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양육비 안 주고 미꾸라지처럼…그 돈 기다리다가 애는 다 크겠네

뻔히 돈이 있는데도, 이혼했다고, 자기 자식 양육비도 내지 않으려는 그런 인간이 있는 사회를 그냥....

이정운기자 | 기사입력 2021/07/1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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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컷]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면…양육비 받으려다 애는 다 크겠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채무자(비양육자)에 대해

운전면허 정지·명단공개·출국금지 등의 조치가 시행됐다

 

[yeowonnews.com=이정운기자] "매월 한 아이 당 25만 원의 최소 양육비를 받기로 했는데, 1년여 정도 들쑥날쑥 입금하더니 그 뒤론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아이 아빠) 직장으로 보내진 감치명령서가 수취인 불명으로 반송돼 직접 전화해보니 버젓이 일하고 있었고…." 모두 ㈔양해연(양육비해결총연합회)에 접수된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한 사례들입니다.

 

경계성지적장애가 있는 아이가 33개월이던 2014년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해서, 도박에 빠진 전 남편이 지난해 이행명령에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서 각각 감치명령을 신청했다는 등 고통을 토로하는 피해 사연은 갖가지입니다.

 

▲  [연합뉴스=여원뉴스특약]   © 운영자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법원의 감치명령을 받고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채무자(비양육자)에 대해 운전면허 정지·명단공개·출국금지 등의 조치가 시행됐습니다.

 

여성가족부가 고의적인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들에 대한 제재를 세부적으로 규정한 건데요. 이번 조치는 지난 6일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가능해졌습니다.

 

해당 개정안은 양육비 미지급자의 운전면허 정지 처분 요청, 명단공개, 출국금지 요청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두고 누리꾼 사이에선 "실효성이 있나", "양육비 안 줘도 된다고 부추기는 조치" 등 양육비 채무 불이행 해결에 효과적일지 여러 지적이 쏟아졌습니다.

 

실제 양육비를 받지 못한 피해자들에게도 이번 조치는 만족스럽지 않은 듯 보입니다. 이유는 양육비 채무자의 편의를 봐주는 '예외 조항'들이 많아 채무자가 빠져나갈 구멍이 여전하다는 겁니다.

 

운전면허 정지의 경우 운전면허가 양육비 채무자의 생계유지와 직접적으로 연관될 경우 양육비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예외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택시·배달 기사 등 운전면허 소지가 생계를 결정하는 이들에겐 해당 조치가 별다른 효력이 없는 것이죠. 이를 두고 아이 생존권이 아닌, 양육비 채무자 사정을 더 고려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손민희 양해연 부대표는 "아이 생존을 책임지지 않으면 내 생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단 걸 감지해야 미지급을 막을 수 있지 않나"라며 "외국의 경우 모든 라이선스를 뺏는데 한국은 이런 (예외) 기준이 들어가 미지급자 생계는 지켜주면서 아이 생존권은 지켜주지 못한다"고 꼬집었습니다.

 

공개 범위가 이름과 나이·주소 등인 명단공개 역시 법원 등기우편물을 회피하려는 양육비 채무자들의 위장전입 건수가 많아 실효성이 낮고, 일부 사유에 해당할 경우 그 적용에서 제외될 수도 있는데요.

 

만약 채무자가 실종·파산선고,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았다면 공개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또 지급해야 할 양육비의 절반 이상을 이행하고 남은 금액에 대한 이행계획을 제출한 경우에도 심의를 거친 뒤 제외될 수 있도록 했죠.

 

여성가족부는 이에 대해 "실종·파산선고 등을 받은 양육비 채무자까지 명단공개 대상에 포함하는 건 행정적인 제한을 통해 불편함을 줘 양육비 이행을 촉진하려는 기존 취지와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요. 하지만 양육비 이행 의무를 회피하고자 고의로 파산 혹은 회생절차를 밟는 경우도 많아 이들을 명단공개 대상에서 제외하는 건 실상을 제대로 담지 못한 조치란 지적도 나옵니다.

 

출국금지 조치도 모든 양육비 채무자에게 해당하는 것이 아닌데요. 양육비 채무가 5천만 원 이상이거나, 채무가 3천만 원 이상이면서 최근 1년간 국외 출입 횟수가 3회 이상 혹은 국외 체류 일수가 6개월 이상인 채무자가 대상이죠. 보통 한 달 기준, 한 부모 가정의 아이 한 명에게 지급되는 양육비는 30만~40만 원 정도인데요. 하지만 이는 양육비 채무자가 출국금지 조치 대상이 되는 기준 금액과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손 부대표는 "출국금지 요청 기준인 5천만 원이 되려면 10~15년 정도 양육비 미지급 상태여야 출국금지를 신청할 수 있는 것"이라며 "양육비는 매월 아이에게 지급돼야 하는 비용인데다, 미지급 비용이 커지면 사실 해결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심지어 출국금지 대상인 양육비 채무자 중 국외 거주 직계존비속이 사망하거나, 사업 계약 체결 혹은 본인 신병 치료 등 양육비 회피 목적이 아닌 이유로 국외 도피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면 출국금지 해제 요청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조치를 두고 그 세부 내용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양육부·모와 아이를 보호하려면 무엇보다 절차 간소화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큽니다. 이번 개정안은 양육비 이행명령에 이어 감치명령까지 받고도 이를 지급하지 않은 채무자에게 제재가 가해진다는 점에서 절차를 밟는 기간이 너무 길다는 겁니다. 양육비는 특성상 적시에 지급돼야 하는데, 감치명령까지만 대략 3년 정도가 걸리죠.

 

그로 인해 전문가들은 채무 불이행을 신속하게 확인할 시스템을 구축하고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행정기관의 개입이 조금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박복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의 제도는 법원이 결정하더라도 행정 기관이 즉각적으로 양육비 지급 이행이 잘 되는지 제제가 들어가도록 설계돼 있다"며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최소한 집행 단계에선 행정 기관의 권한이 조금 더 확대돼 즉시 필요한 때에 지급받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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