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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기가 술집이냐"…수상한 캄보디아 '국제결혼 중개' 실태

윤영미기자 | 기사입력 2021/11/2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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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술집이냐"…수상한 캄보디아 '국제결혼 중개' 실태

국내법·현지법 어기며 성행하는 캄보디아 국제결혼중개업

"다수 여성과 동시 '맞선' 시키고 편법으로 현지 법망 피해"

 

[yeowonnews.com=윤영미기자] "뭔가 과정이 이상했지만 업자가 합법이라고 하니까 그대로 믿었죠." 한 남성의 증언을 통해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는 캄보디아 국제결혼중개업의 실태가 드러났다.

 

지난해 1월, 국내에 국제결혼중개업으로 정식 등록한 뒤 현지 사무실을 두고 운영 중인 A 업체를 통해 캄보디아 여성과 결혼한 임형원 씨는 "자신도 속았다"고 토로했다.

 

▲  [연합뉴스=여원뉴스특약]   © 운영자


연합뉴스에 따르면 임씨는 "업자가 자신의 업체는 정식 등록된 곳이라 결혼 중매가 합법이라고 속였다"면서 "알고 보니 중매 결혼은 캄보디아 현지법 위반이고 국내에 등록된 업체는 다른 사람 명의였다"고 전했다. 그는 "그동안 떳떳하지 못해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더는 자의든 타의든 불법 국제결혼에 빠지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았으면 해 부끄럽지만 고백한다"고 밝혔다.

 

◇ "갑자기 방으로 들어온 현지 여성들"…불법으로 여성 5명 동시 '맞선'

2019년, A 업체의 중매에 따라 늦은 밤 캄보디아 프놈펜에 도착한 임씨는 한 호텔에 짐을 풀고 잠을 청했다. 그런데 다음 날 오전 맞선 장소로 나갈 채비를 하던 임씨의 호텔 방에 갑자기 A 업체 중개업자와 현지 여성 5명이 들어왔다.

 

임씨는 "당연히 맞선 장소가 있다고 생각해 준비하고 있었다"면서 "업자는 여성 5명을 침대에 앉히고 의자 두 개를 침대 옆에 놓더니 '이제 한 명씩 맞선을 보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너무 황당하고 불쾌해 '무슨 술집 여성들이냐'고 강하게 따져 묻자 업자는 오히려 핀잔을 줬다"고 덧붙였다. 이후 중개업자는 호텔 로비와 커피숍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여러 명의 현지 여성을 데리고 와 맞선을 보게 했다.

 

▲ 임형원 씨가 2019년 캄보디아 방문 당시 호텔에서 찍은 프놈펜 전경.[임형원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운영자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제결혼중개업자는 이용자에게 같은 시간 혹은 같은 날·장소에서 2명 이상의 상대방을 동시 또는 순차적으로 소개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지자체장은 해당 업체 등록을 취소하거나 영업소 폐쇄, 영업 정지 조치를 해야 한다.

 

철저한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업체가 마련한 승합차나 사무실, 호텔에서 다수 여성과 동시 맞선을 보는 일은 십여 년 전부터 꾸준히 있었던 관행"이라며 "맞춤 데이트 코스, 맞선 여행 등 여행 상품 형태로 맞선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 국제결혼중개가 불법인 캄보디아…'가짜 지인' 정보 외워 법망 피해

캄보디아는 시행령을 통해 결혼 중개 업체나 중개인을 통해 외국인과 현지인 간 혼인을 금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에 등록된 국제결혼중개업체라고 해도 캄보디아 현지에서 국제결혼을 중개하는 것은 현지법에 위반된다. 또한 외국인이 캄보디아인과 혼인할 경우 서류 접수일 기준 본인이 만 50세 미만이고 월 소득이 2천5백 달러 이상이라는 것을 증빙하는 근거 서류를 내고 현지 내무부의 '인터뷰'에 응해야 한다.

 

▲ 내무부 인터뷰를 위해 임씨가 외웠던 가상의 지인(신부 소개자)에 대한 정보.[임형원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운영자


이에 A 업체는 중개 결혼이 아닌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가상의 지인(신분 소개자)을 만들어 맞선 남성이 그 신상 정보를 외우게 한 뒤 내무부 인터뷰를 통과시켰다.

 

당시 임씨가 중개업자에게서 전달받은 내무부 인터뷰 대비 자료에는 신부 소개자의 이름, 거주지, 본인과의 관계를 비롯해 공항에서 누가 자신을 마중 나왔는지까지 세세한 사항이 포함돼있었다. 임씨는 "결혼 상대인 여성에 대한 자세한 신상과 사생활 정보, 그리고 가짜 지인의 신상을 달달 외워 인터뷰 때 답하라고 했다"며 "그때 불법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화가 났지만 현지 여성에게 좋은 감정이 생기게 됐고 진행 비용도 이미 많이 지출된 상황이었다"면서 "무엇보다 업자 지시대로 하지 않으면 현지에 억류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컸다"고 전했다.

 

◇ "불법 국제결혼중개는 공공연한 비밀…단속·대책 필요해"

통계청의 '2020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아내-한국인 남편'이 전체 다문화 혼인 유형 중 66.4%를 차지하고 아내 출신 국적은 베트남(23.5%), 중국(21.7%), 태국(10.7%) 순으로 많았다. 캄보디아는 2.4%로 집계됐다. 또한 이 통계에는 베트남, 필리핀 등 현지에서 국제결혼중개가 불법인 국가들도 다수 포함됐다.

 

▲ 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출생아 수는 1만6천421명으로 전년보다 1천518명(8.5%) 감소했다.다만 전체 출생 중 다문화 출생의 비중은 6.0%로 전년 대비 0.1%포인트 증가했다.  [연합뉴스=여원뉴스특약   © 운영자

 

결국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불법적인 국제결혼중개업체들이 성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 이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이영진 한국국제결혼중개업협회장은 "베트남에서만 연평균 8천 명의 여성들이 국제결혼으로 입국하는데 이중 약 40% 정도는 불법 중개 업체가 개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특히 동남아 국가 현지에서 사실과 다른 서류를 만들어 결혼을 중개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각국 영사에게 사법권이 없다 보니 현지에서 불법 행위를 하는 현지인을 단속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재외공관이 불법 행위를 주재국 정부에 알려 조사를 요청할 수는 있다"고 밝혔다. 

 

편집자 주 = 이 기사는 임형원(가명·40대)씨 제보를 토대로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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