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詩來

아프리카의 나이팅게일 ‘시스터 백’ 백영심 간호사<한국여성詩來>

작은 것을 버리지 않으면 큰 것을 이루지 못한다. 일찌기 이를 터득하고 아프리카로 떠나 백의의 천사....

운영자 | 기사입력 2021/07/20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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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찬선이 쓰는 <한국여성詩來 25>

아프리카의 나이팅게일 ‘시스터 백’ 백영심 간호사

 케나 말라위에서 31년 봉사

 

▲     © 운영자


공부해서 남을 주세요

5000명을 먹이는 사람이 되세요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나만의 삶을 사세요*

 

제주도 조천읍 함덕에서 태어난

백의의 천사는 21세기를 살아갈 

청소년들에게 이렇게 당부합니다

 

스물여덟 살 한창 잘 나갈 때 

고려대 부속병원 간호사라는 안정된 직장을

스스로 버리고, 결혼도 마다한 채

케냐로 의료봉사를 떠날 때만 해도,

서른 한 해를 아프리카에서 보낼 줄 몰랐던 

말라위의 나이팅게일, 시스터 백**

 

그는 셋째 딸을 떠나보내며

공항에서, 두 다리 쭉 뻗고 엉엉 우는 

엄마의 눈물을 웃음으로 인사하고

하늘이 말하는 대로

마음이 끌리는 대로

바람이 부는 대로 훨훨 날았습니다

 

유난히도 가난했던 어린 시절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입학금을 벌려고

몸빼바지에 수건을 두르고 밀짚모자를 쓴 뒤

도로건설현장에 가서 일당 600원을 벌었던

그의 당참 앞에 두려움은 없었습니다

 

▲     © 운영자

 

간호대학 1학년 때 

한센병 환자들이 사는 여수의 애양원에서

손과 발이 문드러지고 얼굴이 일그러졌는데도

기쁘고 감사하며 평안하게 사는 모습을 보며

간호사가 천직이며 소명임을 깨달았습니다

 

1990년, 제1회 의료선교대회에 참여했을 때

케냐에서 말라리아에 걸려 돌아온 간호 선교사의

누가 대신 가서 도와줄 수 없겠냐는 호소를 듣고

주저하지 않고 번쩍 손을 들었습니다

 

그동안 쌓은 꿈과 비전을 실천하기 위해

내 삶을 던져 온몸으로 도전할 때가 왔으니

나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야하고

젊음과 열정과 소명이면 충분하다고 여겼습니다

 

케냐 마사이부족 마을에서 4년을 보낸 뒤

말라위의 치무왈라로 옮겨 갔을 때

찢어지게 가난하고 질병에 무기력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진료를 할 때

 

우리가 하는 일이 태평양의 물 한 방울 같이 

작은 것일지라도 우리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태평양의 물 한 방울이 없어지는 것과 같은 것***

이라는 테레사 수녀의 말을 떠올리며 버텼습니다

 

▲     © 운영자

 

어느 날 새벽

엄마 등에 업혀 온 어린 아이가

뇌성 말라리아에 걸려 혼수상태에 빠져

당장 수혈하고 치료해야 했음에도 

손도 써보지 못하고 이 세상인연을 끊었을 때

병원을 세워야겠다는 소원이 더욱 간절해졌습니다

 

지극한 정성으로 기도하면 

하늘이 감동해 들어주게 마련인가 봅니다

2005년 어느 날 이동진료를 가는 데 

얼굴도 모르는 대양상선 정유근 회장이 

전화해서 병원설립을 지원하겠다고 했습니다

 

말라위 정부에서는 토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대통령까지 병원 기공식에 참석해

2008년 3월에 대양누가병원을 개원했습니다

 

한국 일본 미국 노르웨이 스코틀랜드 등에서 

CT촬영기와 초음파기기 등을 기증해주어

80개 병상으로 시작한 병원은 200개로 늘어

매년 20만 명을 치료하는 기적을 일궜습니다

 

2010년에는 대양간호대학을 설립했고

2012년에는 정보통신기술대학을 세웠습니다

 

▲     © 운영자

 

간호를 하늘이 내린 소명으로 알고 

주어진 길을 성실히 걸어왔을 뿐인데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이태석상 호암상 성천상을 받았습니다

 

상을 받은 건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호암상금 3억원으론 도서관을 설립하고

성천상금 1억원으론 중고등학교를 짓기 위해서였습니다

 

갑상선암을 이겨낸 것은 열정이었습니다

시스터백은 후회 없는 최선의 삶이었습니다

스스로 일군 병원은 현지인들에게 물려주고

새로운 지역을 찾아 평생 현역으로 살 생각입니다

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돈이 제일이라고는 말하지 않습니다

 

시스터백은 한국의 국격(國格)을 높이고 

배달민족의 얼이 살아있음을 보이고

대한의 젊은이들이 나아갈 길을 보여주는

문화전도사, 하늘이 내린 천사, 작은 거인입니다

 

공부해서 남을 주고 5000명을 먹이며

남과 비교하고 경쟁하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나만의 삶을 살라

는 그의 말이 가슴에 쟁쟁합니다

 

▲     © 운영자

 

* 백영심 외, 『호암상 수상사 11인의 수상한 생각』(파주: 김영사, 2020), 64쪽. 

** 시스터 백(Sister Baek); 케냐와 말라위 등에서 백영심 간호사를 부르는 애칭. 

*** 백영심 외, 『호암상 수상사 11인의 수상한 생각』, 46쪽.

 

* 백영심(백영심); 제주도 조천읍 함덕에서 태어나 제주여고와 제주한라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했다. 고려대 의대 부속병원에서 근무하다 28세인 1990년 아프리카 케냐로 떠나 의료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 뒤 말라위 치무왈라로 가서 유치원과 진료소를 세웠고, 2008년엔 릴롱궤에 대양누가병원을 설립했다. 

2010년 갑상선암 진단을 받아 치료하면서도 대양간호대학을 개교했다. 2012년에 제2회 이태석상을, 2013년에 44회 나팅게일 기장을, 2015년에 25회 호암사회봉사상을, 2020년에 제8회 성천상을 수상했다. 간호사로 성천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  취재차 들렸던 의암지에서...홍찬선 작가 셀카 ©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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