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캅을 밟으면 女權이 살아난다..사우디 등 아랍권에 페미니즘 바람

여성이 억압받는 곳에는 어떤 문화도 행복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 곳 여성들의 용기를 후원하자

유인정기자 | 기사입력 2019/01/0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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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우디판 탈코르셋 ‘니캅 밟기’ 운동…아랍권도 페미니즘 바람
  SNS에 전통의상 밟고 있는 사진 올려
“니캅 착용, 익숙하지 않고 답답할 뿐”
'성 격차' 141위 최하위 인권국의 변화


“역겹고 숨 막히는 의복을 사는데 한 푼도 쓰지 않겠다”  ‘니캅 밟기 운동’에 참여한 한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이 남긴 글이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사우디 여성들의 니캅 밟기 운동이 퍼지고 있다.

 

이 운동은 니캅을 밟고 있는 사진과 니캅 착용을 강요받았던 경험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로이터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이를 보도하면서 “엄격한 복장 규정에 반대하는 사우디 여성들의 시위”라고 전했다.

 

니캅은 이슬람권 여성들의 전통 복식 중 하나다. 얼굴을 드러내는 히잡과는 다르게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리는 게 특징이다. 니캅을 착용하면 일상생활이 불편하고, 여성들에게만 강요된다는 점에서 여성억압의 상징으로도 여겨진다.

 

▲ 무슬림 여성들이 얼굴을 숨기기 위해 니캅을 착용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 운영자


“니캅 밟기, 문화적인 투쟁” 

이 운동은 지난 달 26일 한 여성이 트위터에 “니캅은 날 대표하지 않는다”며 니캅을 밟고 있는 사진과 아랍어로 ‘발밑에 니캅’을 뜻하는 해시태그를 올리면서 시작됐다. SNS를 통해 기존 사회 질서에 저항한다는 점에서 긴 머리를 자르고, 화장품을 부수는 우리나라의 ‘탈코르셋 운동’이나 획일화된 몸매에 반대하는 미국의 ‘바디포지티브 운동’(Body Positive)과 비슷하다.

 

▲ '니캅 밟기 운동'에 동참한 여성들이 SNS에 올린 사진. [사진 트위터]     © 운영자

 

아랍계 온라인매체 스텝피드는 니캅 밟기 운동을 두고 “법적인 싸움이 아닌 문화적 투쟁”이라고 평했다. 사우디에선 히잡·니캅 착용이 국가가 규정하는 법적인 의무는 아니다.

 

하지만 사우디가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인 만큼 코란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슬람율법 샤리아(Shariah)에 따라 여성들은 공공장소에서 몸을 가리는 전통의상을 착용해야 한다. 전통의상엔 히잡과 니캅이 모두 포함되는데, 보수적인 국가일수록 더 많은 신체부위를 가리는 의상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 사우디 부모들은 딸들에게 주로 니캅을 쓰도록 한다.

 

▲ 이슬람 여성들이 착용하는 전통복장의 종류. [중앙포토]     © 운영자

 

이 운동에 동참한 한 여성은 “12살 때부터 니캅을 썼지만 절대 익숙해 지지 않는다. 너무 답답하다. 특히 중동의 뜨거운 태양이 비출 때는 최악이다. 이걸 편하다고 하는 여성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심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고백했다.

 

또 다른 참여자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그는 “내가 니캅을 벗는다고 했을 때 엄마는 나를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며 “엄마의 감정적인 협박과 폭력을 견뎌야만 했다. 이건(니캅 착용)은 나를 위한 선택도 아니고 우리나라 소녀들을 위한 것도 아니다”며 니캅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사우디는 이슬람 율법이 엄격한 국가인 만큼 대부분 사진들은 공개적인 장소가 아닌 집과 같은 실내에서 찍은걸로 보이지만, 일부는 차 바퀴 밑에 니캅을 깔고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 '니캅 밟기 운동'에 동참한 여성이 SNS에 올린 사진. [트위터 캡쳐]     © 운영자

 

서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운동가들도 이들을 향해 연대와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캐나다의 여성운동가 야스민 무함마드는 “(니캅 착용을) 정부가 강요하지 않았다면, 우리 사회와 커뮤니티, 가족이 강요한 것”이라며 “캐나다에서도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족에게 살해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운동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운동에 반대하는 측에선 “니캅 착용은 우리의 선택일 뿐이다. 나는 국가와 가족을 사랑한다”거나 “당신의 선택으로 니캅을 쓰고 싶지 않다면, 니캅을 쓴 사람 역시 존중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또 일부는 껍질이 까진 귤과 껍질을 벗기지 않은 귤 사진과 함께 “어떤 쪽이 더 안전할까”라는 글을 올리며 이 운동을 비꼬기도 했다.

 

성평등 순위 141위 사우디·142위 이란서도 변화 시작 

이슬람 여성들의 ‘전통 의복 거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란에선 이미 2014년부터 히잡을 벗는 ‘나의 은밀한 자유(My Stealthy Freedom)’ 캠페인이 시작됐다. 시아파인 이란과 수니파인 사우디는 오랜 앙숙이지만, 여성 인권 운동에서만큼은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사우디에선 지난해 4월 하야 알아와드 교육부 여성담당 차관이 평소에 착용하던 니캅 대신 히잡을 쓰고 연설을 해 논란이 일었고, 2017년엔 한 사우디 여성이 배꼽티와 미니스커트를 입고 이슬람 유적지를 활보하는 영상을 올려 체포된 바 있다.

 

▲ '나의 은밀한 자유'(My stealthy freedom)는 이란 여성들이 히잡 강요를 거부하며 벌이는 캠페인이다. 히잡을 나무막대기에 묶어 흔들고 있다. [사진 페이스북]     © 운영자

 

사우디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8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서 149개국 중 141위를 차지한 ‘여성인권 최하위국’이다. (이란은 142위다) 그럼에도 인권향상을 위한 여성들의 움직임은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개혁군주’를 표방하는 실세 왕자 무함마드 빈살만의 역할이 크다는 평가다. 빈살만 왕세자는 아바야를 착용하지 않는 여성을 단속하는 종교경찰 무타와(Mutawa)의 체포권한을 박탈하고 사우디 여성들의 운전과 축구장 입장을 허용하기도 했다.

 

▲ 무함메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로이터=연합뉴스]     © 운영자

 

이뿐만이 아니다.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 3월 니캅 논란에 대해 입장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당시 그는 미 CBS방송 ‘60Minutes’에 출연해 “샤리아는 여성들이 남성들처럼 단정한 옷을 입도록 규정할 뿐”이라며 “이건 특별히 검은 머리 덮개를 뜻하지 않는다. 어떤 종류의 옷을 입고 싶은지 결정하는 건 전적으로 여성에게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도이체벨레(DW)는 “그럼에도 사우디 여성들은 자신들의 삶이 실질적으로 달라졌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지난해 8월 첫선을 보였던 여성인권을 위한 온라인 라디오 방송 ‘나사위야 FM’은 최근 트위터 계정이 삭제되는 등 활동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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