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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죄가 없어도, 그 아이들은 왜 소년원으로 갔을까?

법의 미비로 아이들이 처벌을 받는다면, 이 억울함 어디 가서 풀어야? 아이들의 장래를 진심으로 생각해서...

윤정은기자 | 기사입력 2021/11/15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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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가 없어도, 그 아이들은 왜 소년원으로 갔을까?

보육원 뛰쳐나갔다고… “보호관찰 위반” 

 

 

[yeowonnews.com=윤정은기자] 출생 직후 부모에게 버려진 A(18)양은 15세였던 2018년부터 2년 동안 소년원에 있었다. 범죄를 저질러서가 아니었다. A양은 ‘시설(보육원)을 이탈했다’는 이유로 처음 법정에 섰다.

 

밥을 먹지 않으면 화장실에 가둬 억지로 먹게 하는 등 보육원에서 벌어진 학대를 피하기 위해 보육원에서 도망쳤는데 법원은 A양에게 일상생활을 감독받는 보호관찰 처분을 내리고 원래 있던 보육원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A양은 보육원을 반복적으로 벗어나려다 ‘보호관찰 위반’ 등을 이유로 결국 2년 동안 소년원 신세를 지게 됐다.

 

▲     © 운영자

 

조선일보에 따르면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그가 소년원 신세를 지게 된 건 ‘통고제도’ 때문이다. 통고제도는 보호자 또는 학교·사회복리시설·보호관찰소의 장이 경찰 등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사건을 법원에 접수시키는 절차다.

 

문제는 이 제도에 근거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는 ‘우범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소년을 법정에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우범소년이 법정에 서는 사례는 지난해 198건, 올 상반기 124건 등 2013년 이후 매년 100건 이상씩 접수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통고제도가 ‘낙인(烙印)’처럼 작용해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제도권 밖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최근 “우범소년이라는 법적 개념이 통고제도와 결합해 관리가 어려운 아동을 시설 또는 학교 밖으로 쫓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오남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고제도는 1963년 소년법이 제정될 때 도입됐다. 58년 전 통고제도는 ‘일탈을 하거나 비행에 빠진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통고제도는 아이들을 재판에 세워 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며 “특히 여성 청소년의 경우 가출을 반복적으로 하면 미혼모가 되는 경우가 있어 이런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 우리 법은 만 19세 미만의 소년범에 대해선 처벌보다는 선도에 초점을 둔다. 금고(禁錮)형 이상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법원 소년부에서 사회봉사명령, 단·장기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의 보호처분을 결정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통고제도가 취지와 달리 운용되고 있어 소외된 아이들을 더욱 사회에서 멀어지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2018~2020년 통고 건의 절반 이상은 접수자가 부모가 아닌 사회복리 시설장, 학교장, 보호관찰소장 등 이른바 ‘외부인’이었다. 현소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고제도는 시설장 등의 일방적인 통보만으로 모든 절차가 진행되도록 되어 있는데, 그 과정에서 아이들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아이들을 일방적으로 보호처분 대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아이들의 자기결정권에도 반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했다.

 

이런 통고제도가 우범소년에게 적용될 경우 소년원 송치 등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년법은 우범소년을 ‘성격이나 환경에 비춰 앞으로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10세 이상인 소년’으로 정의하고 있다. 범죄를 저지른 건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어 소년법으로 보호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민변 아동인권위원회 김희진 변호사는 “성인들의 경우, 난폭한 행동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누구도 형사법에 위반되지 않는 한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신체의 자유를 박탈당하지 않는다”며 “처벌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는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범죄 소년과 동일하게 우범소년에게도 내리는 것은 아동에 대한 차별”이라고 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9월 법무부에 소년법의 우범소년 관련 규정을 삭제하고 새로운 해결책 마련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우범소년을 형사특별법인 소년법을 통해 규정하는 국가는 일본이 유일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도 우범소년 제도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합리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지만 아직 관련 규정은 바뀌지 않았다.

 

가정이 있는 아이들은 보호처분 가운데 수위가 가장 센 소년원 송치 처분이 내려져도 이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면 된다.

 

하지만 보육원 등에 머물렀던 청소년들은 소년원에 송치된 이후엔 갈 곳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보호처분 기간이 만료되면 기존 사회복리시설로 복귀하는 것이 원칙인데, 시설에서는 ‘다른 아동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 등으로 입소를 거부하고 아이들도 관련 시설에 돌아가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청소년행복재단 윤용범 사무총장은 “현재 시설이 재입소를 거부할 경우 해당 소년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도 없는 상태”라며 “보호 처분을 받은 아이들이 사회의 사각지대에 붕 떠서 어쩔 수 없이 범죄의 길로 향할 수도 있다”고 했다.

 

☞통고제도

보호자 또는 학교·사회복리시설·보호관찰소의 장 등이 경찰·검찰과 같은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소년 범죄와 같은 사건을 법원에 접수하는 절차다. 통고 대상자는 범죄를 저지른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범죄소년, 형벌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촉법소년, 10세 이상 19세 미만의 우범소년 등이다. 이들이 통고되면, 소년부 재판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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