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논밭 사이에 아파트… 이러니 전국 5만 가구 공실

논밭 사이에 아파트 지어놓고 들어오라면, 돈 주고 들어오라 해도 싫다 할 사람 많을듯...

이창수 | 기사입력 2024/09/2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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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밭 사이에 아파트… 이러니 전국 5만 가구 공실

LH 공공 임대 아파트에는 빈방 늘어

 저렴한 가격에도 수요가 전혀 없는 상황이니...

 

 

[yeowonnews.com.=이창수기자]충남 당진의 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영구 임대 아파트는 전체 200가구 중 86%(172가구)가 비어 있다. 2022년 10월 입주를 시작했는데 첫 입주자 모집 때 단 8가구만 입주했고, 수차례 추가 모집을 해도 개선될 기미가 안 보인다. 논밭 사이에 지어진 이 단지는 주변에 생활 인프라가 전무(全無)하다시피 하고, 원룸형(전용 면적 26㎡)이다. 열악한 입지에 들어선 소형 주택인 탓에 저렴한 가격(보증금 263만원, 월세 4만9000원)에도 수요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 논밭 사이에 지어진 아파트… 이러니 전국 5만 가구 공실, 누굴 원망한들....  © 운영자


주택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지 않아 ‘유령 아파트’처럼 비어 있는 공공 임대 단지가 늘고 있다. 27일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실이 LH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LH가 관리하는 전국 건설 임대주택(98만5300가구) 중 6개월 이상 비어 있는 집은 지난달 기준 4만9889가구에 달한다. 2022년(2만7477가구)과 비교하면 배(倍) 가까이로 늘었다. 한 번도 입주자를 맞은 적 없는 임대주택도 전국에 9504가구나 된다.

 

 

임대주택 빈집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생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입지에 초소형 주택 위주의 아파트 단지를 지으니 아무리 임대료가 저렴해도 수요자가 찾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요즘엔 1~2인 가구라도 여유 있는 생활 공간을 찾는다. 이런 소비자의 트렌드에 맞지 않게 소형 위주로 공급되는 임대주택은 상당수가 공가(空家)로 남아 있는 현실이다. 건설 임대 공가 중 50.1%(2만4994가구)가 전용 면적 31㎡(약 9.4평) 미만으로 나타났다.

 

 

전체 300가구 규모인 전북 완주군의 한 행복주택은 208가구가 공가인데 대부분 전용 21㎡, 26㎡다. 수도권 남부에서 주거 수요가 많은 동탄2신도시에 있는 영구 임대 아파트(216가구)도 전용 23㎡로 구성된 탓에 아직 3분의 1 정도가 비어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임대주택 공급 기관이 물량 채우기에만 신경 쓰고 입지나 주택 크기, 평면 설계, 커뮤니티 시설 등 상품성을 높이는 데엔 뒷전”이라고 했다.

 

 

27일 충남 당진에 있는 한 임대 아파트 전경. 주변은 논밭뿐이어서 변변한 편의 시설이 없다. 이 단지 내 영구임대주택은 전체 200가구 중 86%가 비어 있다. /신현종 기자

 

 

빈 임대주택은 충남·경북·전북에 많지만, 수도권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작년 12월 입주를 시작한 경기 화성 신축 영구 임대 아파트는 136가구 중 60%(81가구)가 비어 있다. 경기 파주시의 또 다른 신축 임대 단지도 공가 비율이 57%(452가구 중 258가구)에 이른다.

 

 

전국에서 공가 비율이 높은 상위 10단지는 모두 2018~2019년에 사업 승인을 받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주택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치솟자 문재인 정부가 임대주택 공급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묻지 마’ 식으로 사업 승인을 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대주택 공가 증가에 따른 손실은 결국 국민의 세금 부담으로 돌아온다. LH의 지난해 임대주택 운영 손실은 2조2565억원으로 5년 전인 2018년(9848억원)의 2배 이상 규모로 늘었다. 노후 임대주택이 늘면서 수선 유지에 쓰는 비용만 연 1조원이 넘는다.

 

 

권영세 의원은 “공가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임대주택 공급 확대도 중요하지만, 수요예측 단계부터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LH는 “수요자가 선호하는 입지와 상품성을 갖춘 임대주택을 적정 물량 공급하기 위해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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