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앞둔 남녀와 불륜녀… 세 욕망 벗겨내는 ‘파격 치정극’
약혼남·후배 불륜 목격한 여자...세 명이 그리는 ‘에로틱 스릴러’
박지현 베드신서 수위 높은 노출...영화 ‘히든페이스’
[yeowonnews.com=김석주기자]결혼을 약속한 성진(송승헌)과 수연(조여정)이 사는 집. 그곳에서 수연의 후배 미주(박지현)와 성진이 격정적으로 사랑을 나눈다. 그런데 그 광경을 집 안 어딘가에서 수연이 목격하고 있다. 당혹스럽고 절망적이지만 왠지 모를 짜릿함이 도는 순간. 이들은 어쩌다 불륜을 저지르게 된 걸까. 그보다 수연은 어쩌다 이들을 목격하게 된 걸까.
영화 ‘히든페이스’는 3개월 전, 7개월 전의 과거를 순차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세 남녀의 ‘숨겨진 얼굴’을 벗긴다.
◇“내가 미쳤나 봐. 언니 안방에서”
‘히든페이스’는 ‘방자전’, ‘인간 중독’ 등 김대우 감독의 전작처럼 질투로 시작돼 욕망으로 번지는 남녀의 치정극이다. 영화의 시작은 불륜으로 시작된 전형적인 에로틱 스릴러의 모습을 띤다. 결혼 직전 떠나겠다는 영상 메시지를 남기고 잠적한 수연의 빈자리를 미주가 채우면서 성진은 그녀를 욕망한다.
여기엔 계급 갈등이 내포돼 있다. 한 지방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인 성진은 자수성가한 흙수저. 연줄 하나 없는 그가 지휘자가 되는 데엔 해당 오케스트라 단장의 딸인 수연의 역할이 컸다. 애초 계급 차이로 삐거덕거리던 관계에 성진처럼 ‘슈베르트를 좋아하는’ 미주가 등장했던 것. 와인 맛을 모르는 둘의 흙수저 공감대는 욕정으로 발전하며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욕망, 욕정의 분출, 그리고 이를 샅샅이 지켜보는 시선까지 자의와 상관없이 ‘에로티시즘의 대가’로 불리는 김 감독의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된다. 미주 역 박지현의 노출을 불사한 베드신은 수위가 높지만 아름답게 찍혔다. 미주는 “언니 안방에서 이러면 안 된다”면서 야릇한 표정으로 방 안의 거울을 바라본다.
김 감독은 지난 15일 인터뷰에서 “‘노출 영화에 나온다’는 마음으로 위축되면 배우도, 영화도 형편없이 초라해진다”며 “‘몸은 나만의 의상이야’라며 자신감을 가지면 멋지게 나온다”고 말했다. 이러한 그의 노출 연기 연출론은 박지현을 캐스팅한 배경이다. 김 감독은 “‘나는 벗겨지는 게 아니야’란 자존감과 자기애가 첫 만남 때 느껴졌다”며 “이후 다른 배우는 볼 것도 없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연출한 영화마다 베드신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가 10년간 연출하지 않았기에 20대 관객으로선 극장에서 처음 보는 한국 ‘살색’ 영화일지도 모른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 그러나 김 감독은 “에로티시즘을 한다는 생각을 못해봤다”며 “15세 관람가 이야기를 쓰고 싶어도 실패한다. 다른 감독들의 영화를 보며 ‘어떻게 어른이 15세 관람가 영화를 만들 수 있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의외로 그는 베드신을 연출할 때 배우의 몸매를 부각하지도, 특별히 그 장면에 힘을 주지도 않는다고 했다. “남성적인 시선으로 느껴지는 점은 극복하고 싶다”고도 했다. 대신 “배우의 부모가 봤을 때 수치스럽지 않고, ‘우리 딸·아들 너무 아름답다’는 말이 나오길 바라며 찍는다”고 말했다. “시사회 때 여배우의 부모님이 꽃다발을 주면 그렇게 눈물이 나와요. ‘방자전’ 때 조여정 부모님과 ‘인간중독’ 때 임지연 부모님이 주셨죠. 이번엔 못 받았네요.”
수연의 엄마이자 오케스트라 단장(박지영)은 성진에겐 장모이기 이전에 고용주다. 그는 늘 남에게 보이는 게 중요하다며 “인간은 포장”이라고 설파한다. 그런데 영화에서 표현되는 상류층의 삶은 피상적이다. “돈이면 다 된다”는 상류층의 허위의식, 으리으리한 대저택,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겉만 번지르르한 연회, 5박에 3000만원 하는 숙박을 알아보는 모습 등은 임상수 감독의 ‘하녀’나 변혁 감독의 ‘상류사회’ 등 한국 영화에서 반복되는 클리셰다.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와 4개의 즉흥곡 D.899 중 제3번, 그리고 교향곡 8번 ‘미완성’이 효과적으로 쓰였다. 성진과 미주가 연결되는 계기이자 극의 분위기를 이끈다. 다만 송승헌의 지휘 연기는 기대해선 곤란하다. 서정적인 멜로디가 특징인 ‘미완성 교향곡’을 두고, “프로그램에 서정적인 게 부족하다”는 등의 설정 오류도 아쉽다.
‘히든페이스’를 통해 박지현은 수위 높은 베드신을 소화했다. 각자의 숨겨진 얼굴이 드러난 채 맞이하는 영화의 결말은 파격적이다. 자수성가한 성진은 지휘자 자리를 포기할 수 없고, 수연은 번듯한 결혼 생활을 포기할 수 없으며, 미주는 끈끈한 이 관계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얽히고설킨 세 남녀의 치정극에서 각자의 성향에 맞는 최적의 조합을 찾아낸 시나리오는 기발하지만, 그만큼 공허하다. 거기엔 당혹과 파격만 있을 뿐 어떠한 가치도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질투와 일탈의 쾌락이 내 모든 영화의 원동력인 것 같다”며 “이번엔 세 인물 모두가 도덕적 제약 없이 날것의 행복을 추구하는 가장 이기적인 결말을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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