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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詩史

시대와 남자에 짓밟혀 정신병으로 죽은 김명순 <한국여성詩史>

이 나라 여성의 역사는, 영광과 행복보다 고난과 비극이 더 많다. 남여불평등시대여서 그랬다. 지금도 물론.....

홍찬선 | 기사입력 2020/12/2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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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이 쓰는 한국여성詩史<38>

시대와 남자에 짓밟혀 정신병으로 죽은 김명순

"조선아, 이 사나운 것아, 사나운 것아"를 절규하며

 

▲   김명순의 시와 인생을 재조명하던 jtbc-tv  손석희의 뉴스 시간....  © 운영자



일제강점기란 시대는 

한참 앞서 나아가는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부장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남자들은 그를 매몰차게 짓밟았다

시대와 남자에 근거 없이 시달린 

그는 정신병으로 부고도 없이 죽었다

 

여성은 사람으로 살 수 없는 시대에

남자보다 앞지른 대가는 비참했다

푸른 눈의 괴물과 맞선 싸움은*

일대다의 단기필마로 중과부적이었다 

백 년이 온전히 지나서야 겨우

억울함이 조금쯤 씻길 뿐이었다

 

이응준은 인간도 아니었다

외로운 고아로 오로지 공부에 매달리는

탄실을 꼬여 데이트하다 강간을 한 뒤 버렸다 

 

▲  김명순의 작품집 표지   © 운영자

 

비겁한 김동인은 김연실전이란 소설을 써

탄실이가 기생학교를 졸업해 성에 일찍 눈떴다며

허구라는 방패에 숨어 진실을 난도질했다

 

반민족친일활동을 한 김기진은

성격이 이상하고 행실이 방탕하다며 

김명순 씨에 대한 공개장에서 

인격을 살해하는 2차 가해도 서슴지 않았다

 

김명순에게는 

방패막이를 해줄 가족과 남편도

영혼을 붙잡아 줄 불교의 힘도 없었다

시대와 남자에 맞서 홀로 싸운

탄실의 무기는 문학뿐이었다

 

▲ 김명순의 작품이 게재된 1929년의 문예공론    © 운영자

 

시로 소설 영화로 

응어리를 풀어내지 않으면

머리와 가슴이 터져 죽을 것 같았다

해야 할 말 하고 싶은 말을 썼다

오직 살기 위해 쓰고, 쓰고 또 썼다

 

탄실은 외로워 슬펐고 슬퍼서 그리웠다

아니라고 머리를 흔들어도

저녁이 되면은…

눈물이 나도록 그리울 때

뜻하지 않았던 슬픔을 알았다**

 

그리움조차 놀라운

외로운 여인의 방에는

전등조차 외로워함 같아

내 뒤를 다시 돌아다본다

외로운 전등 외로운 나

그도 말 없고 나도 말 없어

사랑하는 이들의 침묵 같으나

몹쓸 의심을 할만도 못했다***

 

시와 소설도 

그의 외로움과 슬픔과 고통을 결국

달래주지 못했다

견디지 못해 스스로 죽으려 했어도

몹쓸 정도로 모진 것이 운명이었다

 

▲  몇 장 남지 않은, 생존시의 김명순 사진    © 운영자

 

시대와 남자의 공격을 

더 이상 참아내지 못하고

동경으로 도망갔지만 동경도 따듯하지 않았다

살려고 이 일 저 일 가리 않았어도

가난과 정신병이 그를 쓰러뜨렸다

 

조선아 내가 너를 영결할 때

개천가에 고꾸라졌던지 들에 피 뽑았던지

주은 시체에게라도 더 학대해다오

그대로 부족하거든

이 다음에 나 같은 사람이 나더라도

할 수만 있는 대로 또 학대해 보아라

그러면 서로 미워하는 우리는 영영 작별된다

이 사나운 곳아 이 사나운 곳아****

 

시대와 남자에 홀로 맞서 

삶이 찢어지고 죽음에 이르도록 

싸운 그의 마지막 목소리가

2020년 경자년을 아프게 한

제2의 이응준 김동인 김기진의 뺨을 

반성하지 못하는 자들의 양심을 올곧게 찌른다

 

▲ 김명순의 초상화(부분)     © 운영자

 

 

* 이야고, “오 질투심을 조심하세요. 그것은 희생물을 비웃으며 잡아먹는 푸른 눈의 괴물이랍니다.”, 「오델로」, Shakespeare, William, 김은영 옮김,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서울: 꿈과희망, 2008).

** 김명순의 시 <외로움>, 단편소설 「탄실이와 주영이」, 심진경 엮음, 『경희, 순애 그리고 탄실이』 (파주: 교보문고, 2018), 313쪽.

*** 김명순의 시 <신시(新詩)>,  「탄실이와 주영이」, 313쪽.

**** 김명순의 시 <유언> 중에서. 

 

* 김명순(金明淳, 1896~1951); 평양 갑부 김희경 소실의 딸로 여성 첫 시인 겸 소설가. 필명인 탄실(彈實)은 그의 아명이다. 

1912년 서울진명여학교를 2등으로 졸업한 뒤 1913년 일본으로 유학, 시부야의 국정여학교 3학년에 편입했다. 1915년7월, 일본군 소위 이응준에게 강간당한 충격으로 강물에 뛰어들었다. 목숨은 건졌으나 학교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중퇴당하고 귀국했다. 숙명여자고등보통학교에 편입해 1917년 3월에 졸업했다. 그해 최남선이 발행하던 잡지 『청춘』의 소설공모에 망양초(望洋草)란 필명으로 응모한 단편 <의심의 소녀>가 당선돼 첫 여성 소설가가 됐다. 

1919년 일본에 다시 유학, 동경여자전문학교에 입학했다. 이 때 전영택(田榮澤)의 소개로 『창조』 동인으로 활동했다. 1920년 2월에는 김일엽이 창간한 잡지 『신여성』 필진으로 활동했고, 1925년에 창작집 『생명과 과실』을 냈다. 매일신보 기자(1927)와 영화배우로도 활동했다. 1939년 이후 동경으로 건너가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정신병에 걸려 동경 아오야마(靑山)정신병원에 수용됐다가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동경 유학시절 이응준에게 강간당한 고통스런 체험을 다룬 소설 <칠면조(1921)>와 김동인의 악의적인 소설 <김연실전>에 대응하기 위한 소설 <탄실이와 주영이(1924)> 등의 대표작을 남겼다. 애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국내 최초로 번역해 소개했고, 5개 국어를 구사할 정도로 외국어 실력이 뛰어났다. 

 

▲    작가 홍찬선의 한국여성詩史는 날이 갈수록 독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1주일에 월, 목  © 2회로 연재되고 있는 <한국여성詩史>는 금년 말로 끝낼 예정이었으나, 독자들의 성화에, 연장 여부를 작가와 협의중이다.   사진은 강의 중인 홍찬선작가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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