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이 쓰는 한국여성詩來

간호사에서 화가로 변신한 딸 둘 아들 둘 엄마 황경숙<한국여성詩來>

결혼하면 여성은 꿈을 포기하기 쉽지만, 화가 황경숙은 4자녀를 키우면서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홍찬선 | 기사입력 2021/11/0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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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이 쓰는 <한국여성詩來 마지막회>

간호사에서 화가로 변신한 딸 둘 아들 둘 엄마 황경숙

 100세 시대 제2인생을 산다

 

▲     © 운영자

 

벽은 사람이 만드는 것

아무리 힘들고 험한 곳이라도 

뜻만 굳고 올바르게 세우면

뚫고 지나갈 수 있다

 

겉으로 보이는 높이와 깊이에  

놀라 물러서지 않고 

눈과 귀 뜨고 마음 활짝 열면 

집채만한 범도 고양이로 바뀌는 법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일을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어렵고 엄두나지 않아도

몸으로 부딪치니 길이 사르르 열렸다

 

오십 줄에 미술학원에 가서

선 긋기부터 배우기 시작했을 땐

왜, 이 고생을 사서 할까라는 

의심과 쑥스러움과 싸워야 했다

 

▲   황경숙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생명'  © 운영자


스스로를 믿는 것도 훈련이었다

하루는 의심과 또 하루는 쑥스러움과 싸우면서

이 길이 100세 시대에 

나의 참 인생을 열어줄 것임을 믿었다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다

딸 둘과 아들 둘을 낳아 기르느라

단절된 경력을 다시 이으려 해도 

기다려주지 않는 야속한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들려면 고비를 넘겨야 했다

 

간호사는 육체의 아픔을 달래주고

엄마는 북풍한설 몰아치는 허허벌판에

따듯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고

아내는 외자(外子)가 뫔껏 활동하도록* 

집안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살피던

첫 번 째 인생을 발판으로 삼아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어 주는

그림을 그리라는 소명을 받아들이는 게 

무심하게 흐른 시간을 다시 붙잡아 

두 번 째 인생을 가꾸는 일이었다

 

▲     © 운영자

 

늦게 시작했다고 

모든 게 뒤늦은 건 아니었고

잃었다고 여긴 시간이

모두 헛된 것은 아니었다

 

오래 했다고 

앞선다는 보장도, 법칙도 없었고

경험을 바탕으로 빠르게 바뀌는 것들을  

먼저 받아들이고 배우는 자세가 중요했다 

 

태양 아래 아주 새로운 것은 없는 것처럼**

간호사로 엄마로 아내로 살면서 쌓은 자산이

차곡차곡 창조창고에 보관돼 있다가

실타래처럼 하나하나 풀려 나왔다

 

불화(佛畵)로 화가의 삶을 열었고

수묵담채화로 중국 북경으로 진출한 뒤 

조각으로 마음 근육을 단련시키고

한지 죽 문자추상으로 국전특선작가가 되어

주역과 천부경과 한국전통사상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밝게 얻었다 

 

▲   제주도 여행 중 마라도에서....  © 운영자

 

넘으면 슬그머니 찾아오는 고비를

수없이 넘으며, 고민은 작품으로

작품은 실력으로 이어졌다

 

대한민국미술대전 비구상 양화부문 특선

한류미술대전 서양화 최우수상

대한민국 현대여성미술대전 양화부문 대상

수원대석박사전 최우수작가상을 받았다

 

되돌아보면 아쉬움이 없진 않아도

그때 붓을 벗 삼아 고민을 달랜 일이

정말로 잘한 일이었다

 

격려 받던 두 딸이 어느 새 조언자가 되고

늘 어린 애로 여겼던 두 아들이 박수를 보내고

무뚝뚝한 외자가 소리 없이 지지해 주니

다스릴 건 오로지 내 마음,

     

창작의 길이 시작보다 어렵더라도

창조하는 일이 보통 삶보다 힘들다 해도

앞으로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고 해도

벽을 받아들이고 넘어서는 길을 터득했으니

두려워하지 않고, 오늘도 붓을 잡는다

 

▲  밤낮 안 가리고 취재에 바쁜 작가 홍찬서...여수 밤바다에서...   © 운영자

 

 

* 뫔; 몸과 맘(마음)을 합해서 만든 말. 외자(外子)는 내자(內子)의 댓귀되는 말. 

** 『구약성서』 <전도서> 제1장 9절.

*** 황경숙(黃敬淑); 충남 천안 출생. 천안서여중과 천안여고, 서울대 간호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병원 수술실과 호흡기계중환자실에서 근무하다, 퇴직하고 딸 둘과 아들 둘을 낳아 키웠다. 100세 시대에 제2인생을 살기 위해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화가 활동을 하면서 서울문화예술대학 아트앤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수원대 미술대학원에서 조형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5년 북경 주중한국문화원에서 한중13인초대작가전을 비롯, 국제교류전에 12회 참여했고, 2019년 안중근의거 110주년 초대작가영구기증특별전 등 그룹전에 90여회 참여했다. 2018년  KAFA대한민국국제미술축전 등 부스전에 8회 참여하고 개인전을 세 번 열었다. 2022년 2월16일부터 28일까지 인사동 산촌갤러리에서 네 번째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여원뉴스 독자 여러분의 사랑을 받던 홍찬선작가의 <한국여성 詩來>는 화가 황경숙을 끝으로 마감합니다. 그동안 심혈을 디해 취재와 집필을 해주신 홍찬선작가와,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새 해에는 새로운 여성들을 찾아 새로운 내용으로 찾아뵐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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