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의 구마 의식에 무속인의 굿…
악귀를 쫓는 데 금기란 없다
24일 개봉하는 영화 '검은 수녀들'
[yeowonnews.com=윤기섭기자]강동원 주연 영화 ‘검은 사제들’(2015)은 오컬트 불모지였던 한국 영화판에서 ‘한국형 오컬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이번엔 스핀오프 ‘검은 수녀들’이 온다. 같은 세계관에서 파생된 작품으로 감독과 주연 배우는 모두 바뀌었다. 구마(驅魔) 의식이 금지된 수녀가 악령에 씐 아이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배우 송혜교의 첫 오컬트 도전작이자 11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24일 개봉을 앞두고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
![]() ▲ 수녀의 구마 의식에 무속인의 굿… © 운영자 |
‘파묘’의 성공 이후로 오컬트 관객층이 확대되면서 비주류였던 오컬트 장르가 설 연휴 대목까지 진출했다. 명절 연휴엔 코미디 영화라는 오래된 공식을 깬 것. 배급사 NEW의 류상헌 유통전략팀장은 “코로나 이후 기존의 흥행 공식이 더는 통하지 않고, ‘파묘’의 사례처럼 영화만 좋다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가장 큰 장점은 기존에 본 적 없던 참신한 캐릭터들이다. 주인공 유니아 수녀는 첫 장면부터 멋들어지게 담배를 피우면서 등장해 말도 행동도 거침이 없다. 신내림을 받지 않기 위해 수녀가 된 미카엘라(전여빈)처럼 종교와 무속 사이 어디쯤에 있는 영적인 캐릭터들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무엇보다 송혜교의 재발견이라 할 만하다. 영화는 부드러우면서도 결기가 느껴지는 송혜교의 얼굴을 성상(聖像)처럼 활용한다. 안정적이고 단단한 저음도 오컬트물에 꽤나 잘 어울린다. 20일 시사회에서 송혜교는 “‘더 글로리’ 이후 사랑 얘기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고, 이 작품을 하면 나한테 없던 새로운 표정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악귀 앞에 동서양 구분이 어딨으랴. 수녀들은 악귀를 쫓기 위해 무당의 도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서양의 오컬트와 한국 무속 신앙의 결합으로 신선함을 더했다. 바다에서 펼쳐지는 굿 장면이나 수녀와 무당이 합심해 구마 의식을 치르는 장면도 볼거리다. 삼신할머니나 북소리 같은 한국적인 요소들이 이질적이지 않고 잘 어우러진다.
15세 관람가의 순한 맛 오컬트라 공포 영화광이라면 오히려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공포 영화지만 인간애와 소소한 유머가 있어 가족 관객도 무난히 볼 수 있을 듯하다. 주요 장면에서 대사가 잘 들리지 않아 OTT의 자막이 그리워지는 점은 아쉽다.
수녀는 왜 사제가 될 수 없을까. 누구나 한번쯤 던져봤던 질문이자, 여전히 교회법으로 금지된 금기에 도전한다. 서품을 받지 못해 구마 의식을 할 수 없는 수녀들이 가부장적이고 꽉 막힌 신부들과 싸우는 것도 재미 요소. 여성·장애인·왕따 등 소수자들이 불가해한 악과 맞서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뭉클하게 그려진다.
‘검은 사제들’을 보지 않아도 영화를 즐기는 데 무리는 없지만, 전작과 이어지는 요소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유니아 수녀는 ‘검은 사제들’의 주인공 김범신(김윤식)의 제자로 나오고, 강력한 악령 ‘12형상’이 질병과 재난을 불러일으킨다는 설정도 이어진다. 결말엔 시리즈의 3편을 예고하는 듯한 암시도 담겼다. 한국형 오컬트판 ‘어벤져스’의 탄생도 기대해볼 만하다.
|
|||
|
|||
![]() |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