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응급센터의 연휴는 몸이 3개, 머리가 2개 필요한 날이다

응급센터 닥터들에게 감사하자. 남들은 다 쉬는 연휴에 닥터들은 몸과 마음을 바쳐 환자를 돌보고...

김석주기자 | 기사입력 2019/02/07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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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연휴는 재난”이라는 응급센터 의사들


"오늘은 몸이 3개, 머리가 2개였어야 했다. 내일은 몇 개 필요할까?" 설 연휴 근무 중 유명을 달리한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2017년 9월 추석 연휴 무렵, 자신의 SNS에 이런 글을 올렸다. 그는 ‘응급의료는 그것(긴 연휴)만으로도 재난’이라고 했다.

 

▲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응급중환자실. /연합뉴스     © 운영자

 

‘응급의료의 콘트롤 타워’ 윤한덕 센터장, 병원서 돌연사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지난 4일 오후 5시 50분쯤 이 병원 행정동 2층 중앙응급의료센터장실에서 책상 앞에 앉아 숨을 거둔 채 발견됐다. 경찰은 7일 오전 "부검 결과, 윤 센터장의 사인(死因)은 급성 심장마비"라고 밝혔다.

 

윤 센터장은 전국 17개 응급의료지원센터를 총괄하는 중앙응급의료센터 재난응급의료상황실에서 재난 상황을 감시하고 유사시 응급의료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다. 국내 응급 의료의 ‘컨트롤 타워’다.

 

윤 센터장의 주검은 부인이 발견했다. 주말 내내 연락이 닿지 않자, 병원으로 찾아왔다 비극을 본 것이다. 윤 센터장의 부인은 "평소에도 야근이 잦아, 연락이 닿지 않아도 ‘전화가 오겠거니’ 생각했다", "명절에도 24시간 돌아가는 응급의료시스템 특성상, (남편이) 책임자이니만큼 업무로 바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인생을 온전히 병원에 바쳤던 ‘응급센터 의사’의 현실을 보여준다.

 

명절, 응급 의사들에겐 ‘환자가 몰리는 무서운 시간’

"긴 연휴, 그것만으로 응급의료에는 재난"이라던 고인의 걱정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응급의료센터 의료진에게는 명절, 공휴일이 그 자체로 ‘비상 사태’다. 기동훈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응급의학과장은 "이번 설 낮 근무 시간에 10분에 한 명꼴로 응급실에 환자가 왔는데, 의사 1명과 간호사 3명뿐이었다"며 "설 근무 중 어디 앉아서 쉬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명절 연휴 중 1차 의료기관(의원급)이 문을 닫자, 응급센터로 환자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기 과장은 "응급실 옆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는 응급실 의사도 많다"며 "인턴 시절 응급실에서 36시간, 연속해서 최대 40시간 꼬박 일한 적도 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설 당일과 다음 날, 하루 평균 2만8000여명의 환자가 응급의료센터를 찾았다. 평시 수준은 하루 평균 약 1만4000여 명이었다. ‘명절 환자’는 평소의 두 배가 된다.

 

송명제 전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겸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응급의료 현장 종사자들은 화장실 갈 시간도 없고 끼니를 거를 때도 많다"며 "단순히 고인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것으로 넘어갈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응급의료 관리료, 의사 채용 대신 ‘인테리어’에 쓴다?

보건업은 특례업종으로 분류돼 주당 법정근로시간이 적용되지 않는다. 특히 응급의학과는 강도 높은 근무, 상대적으로 낮은 보상, 환자·보호자와의 갈등 소지, 의료분쟁 가능성 등으로 외과, 산부인과 등과 함께 ‘기피 전공’으로 꼽혀왔다. ‘응급의료센터’의 인원 부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응급의학회가 최근 발표한 '2015 응급의학과 전문의 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0년 주당 당직 시간은 평균 55.7시간, 2015년에는 평균 44.8시간으로 나타났다. 과거에 비해 근무 시간이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다"는 게 의료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전공의들의 경우 근로자이자 수련을 받는 교육생이라는 이중적 지위의 특수성으로 인해 1주일에 최대 88시간까지 근무하고 있다.

 

생전의 윤 센터장은 "권역응급센터·외상센터가 두 배로 늘어나고, 전공의 특별법으로 수련 시간이 줄었으며, 고령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등 변수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었다. 응급 의료에 대한 수요는 느는데, 공급이 달린다는 얘기다.

 

송명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응급실 환자 과밀화, 의료진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하려면 응급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정부 지원책이 시급하다"며 "정부가 지원하는 응급의료관리료가 실제 인력 확충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병원 종사자는 "아직까지는 응급의료관리료가 인력으로 재투자되기 보다는 시설 리모델링과 장비 구매에 치우쳐   있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 지원금이 실제 인력 투자와 근무환경 개선 등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 주무부처의 관리 감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대다수 병원 의사들에겐 ‘근로기준법’이 없다. 사실상 휴식시간 없이 24시간 대기에 주 7일 근무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의사가 건강해야 최선의 진료가 가능 한 것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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