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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훈아 “100살 우리 엄니도 펄펄 뛰댕겨… 코로나, 지지 맙시다”
‘효자·효녀 수강신청’으로 불리는 나훈아 대구 콘서트 관람기
[yeowonnews.com=김미혜기자] “제가 공연 준비하면서 이번만큼 힘들고 맘 졸인 적이 없었습니더. 어젯밤에도 이를 어짤꼬, 오늘 새벽에도 어찌해야 하노. 저는요. ‘코로나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이런 맘입니더. 우리가 코로나에 지가[져서야] 되겠습니꺼. 내가 뭐라 하면 침 튀니까 입은 열지 말고 ‘음’ 하는 기라예, 알겠지예?”(나훈아)
“음!(관객들)”
"음.? 입을 안 벌리면 코로나바이러스가 비껴가는구나. 4백명도 아니고 4천명을 밀폐공간에 모아놓고 뜨거운 열기로 공연을 마쳤단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네. 지친 시민들을 위로해 주고 싶었다면 방송으로 전국민을 위로할 일이지 무슨 앞뒤 안맞는 말인가. 확진자 한명이라도 나오면 그 사천명을 어쩔건데.. 생각없는 사람들 코로나바이러스가 그리도 만만하더냐?" 네티즌 아이디 LEESW은 불편한 기색을 표했다
16일 오후 2시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나훈아 콘서트, 어게인 테스형’ 현장. 원래 8000명 넘게 들어갈 수 있는 공연장이지만, 방역 지침에 따라 한 칸씩 띄워 앉으면서 그 절반인 4000명이 입장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2년 만에 처음 열리는 나훈아 대면 공연 관객의 열기를 식히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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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매 사이트 예스24에 따르면 대구 공연도 부산 공연도 순식간에 전석 매진. 이후 며칠 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사이트를 접속했다. 다행히 지난 5일 객석 뒷줄 한편에 취소석이 올라왔다. 행운의 성공이었다. 나훈아 콘서트는 그래서 ‘효자·효녀들의 수강 신청'으로도 불린다. 입장을 하기 위해 1시간 가까운 소독과 체온 체크, ARS 인증을 거쳤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정작 무대 위의 나훈아는 마음이 복잡한 듯했다. 대구는 공연 당시 2단계로 공연이 가능했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 확산세가 커지고 있었기 때문. 나훈아는 공연 시작에 앞서 “속이 야리꼬리합니다(울컥하다)”라는 말로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흰 의상으로 무대에 등장한 나훈아는 ‘아담과 이브처럼’을 시작으로 ‘잡초’ 등 8곡을 쉬지 않고 부르고야 첫 무대 인사를 했다. 데뷔 55년 만에 처음으로 부모님 사진도 공개했다. 옆에는 ’4288.9.10′이라고 적혀 있었다. “저 숫자가 단기입니더. 아버지는 돌아가셨고예, 어무니는 지금 백 살이 넘었는데 아직도 펄펄 뛰 댕기고 있습니더. 며칠 전에 제가 어무니 밥 사드린다고 만났는데 ‘요즘 코로나 때문에 잘 사는교’라고 물으니, 어무니가 ‘아이고, 말도 마라, 내 요즘 입맛도 없고 죽겠다’ 하더니 혼자 2~3인분을 다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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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오른 열기 속, 나훈아는 기타를 들고 무대에 올라, 지난해 앨범에 담았던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불렀다. “집에서 혼자 맥주 한잔 마시고 연습하는데, 이 노래는 끝까지 부르지 못했습니더. 마지막 가사 때문에. 나이 먹으니 이상하게. 옛날에 전 진짜 안 울었거든요. 그래서 가사를 바꿔버렸습니더.” 실제로 ‘여보 영원히 잘 가시게' 가사는 ‘여보 영원히 사랑하오'로 바뀌어 있었다. “내가 테스형한테 ‘행복은 뭔교?’ 하고 물었거든요. 그랬더니 ‘행복은 불행이 있어야 행복이 있지. 행복만은 없다.’ 맘대로 공연 보며 소리 지르고, 친구 만나서 술도 먹고. 이게 얼마나 행복인지 아는 거 코로나 때문 아니겠오.”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바지 발언’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이 지사가 여배우 스캔들을 해명하며, 과거 나훈아 기자회견을 연상시킨 논란의 발언. “아니 내가 바지를 어쨌다고, 가만히 있는 사람 바지를 가지고, 내 바지가 지 바지보다 비쌀 긴데.”
무대 뒤 화면에 나훈아가 수중 촬영을 하는 영상도 나왔다. “내가 이거를 와 틀었는가 하면, 세 빠지게(힘들게) 물속에 들어가 저걸 7시간 걸려 찍는데 누가 그러데 ‘다른 사람이 한 거지’. 얼마나 기가 차노, 진(청) 바지를 입고 들어가 힘들었습니다. 저걸 한 내 자신이 감동적이어서 틀었습니다. 진짜로 내가 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서. 진짜 세가 빠지게 했으니까네.”
나훈아는 초대 가수 없이 혼자서 두 시간 동안 22곡을 불렀다. 최신곡과 예전 곡을 오가며 혼을 빼놓는 공연이었다. 그의 공연 철학인 “관객에게 생각할 틈을 줘서는 안 된다”는 말이 실감 났다. 모든 노래의 무대가 달랐고, 그때마다 의상이 바뀌었다. 어떤 무대는 뮤지컬 같고, 국악 같고, 교외 라이브 카페 같았다.
공연 마지막 나훈아는 무대 위에 무릎을 꿇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넘이 뭐라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코로나를 이겼습니다. 우리는 이래 삽시다. 절대 기죽고 살지 맙시다. ‘앵콜' 하고 싶어도 말하면 안 되니 오늘은 이래 끝냅시다. 증말로 감사합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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