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사원 구자관 칼럼

아들딸이 더 먹고 싶다는데, 더 사주지 못한 고기 한 점 <구자관 칼럼>

아빠는, 아들의 생일에, 아이들이 고기 더 먹고 싶다는데 사 줄 돈이 없어 눈물만...눈물은 참 많아서.....

구자관 | 기사입력 2021/12/03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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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대표사원 구자관 칼럼(24) 고기 힌 점

아들딸이 더 먹고 싶다는데, 더 사주지 못한 고기 한 점

어둠 속에서 흐르는, 참고 참았던 아빠의 눈물 

 

▲     © 운영자


    송년회는 사원들이 벌어서 벌이는 자리다   

[yeowonnews.com=구자관] 연말이다. 송년모임 시즌이다. 그러나 작년부터 빼앗긴 송년회고 빼앗긴 연말이다. 코로나가 송년모임을 몰수했다. 모처럼 사원들과 격의 없이 어울릴 수 있는 송년모임 없는 것이 연말을 더욱 쓸쓸하게 한다. 

 

회사마다 별로 다르지 않겠지만, 송년회는 일단 회사가 돈을 벌어야 가능하다. 적자가 나고 부채에 시달리는 기업이라면 송년회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기업과 그 기업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의 상식이다.

 

송년회 회식 자리는 누가 마련하는 것인가? 물론 회사가 마련한다. 회사가 넉넉한 망년회 자리를 만들 수 있다면 그 회사 사원들은 1년 동안 열심히 일했다는, 그래서 회사가 돈을 벌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송년회 회식자리가 없으면, 그 반대이다. 

 

바꿔 말하면 송년회 회식 자리는, 회사가 사원들에게 마련해 주는 것이 아니라 사원들이 상사들에게 밥을 사주는 자리라고 나는 해석한다. 마련하긴 회사가 마련하지만, 송년회 회식이 가능하기 위해선 그 해에 사원들이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어야 된다. 회사가 흑자를 내야 송년회는 가능한 거 아닌지..... 

 

대부분의 회사들이 송년 회식 자리에서 고기를 먹는다. 맛있게 배부르게 기분 좋게, 일을 떠나서 먹는 것이 회식이다. 그 자리에선 누구나 기분 좋게 푸짐하게 고기를  먹는다. 연말 연시에 고기를 많이 먹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경우는 아니라고 한다. 

 

물론 회식 자리는 회사가, CEO가 마련한 것이겠지만, 사실은 사원들이 마련한 것이라고 나는 해석한다. 사원들이 열심히 일해서 수익을 올려야 송년 회식자리가 가능하다. 만약 적자 나는 회사라면 송년이고 회식이고 아니올시다, 가 될 것이다. 

 

그런 뜻에서 기업이 마련하는 연말 송년 회식 자리는 사원들이 마련한 자리다. 만약 연말에 송년 회식 자리를 마련할 수 없을 정도로 회사 사정이 안 좋다면, 이유야 어찌 되었건 그 해에 사원들이 수익을 못 냈다는 뜻도 된다.

 

▲  세모의 어느 백화점 와인 코너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사진=여원=연합뉴스 특약] © 운영자

 

    남기기는 커녕 고기 한 점이 모자라서 삼켜야 하는 눈물

회식자리는 즐거워야 한다. 배부르게 먹어야 하고 기분이 좋아야 한다. 나는 사원들과의 회식자리를 좋아한다. 그리고 회식자리에서 사원들에게 꼭 하는 말이 있다. "먹고 싶은 만큼 실컷 먹고, 마시고 싶은만큼 실컷 마시자." 그리고 잊지 않고 꼭 덧붙이는 한 마디가 있다 

 

”시킨 건 하나도 남기지 말고 다 먹자. 그러나 막 시키진 말자.“

 

반도 안 먹고 회식이 끝나는 때도 있다는 가까운 CEO의 경우를 연상해서 하는 소리가 아니라, 아까운 음식을 남긴다는 건 내 스스로가 용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주 배부르게 먹을만큼 시켜라. 그리고 하나도 남기지 말고 다 먹자는 얘기를 빼놓지 않는다. 

 

고기 한 점... 남기거나 모자라거나, 거기서 거기다. 그러나 고기 한 점이 없어서 설움을 달래는 사람도 있다. 많이 먹는 건 좋다. 남기지는 말자. 남기면 버리게 된다. 그러니까 음식을, 주문한 고기를 한 점이건 열점이건 남기지 말자. 

 

남기기 커녕은, 고기 한 점이 모자라서 삼켜야 하는 눈물도 있다. 고기 한 점이 있고 없고에 따라 흐르는 눈물도 있다. 고기 한 점이 있고 없고에 따라 가슴에 맺히는 한도 있다. 

 

음식을 많이 남기거나 버리지 못하는 나의 버릇, 또는 취향은 인생관이기도 하고, 그간 살아온 삶에서 파생된 이력이라고 할 수도 있다. 지금도 나는 음식을  남기거나 버리지 못한다. 

 

음식...먹는 것...삶의 영역에서 소홀히 할 수 없는 음식이, 내겐 자유롭지 못했다. 소년시절에도 그랬고, 결혼 후에도 한동안은 마찬가지였다. 결혼을 하고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두었지만,  함께 살기도 어려웠다. 아들은 나의 큰 누이가 키워줬다. 아들아이의 고모가 키워준 것이다. 딸은 처형이, 그러니까 그 아이의 큰이모가 키워준 것이다. 

