마산의 지족선사(知足禪師)를 유혹해 파계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반면 화담 서경덕은 사제관계를 맺었다. 박연폭포 서경덕 황진이를 송도삼절(松都三絶)이라고 부른다. 

신사임당의 딸이자 율곡 이이의 누나인 이매창(李梅窓), 허균의 누나로 스물일곱 살의 짧은 비극적 삶을 살다 간 허난설헌(許蘭雪軒)과 함께 조선의 최고 여류시인으로 평가받는 그녀가 지은 한시 4수와 시조 6수가 전한다. 

황해도 장단군 판교리 남정현 고개에 황진이의 묘가 있다. 도라산 전망대에서 가깝다. 통일이 되고 비무장지대(DMZ)가 없어지면 언제든지 가 볼 수 있는 곳이다. 파주 임진각과 미군 참전비 사이에 황진이 시비가 세워져 있다.   

 

▲  여원뉴는스에 한국여성詩史 를 집필하고 있는 필자 홍찬선...그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한국여성詩史는 날이 갈수록, 여성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 운영자

 

<황진이의 삶에 대한 시를 쓰고 난 뒤 그녀에 대해 한시를 써봤다.>

 황진이(黃眞伊)/ 如心 홍찬선

 

慈人愛物香(자인애물향)

詩舞面多觴(시무면다상)

先死名悠久(선사명유구)

悖時增恨長(패시증한장)

 

사람에 어질고 만물을 사랑하는 향기로

시 짓고 춤춤에 술잔 많이 받아야 하니

몸이 먼저 죽은 뒤 이름만 오래 전하고

때가 어긋나 길고 긴 한 더 키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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