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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뮤지컬은 ‘명성황후’와 함께 계속 성장중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명성황후...국민들의 가슴에 한으로 살아있는 그 이름은....

김석주 | 기사입력 2025/02/0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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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뮤지컬은 ‘명성황후’와 함께 계속 성장중 

'30돌 황후’의 진가 지금도 빛나고 있다

연기·노래 빛나는 데 반해 영상 위주 무대는...

 

  

[yeowonnews.com=김석주기자]30년 역사의 한국 창작 뮤지컬이 계속해서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아직은 라이선스 뮤지컬이 주류지만 창작품의 수와 관심은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다. 1995년 초연 이후 30주년을 맞이한 대표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의 귀환은 그래서 더욱 반갑고 뜻깊다.

 

▲ K-뮤지컬은 ‘명성황후’와 함께 계속 성장중이다  © 운영자

 

지난달 21일부터 관객과 다시 만나고 있는 ‘명성황후’는 창작 뮤지컬 최초로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모았고, 현재 누적 200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아시아 작품 최초로 뮤지컬의 본고장인 미국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 기록도 가지고 있다. 가장 오랜 기간 명성황후 역을 맡았던 배우 이태원은 이젠 ‘왕비 전문 히로인’으로 통한다. ‘흥행 보증 수표’ 조승우는 이 작품의 고종 역을 거쳐 뮤지컬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오래된 작품인 만큼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으나 ‘명성황후’가 한국 뮤지컬 발전에 한몫했음을 부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명성황후’가 이토록 오래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았기 때문이 아닐까. 뮤지컬은 이문열의 소설 ‘여우 사냥’을 원작으로 하며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다뤘다. 세대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아픈 상처로 남아 있는 역사인 만큼 슬픔을 느끼고 분노하며 무대 위 세계로 빠져들 수 있다.

 

 

역사물을 즐기는 가족 단위 관객에게도 안성맞춤이다. 설 연휴의 한복판이었던 지난달 29일에도 가족 관람객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2030 여성이 주요 관객층인 최근의 공연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30년 동안 수많은 여배우들이 작품을 거쳐 갔다. 1995년 초연에는 배우 윤석화가 참여했다. 짧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며 이태원, 김원정이 ‘2대 명성황후’로 발탁됐다. 이태원은 10년 넘게 작품에 참여하면서 ‘명성황후’ 하면 떠오르는 대표 배우로 자리 잡았다. 20주년 공연을 앞두고는 출연진에 큰 변화가 있었다. 김소현, 신영숙이 명성황후 역을 이어받았다.

 

 

올해 30주년 공연에는 두 배우와 함께 차지연이 새롭게 참여하며 화려한 캐스팅으로 돌아왔다. 고종은 김소현의 남편 손준호, 성악가 출신 김주택 등이 연기한다. 조선의 무장이자 을미사변 당시 명성황후를 마지막까지 지킨 호위무사 홍계훈 역에는 양준모, 박민성, 백형훈이 캐스팅됐다. 특히 양준모는 과거 명성황후 역대 시즌에서 고종과 대원군 역을 맡았는데, 이번에는 홍계훈으로 변신했다.

 

 

넓은 무대를 꽉 채우는 앙상블의 노래와 춤은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무과시험’에서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군무가 웅장하고, ‘수태굿’에서는 무속 신앙에 심취했던 명성황후의 이면을 엿볼 수 있다. 색색의 의상과 방울소리, 굿하는 장면은 한국의 전통미를 보여준다. 25주년 공연부터 일부 대사가 추가되기는 했으나 ‘송스루(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야기를 전하는 공연)’ 형식을 유지해 상대적으로 노래와 군무가 더 돋보인다. 이번 시즌에 새롭게 추가된 넘버 ‘운명의 무게를 견디리라’는 명성황후, 고종, 홍계훈의 삼중창으로 이뤄지는데, 조선의 위태로운 운명을 각자의 목소리로 터뜨려 절절한 감정을 전달한다.

 

 

클라이맥스 부분의 ‘백성이여 일어나라’는 이 작품의 백미다. 명성황후의 연기와 노래 실력이 빛난다. 절정의 보이스는 애국심을 고취하고 관객을 단결시키는 힘이 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다. 비교적 단순해 보이는 무대 구성이 그렇다. 궁 배경을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에 의존하는 등 전반적으로 무대 장치보다는 영상으로 연출했다. 아날로그 질감으로 돌아가겠다는 취지이지만 요즘 무대 장치들이 화려해지는 추세와는 거리가 있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한 아쉬움도 존재한다.

 

 

물론 등장인물의 인간적인 모습을 그리려 한 제작진들의 노력이 보인다. 외세를 이용해 나라를 구하려 했던 고종의 고뇌와 한 나라의 왕비이자 어머니로서 명성황후가 어떤 선택을 내려야 했는지 등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전히 역사적 평가가 극명히 갈리는 고종과 명성황후에 대한 미화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가 무속신앙에 의지하고 굿판을 벌이는가 하면, 자신을 험담한 백성에게 분노해 마을 전체를 못으로 만드는 등 명성황후의 냉혹함을 입체적으로 그린 것과 비교하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공연은 오는 3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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