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다시 트럼프 시대... 美 우선주의 더 강해진다
"모든 문제 고쳐 다시 위대하게
미국의 진정한 황금기 만들겠다"
[yeowonnews.com=김석주 기자]“오늘은 열심히 일하는 평범한 미국인들이 나라의 통제권을 다시 찾은 날로 기억될 것입니다. 나는 우리 나라를 치유할 것이고, 국경을 포함한 우리 나라에 관한 모든 것을 고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입니다.”
6일 오전 2시 30분쯤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카운티 컨벤션센터.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형 성조기로 가득 찬 화면을 배경으로 연단에 올라 말했다. 그러자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문구가 적힌 모자를 쓰거나 옷을 입은 수천 명의 지지자는 우렁차게 트럼프의 이름과 함께 ‘USA’를 외쳤다. 그가 연단에 오를 때는 유세 때마다 등장했던 컨트리가수 리 그린우드의 노래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God Bless the USA)’가 울려 퍼졌다.
경합주에서 잇따라 승전보가 날아오면서 백악관 재입성을 확정 지은 트럼프가 밤새 지지자들이 몰려든 자택 근처 컨벤션센터를 찾아 사실상 당선 첫 소감을 말한 것이다. 트럼프는 “여러분의 45대, 그리고 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영광을 누리게 해준 미국인에게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세 아들 트럼프 주니어·에릭·배런 등 가족이 무대에 올라오자 환호는 더욱 커졌다. 트럼프는 “오늘 밤 우리가 역사를 만든 이유가 있다”며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족, 여러분의 미래를 위해 싸우겠다”고 말한 뒤 멜라니아를 ‘퍼스트레이디’라 부르며 다가가 포옹했다.
트럼프는 이날 연설에서 자신이 공언해온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강력 추진을 예고했다. 그는 “우리는 국경과 안보, 강력하고 힘이 있는 군대를 원한다”며 “국경을 굳게 닫을 것이고, 사람들이 미국에 올 수는 있지만 반드시 합법적인 방식으로 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이면서 자신의 대세론 확산의 결정적 계기가 됐던 지난 7월 유세장 암살 미수 사건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신이 내 목숨을 살려준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말해줬다”며 “그 이유는 우리 나라를 구하고 미국을 위대하게 회복시키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러면서”이제 그 사명을 완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유권자를 향한 듯한 메시지도 내놨다. 그는 “분열로 점철된 지난 4년을 뒤로하고 미국을 다시 강하게, 번영하게, 위대하게 만들 시간”이라며 “이 고귀하고 정의로운 여정에 여러분이 모두 동참해주길 바란다. 국민 여러분을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자수성가한 러스트벨트(제조업 쇠락 지역)의 흙수저 출신으로 미국 역사상 셋째로 젊은 부통령이 될 러닝메이트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도 무대에 올라왔다. 그는 부통령 후보로 밴스를 낙점한 자신의 선택에 대해 “초반에 논란이 있었지만 매우 훌륭한 선택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밴스는 부통령 후보가 된 뒤 과거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을 비판하며 ‘아이 없는 고양이 여성(Childless Cat Lady)’이라는 비하 표현을 쓴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트럼프에게 비판적인 CNN, MSNBC 등 진보 성향 방송사들을 ‘적들의 캠프(enemy camp)’라 부르면서도 적극적으로 출연하고 선거 기간 각종 논란을 적극 방어한 점을 트럼프는 높이 평가했다. 밴스는 이날 “당신(트럼프)의 여정에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고 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적 복귀를 목격할 수 있었다”며 “우리는 미국의 경제적 위대함을 되찾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연설에서 자신의 백악관 재입성을 도운 이들을 비중 있게 언급했다. 선거 막판 약 25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칭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쏟았다. 트럼프는 “일론은 우리의 새로운 스타이자 이 나라에 가장 중요한 사람 중 하나”라며 “나는 그를 사랑하고 이런 천재는 나라가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2기’에서 연방정부 비용을 줄이고 공무원 숫자를 감축하는 역할을 맡을 ‘정부효율성위원회’ 수장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9월 트럼프의 제안을 머스크가 받아들였는데 이 조직이 위원회가 될지 정식 정부 부처의 형태가 될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트럼프는 대선 캠프 살림을 맡았던 수지 와일스·크리스 라시비타 공동 선거대책위원장도 무대에 올리면서 “엄청난 경의를 표한다”고 격려했다. 두 사람은 차기 정부의 백악관에서 비서실장, 선임 고문 등 요직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민주당의 상징적 인물인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로 케네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트럼프를 지지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변호사에 대해서는 “바비(애칭)가 이 나라를 더 건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케네디는 차기 정부 보건부 장관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트럼프의 행사장에는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공영방송 미국의소리(VOA) 등 최근 트럼프에 비판적 보도를 해온 일부 언론사가 출입 불가 조치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이날 연설에 앞서 자택에 머물며 개표를 지켜봤다.
밴스와 머스크를 비롯해 정권 인수팀을 이끌고 있는 린다 맥마흔 전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 CEO와 하워드 루트닉 캔터 피츠제럴드 CEO, 실리콘밸리의 고액 후원자인 데이비드 색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초청받은 소수 측근들만 참석했다. 붉은색 넥타이를 맨 트럼프는 개표 방송을 시청하는 내내 밝은 얼굴을 하고 있었고, 멜라니아 여사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폭스 뉴스 진행자 출신인 보수 논객 터커 칼슨은 현장을 생중계하며 일부 참석자를 인터뷰했다.
승리 진영과 패배 진영의 분위기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당초 선거일 저녁 워싱턴DC 북서부에 있는 흑인 대학이자 모교(母校)인 하워드대에서 학생들과 개표 방송을 함께 시청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패색이 짙어지면서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해리스 캠프의 세드릭 리치먼드 공동 선대본부장은 “아직 세야 할 표가 남았고, 모든 표를 셀 때까지 지켜볼 것”이라며 “내일 연설을 하기 위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하워드대 교정에서 흑인 여성 대통령의 탄생을 기대하던 학생들 사이에선 탄식이 나왔고, 울음을 터뜨리는 이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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