 

아내와 나는 바빠서 아이들을 일일이 챙겨줄 수가 없었다. 우리 부부는 두 사람 다, 끊임 없이 일하러 다녀야 했다. 할 일이 있다는 것만도 얼마나 고마웠던가? 아이를 돌 볼 틈도 없이 청소하러 다니는 부부였다. 주로 화장실 청소가 믾있다. 

 

▲   사원들과의 대화를 소중히 여기는 구자관  대표책임사원과 어울린 사원들    © 운영자


      아들은 미아3거리. 딸은 불광동, 나는 신당동 반지하로..

어느 해 2월 28일. 그 날은 아들의 생일이었다. 아이 엄마는 아침 일찍 일하러 나가고, 그런데 나는 집에서 아들의 생일상을 차려줄 형편이 아니었다. 물론 그래서, 집에선 준비도 안했다. 아들은 12살, 딸은 6살 때였다. 그래도 일단 아들의 생일이니까,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다. 고기집으로 갔다  

 

고기집에 들어가 메뉴판을 보니 내 주머니의 현금이 고기 2인분 가격과 딱 맞아 떨어졌다. 고기 2인분을 시켜서 구워 주니까 두 아이 아주 맛있게, 열심히 잘 먹었다. 나는 한 점도 안 먹고 아이들만 먹게 했다. 

 

물론 애들은 ”아빠도 드세요!“ 했지만, ”아빤 벌써 많이 먹었다“ 하고는 아이들만 먹게 했다. 고기 2인분을 게눈 감추듯 맛있게 먹고 난 아이들은, 고기 좀 더 사달라고 했다.  

 

앞이 캄캄했다. 아이들은 더 먹고 싶다며 젓가락을 놓지 않는다. 허지만 아빠는 그럴 능력이 없음을 아이를이 알리는 없고....할 수 없이 내가 먼저 일어서서 계산을 하고 나왔다. 일어나지 않는 아이들을 달랬다.

 

”아빠가 고기 더 사줄께 나가자. 나중에 다른 고기집에 가자, 더 맛있는 고기집이 있거든.....“ 이렇게 달래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다. 아이들은 물론 더 먹고 싶어서 일어나기 싫은 눈치였지만, 따라 나왔다.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딸은 불광동에 살고, 아들은 미아3거리로 가야 한다. 그리고 나는 신당동 반지하에 살고 있던 때였다  아이들을 데리고 고기집을 나왔는데 갑자기 눈물이... 참으로 겉잡을 수 없는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래도 아이들 앞에 눈물을 보일 수 없어서, 그냥 하늘을 쳐다보고 울었다. 

 

그 시간에, 아이들 데려다 주어야 하는데 주머니엔 차비도 없었다. 아들을 미아리 3거리에 걸어서 데려다 주고, 또 미아리에서 불광동까지 걸어서 딸을 데려다 주고, 나는 거기서 다시 신당동 반지하로 걸어가야 한다. 그렇게 걸어서 오는 어둠 속에서 나는 흐느껴 울었다. 어둠 속에서도 눈물은 그치지 않았다. 우리 애들은 그 날의 얘기를 지금도 알지 못한다. 

 

▲    많은 강의 요청이 들어오지만,  회사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거의 응하지 몫하는 형편... © 운영자

 

        지금도 마르지 않은 눈물자국은....

고기 한 점은 그렇게 소중한 것이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사람이 아니면 인생의 맛을 모른다고 누가 그랬다던가.... 사랑하는 아들딸에게, 더 사주고 싶어도 사주지 못한 고기 한 점이 한스러워, 밤길을 걸으며 소리 없이 울어야 했던 기닌힌 아빠의 마음을..,어둠 속에서 소리 없이 흐느끼던 그 눈물의 의미...고기 한 점의 의미...

 

음식을 먹을 만큼만 시키고, 시킨 건 남김 없이 다 먹고 일어서는 건 테이블매너다. 내가 가난하게 자라서 그런 테이블 매너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서양식 테이블 매너도, 먹을만큼 시키고, 일단 시킨 건 남기지 않고 먹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테이블 매너다. 

 

연말 회식 자리에서 소중한 고기를 많이 시켜서 먹다가, 배부르다고 버리고 간다는 건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그 고기 한 점을 소중히 생각하고, 많이 먹는 건 상관 없지만, 많이 시켜놓고 버리진 말아야 한다. 

 

회식 때마다, 나는 외치다 싶이 한다.

 ”싫컷 먹자. 얼마든지 먹자. 하나도 남기지 말고 다 먹자. 많이 시킨 건 좋지만, 다 먹지 않고 남기는 건, 썩 좋은 일은 아니다. “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먹다가 그냥 남기고 나온다. 반쯤 태우는 경우도 있다. 먹을만큼 시키고, 맛있게 먹고, 남기지는 말아야 한다. 시켜 놓고 남기고 나오는 것은, 돈을 함부로 쓰는 것과 마찬가지다. 

 

적당히 시켜서, 배 부르게 먹고, 남기지 말고, 즐겁게 시간 보내는 것이 회식의 참된 의미다. 고기 한 점 더 사 줄 돈이 없어 눈물 짓던 추억이 있는 사람이라 이런 소릴 하는 건 아니다. 고기 남기는 것은 돈 낭비에, 환경문제를 고려하지 않는 행위가 된다. 물론 가난은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또 벌써 35년 전 얘기지만 고기 한 점의 에피소드가 내게 남긴 것은, 아마 지금도 마르지 않았을 눈물 자국이다. 

 

그런 날 밤이면, 잠자리에 들어서도 쉽게 잠들지 못했다. 그런 날 밤이면, 내일은 해가 뜨지 말았으면, 내일은 잠에서 깨지 말았으면....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되풀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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