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經·社

나랏돈을 제돈처럼 펑펑 쓴 외교관은 지금?

법이 물렁팥죽이면, 정부 어느 부처이든 부패를 뿌리 뽑을 수 없다. 정부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정운기자 | 기사입력 2018/10/07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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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교관 보냈더니 혈세 횡령…'햇반'·영양제에도 예산 '펑펑'

감시 사각 해외공관…횡령·갑질로 곪는데 정부는 '깜깜'


 일부 공관 외교부 소속 직원 4명중 3명이 징계 대상 되기도
재외공관 31곳, 10년간 본부 감사 한번도 안 받아…"내부고발 촉진해야"
 

장기간 나랏돈을 횡령하고 공관 예산으로 개인 경비를 지출한 외교관이 재판에 넘겨졌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진영(더불어민주당·서울 용산) 의원은 해외 공관 자금을 횡령하고 개인 물품 구매에 지출한 전(前) 이스탄불 총영사관 직원 A씨가 올해 7월 기소됐다고 외교부 자료를 근거로 7일 밝혔다.


총영사관 경비 출납 업무를 맡았던 A씨는 공관 통장에서 인출한 현금을 사무실에 보관하면서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작년 말∼올 초 외교부 감사에서 드러났다. 그는 행정지원시스템(전산)에 허위로 지급(지급결의) 내역을 입력하고, 본부에 매월 제출하는 출납계산서에는 증빙자료를 첨부하지 않는 방식으로 나랏돈을 빼돌렸다.

 

▲ 장기간 나랏돈을 횡령하고 공관 예산으로 개인 경비를 지출한 외교관이 재판에 넘겨졌다.    © 운영자

 

A씨가 횡령한 혈세는 확인된 것만 약 2만6천달러(약 3천만원)다. 현금을 횡령하는 데 더해 A씨는 공관 물품을 구입할 때 즉석밥과 영양제 등 개인생활용품까지 구입 목록에 포함시켜 주문을 냈다.

 

A씨는 자신의 불법을 숨기려고 행정직원을 위협하고 차별하는 '갑질'을 일삼았다. A씨와 함께 근무한 외교관 B씨는 공관장의 지시를 무시하고 이행하지 않는 등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하고, 역시 예산을 부정하게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달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다.

 

B씨는 터키 한인 인사와 민원인, 한국에서 공무로 터키를 찾은 공직자에 무례한 언행으로 대한다는 평판이 교민사회에 자자했다. 소속 외교관의 복무를 관리하며 비위를 예방했어야 할 공관장은 부하 직원의 불법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본인 역시 행정직원에게 욕설과 폭언을 하고, 청사 청소원에 빨래, 다림질, 장보기 등 개인 용무를 지시한 사실이 확인돼 올해 감봉 징계를 받았다. 작년 초 기준 이스탄불 총영사관의 외교부 소속 외교관 총 4명 가운데 3명이 징계를 받거나 받을 예정이며, 그 가운데 1명은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2016년에도 남미 지역의 한 대사가 허위로 지급결의를 한 후 개인 용도로 지출한 사실이 드러나 해임되는 유사 비위 사건이 있었다.

 

A씨의 범죄 사실은 임기를 마치고 본부로 복귀한 후 뒤늦게 발각됐으며, B씨의 부적절한 예산 집행도 복무 불이행으로 귀임 조처를 당한 후에야 드러났다. 공관 전체가 비위와 갑질로 곪아가는데도 구체적인 실태는 장기간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는 규모가 작거나 '험지'에 있는 재외공관의 외교관들이 감시 사각지대에서 권한을 휘두르기 때문이다. 이스탄불에 사는 한인 S씨는 "총영사관에 근무한 지인이 사소한 일로 수시로 상관으로부터 폭언을 듣고 힘들어 했지만 아무 데도 하소연할 곳이 없었고, 결국 사직했다"면서 "현지 채용된 직원에게 외교관들은 왕이나 실세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밖에도 ▲ 미성년자 성추행 ▲ 부하직원 성희롱 ▲ 여성 감사반원 성희롱 ▲ 부하 직원과 불륜관계 ▲ 공무 중 유부녀와 부적절한 채팅 등 성 비위도 재외공관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외교부가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용산)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현재까지 외교부 자체 감사를 받은 재외공관은 전체 183곳 가운데 42곳뿐이다.

 

▲     © 운영자

 

31곳은 최근 10년간 본부의 감사를 한 번도 안 받았다. 3곳은 최근 6년간 자체 감사뿐만 아니라 감사원 감사도 받은 적이 없다. 횡령, 갑질, 성 비위 등 재외공관의 기강 해이가 계속되는 이유는 감시 장치가 미흡한 탓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러나 세계 곳곳의 재외공관을 꼼꼼히 감사하기에는 비용과 인력의 한계가 따른다.

 

진영 의원은 이번 사례는 재외공관이 여전히 비위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실태를 극복할 수 있도록 체계를 정비하라고 외교부에 주문했다. 진 의원은 "공관장 재임 기간 중 최소 한번은 감사를 받게 한다든지 등 감사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상향식 감시가 작동하게끔 철저한 내부고발자 보호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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